[2021 도쿄 우리가 간다] <1>남자 태권도 58㎏급 장준
하계올림픽에서 한국의 목표 달성 키를 쥐고 있는 종목은 국기 태권도다. 도쿄에서 한국 태권도계가 주목하는 선수는 경량급 '슈퍼루키' 장준(21ㆍ58kg급ㆍ한국체대)이다. 그는 지난해 1월 열린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에서 6명이 출전하는 태권도 대표팀의 도쿄행 막차 티켓을 거머쥐었다.
당시 백전노장의 김태훈(수원시청)과 선발전을 앞두고 한국일보와 만났을 때 도쿄행을 자신했던 장준은 자신과 약속을 지켰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지구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에 휩싸이면서 올림픽도 연기돼 '겁없는 신예' 장준의 브레이크 없는 질주도 잠시 멈췄다.
고교생이던 2018년 8월 열린 모스크바 월드그랑프리에서 최연소 우승을 차지하며 혜성처럼 떠오른 장준은 2019년 3차례의 월드그랑프리 시리즈와 세계선수권까지 싹쓸이하며 단 1년 만에 세계를 평정했다. 6명이 출전하는 도쿄올림픽 한국 태권도 대표팀에서도 가장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힌다. 최근 본보와 연락이 닿은 장준은 "올림픽 연기가 결정됐을 때만 해도 시간적 여유가 생겨 더 잘 준비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이렇게 긴 기다림일 줄 몰랐다"면서 "당장 눈앞의 목표가 사라진 시간을 보내는 게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1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서 운동을 이어가기도 그렇고, 무작정 손을 놓을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이었다"면서 "선수촌 퇴촌 이후엔 몸이 망가지지 않을 정도로만 가볍게 훈련을 했고, 5월에 학교(한국체대)가 문을 연 다음엔 다행히 정상적으로 운동을 해 왔다"고 근황을 전했다.
지난해 11월부턴 진천선수촌에 입촌했다. 1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장준의 기량도, 목표도 변함없다. 베테랑 김태훈과의 선발전은 사실상 도쿄올림픽 금메달 결정전으로 화제를 모았다. "진짜 좋았다"고 당시를 떠올린 장준은 "2024년 파리를 목표로 올림픽을 꿈꿨는데 시기를 앞당겨 좋았고, 존경하는 선배님과 대결에서 이겨 더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장준은 "경기가 끝나고 김태훈 선배님께서 "축하한다. (도쿄에)가서 잘 해라"라고 말씀해주셨다”고 했다.
장준은 명실공히 세계 최강이지만 나이도 어려 체력적인 장점도 크다. 그는 "특히 내 체급엔 노장 선수들도 많아서 아무래도 유리한 점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올림픽이 연기되면서 문제는 경기 감각이다. 장준은 "체력 훈련은 꾸준히 해왔지만 시합을 할 기회가 거의 없다 보니 올림픽 전까지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는 게 관건이다"라고 짚었다.
2000년 시드니 대회부터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태권도는 그 동안 경기 후반부에 치러졌다. 하지만 도쿄에선 사상 처음으로 개회식 이튿날 일정을 시작해 메달 레이스의 선봉에 선다. 경량급인 남자 58kg은 첫날인 7월 24일 열려 한국 선수단의 1호 금메달이 유력하다. 장준은 "우여곡절 끝에 열리는 올림픽인 만큼 재미있게 즐기고 후회없이 시합을 뛰겠다"면서 "1년을 기다리면서 더 간절해졌다. 반드시 한국에 첫 번째 금메달을 선사해 코로나19에 지친 국민들을 위로해 드리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태권도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까지 다섯 차례 대회에서 금메달 12개(은2ㆍ동5)를 쓸어 담은 효자 종목이다. 올림픽 태권도는 세계선수권대회나 아시안게임의 절반인 남녀 4체급씩, 총 8개 체급으로 나눠 겨룬다. 2012년 런던 대회까지는 남녀 2체급씩, 최대 4체급만 출전할 수 있었지만 리우 대회부터 세계태권도연맹(WT)이 올림픽 랭킹에 따른 자동 출전권을 부여하면서 한 나라에서 체급당 한 명씩, 최대 8체급 모두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덕분에 리우에서 5명의 선수가 출전했던 한국은 도쿄에선 역대 최다인 남녀 3체급씩, 총 6체급의 출전권을 획득했다.
장준 외에 그랜드슬램에 도전하는 한국 태권도의 간판 이대훈(68kg급ㆍ대전시체육회)을 비롯해 장준 인교돈(80kg 초과급ㆍ한국가스공사), 여자 49kg급의 심재영과 57kg급의 이아름(이상 고양시청), 67kg 초과급의 이다빈(서울시청)이 나선다.
경기는 지바현 마쿠하리 메세홀에서 개최된다. 5월로 예정된 유럽과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만 남겨두고 있다. 이번 도쿄 대회에서는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4D 리플레이를 도입한다. 아울러 '태권도 도복'이 아닌 '태권도 경기복'도 첫선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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