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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헌 공범 판단해놓고 "유죄판결 의견 내라"는 재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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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헌 공범 판단해놓고 "유죄판결 의견 내라"는 재판부

입력
2021.04.1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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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걸·이규진 유죄 선고 관련 의견 요구?
재판부 "당사자 주장 더욱 경청" 입장 불구
"기피 사유 해당… 면피성 의견 요청" 지적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해 10월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해 10월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사법농단' 사건 핵심 피고인인 임종헌(62)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재판이 3개월 만에 재개된 가운데, 재판부가 임 전 차장을 공범으로 지목한 판결에 대해 의견을 제출해 줄 것을 임 전 차장 측에 요청했다. 재판부가 공범 관계에 있는 피고인에게 앞선 판결에 대한 의견을 묻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임 전 차장 재판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 윤종섭)는 최근 임 전 차장 측에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의 유죄 판결에 대한 의견을 정리해 서면으로 제출해달라고 통보했다. 형사합의36부 재판부는 법원 사무분담에 따라 형사합의32부도 함께 맡고 있는데, 형사합의32부는 지난달 23일 사법농단 재판 피고인 가운데 처음으로 이 전 실장과 이 전 상임위원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시 임 전 차장과의 공모 관계도 인정해, 향후 임 전 차장 선고에도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임 전 차장 입장에선 재판부가 자신에 대한 유죄 심증을 이미 드러낸 만큼, 예단을 우려해 기피 신청을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임 전 차장은 2019년 6월에도 "재판장이 유죄를 선고하겠다는 예단을 갖고 있다"며 기피 신청을 했지만 기각됐으며, 이후 재판은 9개월간 중단됐다. 재판장인 윤종섭 부장판사는 6년째 서울중앙지법에 유임돼 '코드 인사' 논란을 불렀다.

이민걸(왼쪽 사진) 전 법원행정처 기조실장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연합뉴스

이민걸(왼쪽 사진) 전 법원행정처 기조실장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연합뉴스

윤종섭 부장판사는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임 전 차장 측에 기피 사유와 관련한 의견을 답변 예시까지 제시하며 요구했다. △이민걸 전 실장 사건 판결이 '참고 판결'에 불과해 기피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지 △이민걸 전 실장 사건 판결이 '중간 판결'을 선고한 것과 마찬가지라 기피 사유에 해당하는지 물었다. 재판부는 "제시한 예시 외에도 다른 의견이 있다면 의견을 밝혀달라"고 요청하면서 "이 전 실장 사건 판결을 선고했다고 해서 이를 '중간 판결'로 여기고 이에 기속돼 향후 심리를 진행할 생각은 전혀 없고, 오히려 당사자 주장을 더욱 경청하겠다"고 설명했다.

재판부의 이례적 요구는 구성원이 동일한 재판부가 사법농단 사건 피고인들에 대해 시차를 두고 계속 선고하게 된 '특수 상황'에서 비롯됐다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이 전 실장 판결문에서 임 전 차장 혐의까지 단정적으로 유죄로 적시된 만큼, 임 전 차장 입장에선 충분히 기피 사유로 삼을 만한 상황"이라며 "재판부가 면피성으로 의견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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