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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 친구 '옍니'와 한강서 만나요"…10대 일상이 된 가상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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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 친구 '옍니'와 한강서 만나요"…10대 일상이 된 가상현실

입력
2021.04.20 16:00
수정
2021.04.20 16:14
0 0

#박 모양(11)은 요즘 '특별한' 새 친구가 생겼다. 가상현실 애플리케이션(앱) '제페토'에서 만난 '옍니'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업도 어느 덧 2년 째. 학교에서 친구를 만나기 어려워지면서 박양은 아바타(분신)를 만들어 가상 공간에서 친구를 만난다. 현실에서 친구들과 직접 만나 쌓지 못하는 우정을 가상의 공간에서 대신 쌓고 있는 것이다. 아바타 'SE 공백'을 만든 박양은 가상의 공간에서 옍니와 학교, 공원 등을 걸으며 수다를 떠는 게 취미다.

#배우가 꿈인 이 모양(14)은 제페토에 'IDL 엔터테인먼트'를 차렸다. 이양은 가상 공간에 차린 연예기획사에서 직접 드라마 대본을 쓴다. 제작자가 된 그는 자신의 작품에 출연할 배우 즉 아바타도 선발한다. 이양이 이곳에서 만든 드라마는 다섯 개. 이양은 "내 드라마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생길수록 뿌듯함을 느낀다"며 웃었다. 현실에서의 꿈을 가상의 공간에서 미리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제페토 이용자 이 모양(14) 제공.

제페토 이용자 이 모양(14) 제공.

'3D 가상현실' 메타버스가 국내 10대 청소년의 일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아바타로 구현된 연예인의 모습을 즐기기 보다, 직접 아바타가 되어 아바타로서 일상을 즐기는 모습이다.


코로나19가 낳고 '소셜 기능'이 키운 최근 메타버스 유행

메타버스는 가상의 의미를 지닌 '메타(meta)'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과 가상이 공존하는 3D 세계를 일컫는다. 해외 메타버스 플랫폼으로는 로블록스, 포트나이트 등이 있다. 미국의 대표적 메타버스 게임 '로블록스'는 미국 내 16세 미만 청소년의 55%가 가입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으며 최근 미국 뉴욕증시에 입성했다. 국내의 대표적 메타버스 플랫폼은 네이버제트의 제페토다. 이용자의 얼굴을 인식해 실제와 닮은 아바타를 만들 수 있는 제페토는 전세계 2억명의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전체 이용자 중 80%가 10대 청소년이다. 과거 싸이월드 미니미가 간단한 표정과 옷차림 등으로 이용자의 감정 상태를 표현하는 정도였던 반면, 메타버스 속 아바타는 이용자의 분신이다. 이들의 아바타는 춤을 추고 특정 포즈를 취하면서 사진을 찍는가 하면, 다양한 의상을 입고 가상현실 속 패션쇼장에서 런웨이를 걷는다.

제페토 화면 캡처.

제페토 화면 캡처.


제페토 이용자 박 모양(11)과 김 모양(13)은 제페토에서 만나 친분을 쌓았다. 사진은 제페토의 사진 찍기 기능을 활용한 이들의 아바타 모습.현

제페토 이용자 박 모양(11)과 김 모양(13)은 제페토에서 만나 친분을 쌓았다. 사진은 제페토의 사진 찍기 기능을 활용한 이들의 아바타 모습.현

10대로부터 메타버스가 각광받기 시작한 데에는 코로나19의 영향이 크다. 특히 국내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멀어진 인간관계의 돌파구로 주목받았다. 제페토 이용자 박 모양은(11)과 김 모양(13)은 각자 친구의 소개로 제페토를 시작했다. 박 양은 "코로나19 유행 이후 밖에 잘 나가지 못하는데, 제페토에서 친구들을 만나거나 새로운 친구를 만들어 재밌게 놀 수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제페토에서 알게 된 언니 동생 사이다. 김 양은 "제페토에서 대화를 나누고 친해지면 전화번호를 교환한다"며 자신들의 사례를 '자주 있는 일'로 표현했다.


'심즈', '동물의 숲'과 같은 가상현실 게임과 최근 유행하는 메타버스의 차별점은 '현실과의 유사성'이다. 제페토에는 벚꽃이 만개한 한강공원과 홍대입구역을 본따 만든 '맵'이 존재한다. 이곳에서 10대들은 다른 아바타와 자연스럽게 친분을 쌓는다.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능은, 현실에서 친구끼리 추억을 남기는 것과 유사하다. 한국게임학회장인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가상세계를 향한 동경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메타버스가 다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며 "오프라인 활동이 차단되면서 친구들과 함께 놀기 원하는 청소년이 메타버스를 많이 이용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과거 가상세계 플랫폼은 현실과 구별할 수 있는 지점이 있었지만, 제페토 등 플랫폼은 현실과 가상의 혼합"이라고 설명했다.


성상민 대중문화평론가는 메타버스에 대해 "갑작스러운 트랜드는 아니"라고 봤다. 그는 Z세대의 높은 모바일 기기 접근성을 최근 메타버스 열풍의 이유로 꼽았다. 그는 "세컨드라이프의 경우 PC 기반의 게임이었고 3D 구현이 지금처럼 생생하지 않아 때문에 매니아층 공략에 주력해야 했다면, 제페토는 스마트폰만 있다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한 시기적 변화까지 더해져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페토 이용자 이 모양(14) 제공.

제페토 이용자 이 모양(14) 제공.


SNS 담벼락이 가상 세계에도?…"아바타 '인플루언서'도 등장해"

게임의 기능보다 가상 세계 속 소셜미디어 기능에 주목한 것 또한 10대의 높은 인기를 끈 이유다. 10대들은 아바타를 활용해 다양한 영상을 제작한다. 뮤직비디오, 드라마, 브이로그 등을 '피드'에 업로드하는데, 피드는 페이스북의 타임라인과 유사한 SNS 담벼락이다. 피드의 영상 속 주인공은 인간이 아닌 아바타다. 아바타가 레드벨벳, 아이유 등 가수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브이로그에 출연하는 형태다. 제페토 이용자 이 모(14)양은 아바타를 활용한 드라마를 주로 제작한다. 이 양은 "직접 대본을 만들고 촬영을 하면서 아바타에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며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지거나, 콘텐츠 반응이 좋으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 양이 속한 크루는 아바타 외모를 관리하는 '모델', 드라마를 담당하는 '배우',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는 '아이돌' 등 13명의 아바타로 이루어져있다. 지난 12월에는 온라인 콘서트를 개최했다.


많은 팔로워를 확보한 이용자는 가상세계의 '인플루언서'가 되기도 한다. 조민서(15) 양은 제페토에서 3만 2,000명 이상의 팔로워를 지닌 '제페토 파트너'다. '제페토 파트너'는 팔로워가 1,000명이 넘는 이용자를 대상으로, 제페토가 부여하는 일종의 '인플루언서' 지위다. 이들은 팔로워들에게 아바타를 꾸밀 수 있는 아이템을 선물하는 이벤트를 기획하기도 한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기존 SNS 인플루언서의 소통과 비슷하다. 조 양은 팔로워와 소통하며 "인정 받는 느낌이 든다"고 밝혔다.


성상민 대중문화평론가는 "젊은 세대에게 메타버스는 SNS처럼 즐길 수 있는 플랫폼"이라며 "SNS에 글만 쓰는 게 아니라 3D 공간을 재현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코로나19로 비대면 생활이 늘어남에 따라 통화를 하거나 ZOOM 등 화상회의 프로그램의 사용이 늘었다"면서도 "아무리 소셜 프로그램이 발달해도 '평면'을 넘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단지 화면을 보고 소통하는 것만으로는 생동감 있는 소통의 감각을 선사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는 "메타버스가 앱 안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며 액티비티를 한다는 효과를 더 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민서(15) 양의 제페토 피드.

조민서(15) 양의 제페토 피드.


"현실 SNS 속 문제 가상 세계가 답습" 우려도 나와

'3차원 가상세계'에 열광하는 10대들은, 공통적으로 '대리만족'을 느낀다고 밝혔다. 자신이 원하는대로 꾸민 아바타로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하는데 자기 만족을 느낀다는 답변이다. 제페토의 경우 이용자의 사진을 토대로 아바타의 생김새를 결정하지만, 이후 자유롭게 외모를 변경할 수 있다. 유행하는 미인상을 대신 만들어주는 이른바 '대리 커스텀'이 성행하는 이유다. 기프트 카드나 문화상품권 등 금전적 사례를 받고, 이용자를 대신해 아바타의 얼굴을 바꿔주는 대리 커스텀은 '성형'이라고 불린기도 한다. 다만 이는 제페토 내에서 금지된 항목이다. 커스텀은 이용자 본인만 가능하기 때문에, 로그인 정보를 알려줄 경우 해킹의 위험이 있다.


위 교수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최근 메타버스는 현실세계를 투영한다는 점에서, 실제 SNS가 지니는 문제의식까지 답습할 위험이 있다"고 평가했다. 다른 이용자보다 돋보이고 싶은 경쟁의식을 반영하는 존재로 아바타를 설정할 수 있다는 우려다. 그는 "특히 국내 플랫폼 제페토의 경우 SNS의 과시문화와 '경쟁적' 욕구가 만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현실에서 무리하게 다이어트를 하는 것처럼 대리 커스텀 등을 통해 현실의 불만을 대리만족하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NFT(Non-Fungible Tokens, 대체불가능토큰) 발행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NFT를 활용한 메타버스 시장도 주목받고 있다. 메타버스 내 자산을 NFT로 발행하는 형태다. 지난달 블록체인 서비스 플랫폼 플레이댑은 NFT와 메타버스 융합기술에 대한 프로젝트 로드맵을 발표했다. 플레이댑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로블록스와 제페토에 최적화된 플레이댑 NFT 리소스를 공급할 예정이다.













신현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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