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취임기도는 위헌적 행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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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취임기도는 위헌적 행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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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1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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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근
정형근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변호사

편집자주

판결은 세상을 바꾸기도 한다. 판결이 쌓여 역사가 만들어진다. 판결에는 빛도 있고 그림자도 있다. 주목해야 할 판결들과 그 깊은 의미를 살펴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월 취임식에서 부인 질 여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바이든 가문이 1893년부터 간직해온 성경에 손을 얹고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1789년 4월 30일 뉴욕에서 취임 선서를 할 때 성경에 손을 올리고 “하나님! 도와주소서!”(So help me God)라고 기도했다. 그 후부터 대통령 취임식에서 성경에 손을 얹는 것과 신의 축복을 구하는 기도는 전통으로 자리잡았다. 대통령이 반드시 취임식을 해야 한다거나 그때 저런 기도를 해야 한다는 법의 규정은 없었지만, 전통적으로 행해져 왔다.

마이클 뉴도우와 무신론자들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 1월에 취임식을 할 때 “하나님! 도와주소서!”라고 기도하는 것은 하나님이 존재한다는 특정 관점을 선전하는 위헌적 행위라고 재판을 청구했다. 뉴도우는 미국 동전과 지폐에 기재된 문구(IN GOD WE TRUST)를 없애려고 재판을 하기도 했다. 원고들은 대통령 취임식을 보지 않거나 자신들의 종교적 관점에서 지지할 수 없는 선택을 해야 하는 불가항력적인 입장에 처해 있다고 주장하였다. 원고들은 또 대통령이 종교적 기도(So help me God)를 하는 특권은 부인할 수 없지만, 취임식에서 대법원장이 하나님(God)을 언급하는 것을 막으려고 재판을 청구하였다.

법원은 대통령에게 이런 특권이 없었더라면, 조지 워싱턴 대통령이 “하나님! 도와주소서!”라고 기도하는 전통을 시작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 취임식 때 하나님에게 한 기도는 신임 대통령의 표현의 자유와 권리행사에 해당된다고 합헌이라고 했다(Newdow v. Roberts 2010). 지난 1월 취임한 조 바이든 대통령도 관행에 따라 성경에 손을 얹고 기도하며 취임 선서를 하였다.

우리나라도 제헌국회 첫날 하나님께 기도로 시작한 사례가 있다. 1948년 5월 10일 총선에서 국회의원 198명이 당선되었고, 그달 31일 최초로 국회가 개원되었다. 국회 제1차 회의 때 의원 중 최고 연장자인 이승만 박사를 임시의장으로 선출했다. 의장석에 오른 이승만은 감격에 젖은 개회사를 했다. “대한민국 독립민주국 제1차 회의를 여기서 열게 된 것을 우리가 하나님에게 감사해야 할 것입니다. 종교사상 무엇을 가지고 있든지, 누구나 오늘을 당해가지고 사람의 힘으로만 된 것이라고 우리가 자랑할 수 없을 것입니다. 나는 먼저 우리가 다 성심으로 일어서서 하나님에게 우리가 감사를 드릴 터인데 이윤영 의원 나오셔서 간단한 말씀으로 기도를 올려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자 목사였던 이윤영 의원은 그간 우리 민족이 당한 고통을 들으시고, 해방으로 환희의 날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 기도를 했다. “남북이 둘로 갈리어진 이 민족이 어려운 고통과 수치를 심원하여 주시고, 우리 민족 우리 동포가 손을 같이 잡고 웃으며 노래 부르는 날이 우리 앞에 속히 오기를 기도하나이다···”

기독교 시각에서는 국회의 첫 출발을 기도로 시작했다는 것에 큰 의의를 둔다. 반면, 국회의장이 자신의 종교를 의정활동에 반영한 부적절한 행위였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당시에는 헌법이 없었기에 국회 개원 시에 기도한 것에 대한 위헌시비는 찾기 어렵다. 이런 기도 행위는 우리 역사와 전통으로 수용하기 어려웠기에 일회성으로 그쳤다. 국회가 개원한 지 2개월 후인 7월 17일 헌법이 제정되었고,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는 내용이 신설되었다. 그럼에도 지도자가 국정을 순적하게 풀어나갈 정치력을 발휘하려면, 취임 선서 때부터 퇴임 시까지 전능자의 도움을 구하는 겸손한 자세가 필요하다.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ㆍ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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