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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줄거리 읽고 흥행 예측하는 KT AI… "빅데이터로 '드라마 흥행공식' 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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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줄거리 읽고 흥행 예측하는 KT AI… "빅데이터로 '드라마 흥행공식' 학습"

입력
2021.04.12 20: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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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방송 1위 KT, 콘텐츠 제작에 뛰어든 '핵심무기'
매년 7,000억 건 쌓이는 시청이력 빅데이터
흥행 가능성, 예상 매출 제시하는 AI 모델 개발

KT의 'AI 흥행 예측 모델'을 개발한 주은정(왼쪽) KT AI 빅데이터 융합사업담당 팀장과 안우현 미디어콘텐츠담당 팀장. KT 제공

KT의 'AI 흥행 예측 모델'을 개발한 주은정(왼쪽) KT AI 빅데이터 융합사업담당 팀장과 안우현 미디어콘텐츠담당 팀장. KT 제공

최근 미디어 업계에 떨어진 지상 과제는 양질의 시나리오 찾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동영상 소비 시간이 증가하자 동영상서비스(OTT) 업체들이 앞다퉈 콘텐츠 확보에 나서고 있어서다. 특히 넷플릭스의 경우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으면서 흥행 가능성이 높은 지식재산권(IP)을 쓸어가고 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기대작은 참패를, 비기대작은 흥행을 가져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업계에선 이런 콘텐츠 사업에 대해 '감에 의존한 도박'이라고 표현한다.

이 가운데 KT가 이런 불확실성을 인공지능(AI)으로 극복하겠다고 나서면서 주목받고 있다. 첫 모델은 지난달 23일 KT 기자간담회에서 공개된 'AI 흥행 예측 모델'이다. KT에 따르면 이 모델은 시나리오와 출연배우, 장르 등의 정보만 입력하면 흥행 가능성과 예상 매출을 알려준다. 이를 두고 미디어 업계에선 "사람의 감정까지 파악하기에는 AI가 한계가 있다"는 반응에서부터 "우리 작품을 테스트 받아보고 싶다"는 기대감도 나왔다. 발표 다음 날 KT 주가는 3.7%나 올랐다.

알파고가 바둑 정복하듯 드라마 '흥행공식' 공부한 AI

최근 광화문 KT 사옥에서 만난 주은정 KT AI 빅데이터 융합사업담당 팀장은 "자체 테스트 결과 10개를 예측하면 7~8개 맞는 것 같다"며 "KT가 보유한 엄청난 데이터 덕분에 신뢰도가 높은 알고리즘을 개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KT의 AI 모델은 구글 알파고의 바둑 학습 방식과 유사하다. 알파고는 16만 건의 바둑 기보를 스스로 학습해 수많은 경우의 수에서 최적값을 찾았다. 유료방송 1위 사업자인 KT도 1,300만 명이 매년 생성하는 7,000억 개의 시청 데이터를 활용했다.

우선 KT는 현재 서비스 중인 800여 개의 주문형비디오(VOD) 드라마를 세부적인 카테고리로 분류, 분석이 가능한 데이터로 만들었다. 장르만 50개 이상으로 구분하고, 참여 배우도 '비주얼' '연기파' '개성파' 등으로 나눴다. 콘텐츠의 시놉시스(간단한 줄거리)도 단어 및 키워드 단위로 쪼개 입력했다. 이렇게 구성한 데이터를 KT의 시청이력 빅데이터와 조합, 흥행에 최적화된 장르·배우·키워드를 AI가 스스로 발굴하는 식이다. 최종적으로 AI 모델은 10단계로 나눠 작품의 흥행과 매출을 예상한다.

"최종 목표는 사람들이 좋아할 장면을 먼저 추천하는 AI 개발"

KT는 AI 모델을 통해 투자 효율성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우현 KT 미디어콘텐츠담당 팀장은 "시나리오 검토 과정에서 4~5등급이 나오면 바로 탈락시킨다"며 "마지막 투자 심의 과정에서도 참고 자료로 첨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은숙 작가가 집필해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더 킹'은 KT 모델에서 2등급이 제시됐고, 실제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냈다.

KT는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도 참여 가능한 AI 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다. AI가 자체 판단, 시청자들에게 눈에 띌 만한 장면을 먼저 제안하는 식이다. 안 팀장은 "현재 인기를 얻고 있는 포인트를 넣으면 흥행 등급이 얼마 향상될 수 있다고 알려주거나, 키스신·액션신 등 시청 이력에서 순간 시청률이 높았던 장면을 추천하는 등의 모델을 만드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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