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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만 아니다... '인종차별 피해'에 경계심 높아진 영국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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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만 아니다... '인종차별 피해'에 경계심 높아진 영국 축구

입력
2021.04.12 10:20
수정
2021.04.12 10:43
0 0

소속팀 토트넘 "우린 손흥민의 편, 대응 방법 찾겠다"
손흥민, 스완지시티 등의 '주간 SNS 보이콧' 동참
"SNS에서 괴롭힘 증오발언 근절해야"

손흥민이 12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2020-2021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1라운드 홈 경기를 마치고 구단 공식 채널과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손흥민이 12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2020-2021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1라운드 홈 경기를 마치고 구단 공식 채널과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축구 선수 손흥민이 경기 내용을 이유로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인종차별 공격을 당하자 소속 구단인 토트넘 홋스퍼가 "프리미어리그 사무국과 함께 조사해 가장 효과적 대응 방안을 찾아보겠다"며 강경 대응을 선언했다.

토트넘이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이런 사건의 피해자가 손흥민만이 아니기 떄문이다. 영국 축구 리그는 이번 시즌 들어 선수를 겨냥한 인종차별 공격으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일부 선수와 구단이 미온적인 대응을 하는 SNS에 항의하는 의미로 일시 보이콧을 선언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11일 벌어진 토트넘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영국 프리미어리그 경기가 끝난 후 토트넘의 공식 트위터 계정과 손흥민의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에 그를 향한 공격이 쏟아졌다. 경기 내용과는 관계없이 욕설과 동양인을 비하하는 인종차별적 언사를 저지르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게 토트넘의 입장이다.

토트넘은 이날 내놓은 성명을 통해 "늘 그렇듯이 우리 선수 중 한 명이 더욱 끔찍한 인종차별 공격을 당했다"며 "SNS 플랫폼에 이를 신고했으며, 프리미어리그 사무국과 함께 조사에 나서 가장 효과적 대응 방법을 찾아 보겠다. 우리는 소니(손흥민)의 편이다"라고 했다.


"오늘도 또 인종주의 공격"

손흥민의 인종차별 공격 피해를 비판하는 토트넘 홋스퍼 공식 트위터 캡처.

손흥민의 인종차별 공격 피해를 비판하는 토트넘 홋스퍼 공식 트위터 캡처.

이 성명에 "늘 그렇듯이"라는 표현이 붙은 이유는, 비슷한 내용의 성명이 토트넘뿐 아니라 여러 팀에서 우후죽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스카이스포츠에 따르면, 축구 선수를 향한 SNS상의 인종주의와 성 차별 공격은 이번 시즌 들어 더욱 극심해졌다. 패배한 팀의 선수, 반칙을 범한 선수, 상대 팀 감독, 마음에 안 드는 판정을 내린 심판까지 '사이버불링'의 표적으로 삼으면서 자신의 증오심을 표출하는 데 극단적 표현까지 서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난 주말만 해도 손흥민뿐 아니라 맨체스터 시티의 라힘 스털링, 더비카운티의 콜린 카짐리처즈 등이 인종주의 공격을 당했다. 나비 케이타, 사디오 마네, 트렌트 알렉산더아널드는 지난주 중 소속팀 리버풀이 유럽 전역 팀들의 대결인 챔피언스리그에서 레알 마드리드에 패한 후 인종주의 공격을 당했다.

리버풀 여성 축구팀의 윙어 린솔라 바바지데 역시 지난주 초 SNS에서 인종차별에 성차별까지 섞은 댓글을 공개한 후 "사람들이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리버풀 관계자는 "바바지데는 거의 매주 이런 공격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손흥민을 향해 인종차별적 공격을 한 이들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팬으로 추정되고는 있지만, 정작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마커스 래시퍼드와 앙토니 마르시알, 프레드(프레데리쿠 호드리게스 지 파울라 산투스) 등도 인종주의 공격의 주요 표적으로 고통을 호소한 바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선수뿐 아니라 심판이나 감독, 관계자 및 가족조차 SNS를 통한 위협에서 자유롭지 않다. 뉴캐슬의 스티브 브루스 감독은 아들이자 축구선수인 "알렉스(브루스)의 계정을 통해 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려 죽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했다.


티에리 앙리 "SNS상 괴롭힘, 저작권 침해 수준으로 제재해야"


8일부터 일주일간 SNS 보이콧을 선언한 스완지 시티 공식 트위터 캡처.

8일부터 일주일간 SNS 보이콧을 선언한 스완지 시티 공식 트위터 캡처.

이런 상황에도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SNS 운영사들이 미온적 대응에 그치자 축구계의 선수와 팀, 단체 등은 SNS 운영 기업에 응답을 요구하며 '보이콧'을 시도하고 있다.

영국 2부리그 챔피언십에서 경쟁 중인 스완지 시티와 버밍엄 시티, 스코틀랜드 리그의 레인저스 등이 8일부터 팀 차원에서 일주일 동안 SNS 보이콧에 들어갔다. 이 조치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링크트인, 스냅챗, 틱톡 등 모든 플랫폼에 걸쳐 진행된다.

인종차별 공격을 당한 손흥민은 팀 동료 델레 알리, 카일 워커와 함께 일주일 동안 소셜 미디어 보이콧에 동참했다. 리버풀의 위르겐 클롭 감독애스턴 빌라의 딘 스미스 감독 등은 모든 축구 팀과 선수들이 여기에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프랑스 국가대표 출신이자 영국 축구팀 아스널의 전설이기도 한 감독 티에리 앙리는 3월 "온라인의 괴롭힘 행동이 저작권 침해와 같은 수준으로 규제될 때까지 모든 SNS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프리미어리그를 비롯한 영국 8개 축구리그 및 단체는 올해 2월 인스타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페이스북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트위터의 잭 도시 CEO를 향해 보낸 공개 서한에서 SNS상 각종 혐오 발언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SNS 운영사 측이 일시적인 메시지 차단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는 데 그치고 있기 때문에 SNS에서 혐오 발언이 뿌리 뽑히지 않고 있다며, 인종 등 차별과 혐오 발언이 보이지 않도록 선제 필터링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개인 신원을 식별할 수 있는 향상된 조치와 불량 이용자의 차단을 요구했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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