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나탄즈 핵시설에 '정전' 사이버 공격
원심분리기 생산 복구에 최소 9개월 전망
美·이스라엘 당국 "이스라엘 소행이 맞다"
이란 나탄즈 핵시설이 ‘사이버공격’을 받았다. 방사능 오염 등의 피해는 없었지만, 복구에만 9개월 넘게 소요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측은 이번 공격을 ‘핵 테러’ 행위로 규정하고 서방에 화살을 돌렸다. 이스라엘이 유력 배후로 꼽힌다. 이제 막 발을 뗀 이란 핵합의(JCPOAㆍ포괄적공동행동계획) 정상화 노력에도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
베흐루주 카말반디 이란원자력청 대변인은 11일(현지시간) “나탄즈 지하 핵시설의 배전망 일부에서 사고가 있었으나 오염이나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카말반디 대변인은 수시간 지난 후 다시 자국 언론을 통해 “이란 정부는 이런 비열한 행위를 비난하며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국제사회가 핵 테러 행위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순 사고가 아니라 외부세력에 의한 명백한 ‘테러’라는 것이다.
나탄즈 핵시설에는 JCPOA에서 사용을 금지한 개량형 원심분리기가 설치돼 있다. 사고 발생 날짜도 외부의 의도적 공격임을 암시한다고 이란 측은 주장한다. 전날 이란 정부는 ‘핵기술의 날’을 맞아 나탄즈 지하 핵시설에서 개량형 원심분리기인 IR-5ㆍIR-6를 가동하는 행사를 열었다. 해당 원심분리기는 IAEA의 일일 사찰 대상이기도 하다. 지난해 7월에도 이 핵시설에서는 폭발 사고가 일어났고, 이란 정부는 외부의 의도적 파괴행위라고 주장했었다.
이란 측이 언급한 가해자는 이스라엘이 거의 확실하다. 이스라엘 매체들부터 자국 당국이 사이버공격의 배후라고 공개했다. 이스라엘 공영방송 칸은 익명의 정보 소식통을 인용해 이날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나탄즈 핵시설을 대상으로 사이버공격을 감행했다고 보도했다. 일간 예루살렘포스트도 아비브 코하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이 이란의 사고 발표 후 군 작전을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역시 “이스라엘의 비밀작전의 결과물”이라며 “이란의 우라늄 농축 능력이 크게 훼손됐다”고 진단했다. NYT는 또 “핵시설 생산을 복구하는데 최소 9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추진하는 JCPOA 복원 협상에도 여파가 미칠 가능성이 높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사건 이튿날인 12일 의회에 출석해 "우리는 시오니즘 정권(이스라엘)의 행동에 대해 복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공격 배후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이란 인터넷 매체 '누르뉴스'는 이날 이란 정보 당국자를 인용해 나탄즈 핵시설 배전망을 파괴한 사람이 특정됐다며 당국이 해당 인물을 체포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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