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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 없는 종교의 한 극단

입력
2021.04.14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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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4 보코하람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의 자생적 이슬람 원리주의 무장단체 '보코하람'. issafrica.org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의 자생적 이슬람 원리주의 무장단체 '보코하람'. issafrica.org

보코 하람(Boko Haram)은 윤리에서 해리된 종교의 해악이 어디까지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 온 나이지리아의 자생적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단체다. 그들은 서구 침탈에 대한 '복수'와 '응징'의 명분조차 없이, 오직 '선지자의 가르침'에 헌신하고 샤리아 율법의 세상을 만들고자 2009년 북부 산악지역을 거점 삼아 총을 들었다. 쿠란에 기록되지 않은 모든 문명의 이기와 근대적 가치를 부정하며, 고대 칼리프제국 건설에 도움이 된다면 어떤 수단과 방법도 정당화된다는 원칙 위에서 학살과 테러를 서슴지 않았고, 2015년 ISIS에 대한 충성을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보코와 하람은 현지어로 각각 '서양식 비이슬람 교육'과 '죄악'을 의미한다.

어린 여성을 납치해 성노예화하고, 전투원과 강제 결혼시켜 아이를 낳게 하고, 허리에 폭탄을 두르게 한 뒤 자살 테러에 동원하는 게 보코하람의 전형적인 테러 수법이었다. 그들은 2014년 이후 최근까지 최소 50여 차례 대·소규모 납치를 감행했다. 대표적인 게 2014년 4월 14일 나이지리아 북동부 보르노주 치복의 공립 중등학교 여학생 276명을 집단 납치한 거였다. 마을 주민 대다수가 기독교인이었고, 마침 학교는 기말시험 기간이었다. 무장 테러리스트들은 소수의 마을 치안대원들을 간단히 제압한 뒤 약 5시간여 동안 납치와 방화를 일삼았다. 그렇게 납치된 여성 일부는 어김없이 자살 폭탄 테러에 동원됐다.

유엔 등 국제사회의 구조 노력은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일부 스스로 탈출한 아이들을 빼면 3년 뒤 치안당국에 체포된 보코하람 포로 교환 조건으로 풀려난 82명이 귀환한 전부였다. 지난해 12월에는 "알라와 신성한 예언자가 허용하지 않는 교육"을 받아온 북서부 카트시나주 기숙학교 남학생 320여 명도 납치됐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에 따르면 지금까지 보코하람 테러로 나이지리아에서만 3만여 명이 숨졌고, 약 300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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