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문제없다" 속 여당 부동산 정책 미세 조정 논의
공시가율 인상 속도 조절 관측
"공시가 현실화율 방향 자체 바꾸진 않을 것" 전망
올해 14년 만에 가장 큰 폭(19.08%) 오른 공동주택 공시가격 재산정 문제를 놓고 정부와 지자체 간 갈등이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 서초구와 제주도가 국토교통부를 향해 “엉터리 공시가격”이라고 반발한 데 이어 오세훈 신임 서울시장도 시 차원의 전면 재조사를 지시했다.
하지만 공시가격 조정 권한을 가진 정부가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여 공시지가 재조정을 둘러싼 양측 간 공방은 지속될 전망이다.
11일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오 시장과 통화에서 공시가격 검증과 부동산 정책 바로잡기에 함께 나서기로 했다”며 지역 단체장의 동참을 호소했다. 조은희 서초구청장도 이날 “전국적인 조사로 확대돼 정부의 엉터리 공시가격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당 지자체장만 공시가격 문제를 제기한 것은 아니다. 공시지가 인상이 지역 민심에 악영향을 미치자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춘희 세종시장도 "70% 이상 폭등한 아파트 공시가격을 낮춰달라"는 의견을 정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공동주택 공시가격 조사 및 조정 권한을 가진 국토부는 "별문제가 없다"며 맞서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주도와 서초구가 문제를 제기한 일부 아파트 단지는 개별 특성을 공개하지 않거나 무시한 악의적인 공격"이라며 "같은 단지 내 같은 층이라도 여건에 따라 가격 차이가 발생할 수 있어 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공시가 재산정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자 오 시장은 정부와 직접 협의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10일 서울역 코로나19 임시선별진료소 현장점검 이후 기자들과 만나 “급격한 공시가 인상은 세금 인상과 건강보험료 등 60여 가지 이상의 경제적 부담에 영향을 미친다”면서 “서울시가 공시가를 조정할 권한은 없지만, 정부가 더 이상 급격한 속도로 올리지 않도록 협의는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공시가 조정은 힘들더라도 잘못된 공시가격 산정 사례를 자체 조사로 살펴본 다음 내년 동결을 위한 근거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보궐선거 참패로 부동산 정책에 대한 성난 민심을 확인한 당정도 보유세 완화 등 부동산 정책 미세 조정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당 안팎에서 거론되는 방안은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완화, 공시가 9억 원인 종부세 부과 기준 상향, 종부세 인상률 유예 등이다.
다만 서울시 등 지자체장이 요구하는 공시가 재산정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는 현재 70% 안팎인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30년까지 9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인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도 '공시가 상승률을 10%로 제한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던 만큼 여당이 국민의 조세 저항 속에 공시가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며 "다만 이 정부의 주요 부동산 정책인 공시가 현실화율 방향 자체는 수정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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