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갈 시간도 없어"… 불만 커져
반대가 찬성보다 2배 많아 설립 불발
높아지는 단결권 보호법 통과 목소리
화장실 갈 시간이 충분치 않아 병에 소변을 봐야 한다는 호소도, 대통령의 공개 지지도 소용 없었다. 미국 정보기술(IT) 공룡 아마존 노동자들의 첫 노동조합 결성 시도가 결국 좌절됐다. 하지만 끝은 아니다. 국제사회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의 열악한 환경에 주목하면서 IT 노동자들의 인권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이날 미 앨라배마주(州) 베서머에 있는 아마존 물류창고 직원들의 노조 결성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7주간 이어진 소매ㆍ도매ㆍ백화점노동자조합(RWDSU) 가입 찬반 투표 결과, 총 투표수 3,215표 가운데 반대 1,798표, 찬성 738표로 노조를 거부한 사람이 두 배나 많았다.
노조 설립이 본격 추진된 건 지난해 7월. 사측의 미흡한 감염병 방역 조치와 열악한 근무 환경 등 악재가 쌓이면서 직원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투표가 한창이던 지난달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고용자의 협박ㆍ위협 없이 이뤄져야 할 중요한 선택”이라며 노조 설립에 힘을 보탰고, 정치권ㆍ연예계 주요 인사들도 동참하면서 아마존 노조가 출범하느냐 마느냐는 전국적인 관심사가 됐다.
이토록 지지와 응원이 굳건했건만 노동자들은 스스로의 보호막을 두려워했다. 노조 설립으로 얻게 될 혜택보다 일자리 안정성을 더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노동경제학자인 이완 배런케이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에 “시간이 지날수록 (실직 가능성 등) 회사의 메시지가 직원들에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앨라배마의 저소득층 거주 비중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노조가 들어서더라도 내심 급여, 복리후생 혜택이 획기적으로 좋아지지 않을 것이란 인식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측은 미 평균 대비 2배의 최저임금(시간당 15달러)과 괜찮은 수준의 복지(의료보험, 퇴직혜택)를 부각하며 반(反)노조 논리를 설파했다.
그러나 아마존의 노조 추진 여파는 작지 않아 보인다. 일단 법적 공방이 불가피해졌다. 노조 추진 측은 회사를 미 노동관계위원회(NLRB)에 고소하기로 했다. 투표 기간 사측이 화장실 문마다 전단을 붙이고, 직원들에게 반노조 회의에 참석하라고 종용하는 등 노조 파괴 공작을 벌였다는 이유다.
노동자들의 결속력을 약화시키려는 이런 행태는 역설적으로 노동권 강화 논쟁에도 불을 붙였다. 외신은 한 목소리로 노동법 개정 논의가 활발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레베카 기번 럿거스대 노동고용법 교수는 미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에 “이번 투표 결과는 불균형한 현행 미 노동법의 실태를 여실히 입증했다”며“법적 제약이 없을 때 노동자들이 직장에서 목소리를 내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준 사례”라고 지적했다.
후폭풍은 정치권으로도 번졌다. 미 하원은 지난달 △쉬운 노조 설립 △노조 가입 자격 대폭 확대 등의 내용이 담긴 법안을 통과시켰다. “뉴딜 이래 가장 중요한 노동법”이라고 평가 받는 ‘단결권 보호법’이다. “기업을 고사시키는 법”이라며 공화당과 기업의 저항이 큰 탓에 민주ㆍ공화당이 반분한 상원 문턱을 넘기 쉽지 않으리란 관측이 많았지만, 아마존 노조 불발 사태를 계기로 법안 통과 여론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바비 스콧 민주당 하원교육노동위원회 위원장은 “단결권 보호법을 강화하기 전까진 노동자들이 자유롭고 공정한 노조 활동에 참여할 수 없을 것”이라며 상원에 법안 가결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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