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빈센트섬 수프리에르 화산, 42년 만에 분화
1만6000명 대피령… 백신 안 맞으면 이웃국 못가
40여년 만에 화산이 폭발한 카리브해의 한 섬나라 주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섬을 빠져나가는 데 애를 먹고 있다. 백신 주사를 맞지 않고는 이웃 나라로 건너가기가 힘들어서다.
외신에 따르면 9일(현지시간) 오전 8시 40분쯤 카리브해 섬나라 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에서 가장 큰 섬인 세인트빈센트섬 수프리에르 화산에서 폭발성 분출이 일어났다. 폭발 뒤 화산재 기둥이 6㎞ 높이까지 치솟고 연기로 인근 마을이 껌껌해졌을 정도였다. 규모가 작은 폭발들도 이어졌다.
1902년 폭발 당시에는 1,600명이 숨지기도 했지만, 이번 폭발로 인한 사망이나 부상은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 폭발 전 인근 주민들에게 대피령이 내려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최근 해당 화산의 심상찮은 조짐을 주시하던 전문가들이 전날 지진 관측 뒤 당국에 폭발 가능성을 알렸고, 랠프 곤살베스 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 총리가 곧장 위험 지역 주민 약 1만6,000명에게 대피하라고 명령했다.
해발 1,234m인 수프리에르 화산이 폭발한 건 42년 만이다. 마지막으로 폭발한 때가 1979년 4월이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날로 사태가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카리브해 각국에 분교를 둔 웨스트인디스대 지진센터 이루실라 조지프 센터장은 추가 폭발이 있을 것이라며 화산 활동이 길면 몇 달 동안 이어질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현재 정부가 마련한 62곳의 대피소에 주민 2,000여명이 대피해 있지만, 당국은 일부 주민을 크루즈선에 태워 인근 다른 섬으로 보낼 계획이다. 세인트루시아, 그레나다, 바베이도스, 앤티가바부다 등 인근 카리브해 섬나라들이 피난민들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하지만 코로나가 발목을 잡고 있다. 크루즈선 승선이나 이웃 국가 이동을 위해서는 백신 접종이 필요하고 이런 상황이 대피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은 카리브해 윈드워드제도에 세인트빈센트섬 등 여러 섬들로 이뤄진 면적 389㎢의 영연방 국가로, 인구는 11만명가량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카리브해 동부 지역에는 수프리에르 화산을 포함, 11개 섬에 총 17개의 활화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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