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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당 세포대회서 '고난의 행군' 재소환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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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당 세포대회서 '고난의 행군' 재소환한 까닭은

입력
2021.04.0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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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제재·코로나 등 대외환경 의식
"굶어 죽어도 우리 길 간다"는 선언
경제난 장기화에 사상 통제 '채찍질'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8일 제6차 당 세포비서대회에서 결론과 폐회사를 했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9일 보도했다. 평양=노동신문 뉴스1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8일 제6차 당 세포비서대회에서 결론과 폐회사를 했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9일 보도했다. 평양=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겸 노동당 총비서가 김일성·김정일 시대에 이어 '고난의 행군'을 언급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난 심화로 안팎의 상황이 녹록지 않음을 인정한 셈이다. 그럴수록 내부 결속을 다져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9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총비서는 전날 당 세포비서대회 폐회사에서 "우리의 전진도상에는 많은 애로와 난관이 가로놓여 있어 당 제8차 대회 결정 관철을 위한 투쟁은 순탄치 않다"며 "그 어디에 기대를 걸거나 바라볼 것도 없고, 그 어떤 우연적 기회가 생길 것을 절대로 믿지 않는다"고 현 정세를 평가했다. 이어 "나는 당 중앙위원회부터 시작해 각급 당 조직, 전당의 세포비서들이 더욱 간고한(힘든) '고난의 행군'을 할 것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고난의 행군은 과거 김일성이 이끄는 항일 빨치산부대가 추위와 굶주림 속에서 일본군의 추격을 피해 100일간 행군한 데서 유래한 구호다. 북한 정권은 대형 위기 때마다 이를 사상교육 전면에 내세웠다. ‘허리띠 졸라매기’를 독려하고, 패배주의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서다.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후 북한의 경제 사정이 극도로 나빠져 수십만 명의 아사자가 발생했던 때를 '고난의 행군' 시기로 부른다.

이 같은 표현을 재소환한 건 김 총비서가 현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난 1월 당 대회 때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자력갱생' '자급자족' 방식으로 완수하겠다고 밝힌 것과도 맞닿아 있다. 불투명한 제재 완화나 북미대화 재개에만 기대지 않겠다는 뜻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내부 위기에 따른 사회적 동요를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대외적으론 '굶어 죽어도 우리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 총비서는 구체적으로 노동당 최말단 조직인 당 세포의 10대 과업과 이들을 통제하는 세포비서의 12가지 기본 품성을 제시하며 사상교육과 통제 강화를 주문했다. 특히 청년세대의 기강 해이를 심각하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주의 배급제보다 시장경제에 익숙한 ‘장마당 세대’(20·30대)를 겨냥한 것이다. 그는 "청년 교양문제를 당과 혁명, 조국과 인민의 사활이 걸린 문제, 더는 수수방관할 수 없는 운명적인 문제로 받아들이고 품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며 옷차림과 머리단장, 언행, 인간관계까지 세심히 통제할 것을 지시했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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