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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안 하면 어떻게...” 번식장 개 데려다 ‘강압 미용’ 가르친 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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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안 하면 어떻게...” 번식장 개 데려다 ‘강압 미용’ 가르친 학원

입력
2021.04.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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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에 위치한 한 반려견 미용학원에서 실습견 여러 마리를 한꺼번에 철장에 넣어두고 있다. 제보자 A씨 제공

경남에 위치한 한 반려견 미용학원에서 실습견 여러 마리를 한꺼번에 철장에 넣어두고 있다. 제보자 A씨 제공


미용학원의 실태는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직접 마주하고 보니 너무 심각했어요.

제보자 A씨, 동그람이와의 통화에서

A씨는 그날 기억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반려견 7마리를 키우는 그는 미용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경남의 한 반려견 미용학원에 등록했습니다. 학원 등록 전 진행된 상담에서 그는 소문으로만 듣던 미용학원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실습견으로 번식장의 개를 데려온다는 것이었죠. 학원 관계자 설명을 들은 A씨는 다소 찜찜했지만, 생계를 위해 학원 수업을 듣기로 마음먹었습니다.

A씨가 반려견 미용 실습 현장에서 마주한 '실습견'의 모습. 실습견은 번식장에서 데려온 개들이었으며 종양이 발견되거나 혀가 잘린 모습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제보자 A씨 제공

A씨가 반려견 미용 실습 현장에서 마주한 '실습견'의 모습. 실습견은 번식장에서 데려온 개들이었으며 종양이 발견되거나 혀가 잘린 모습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제보자 A씨 제공

하지만, 학원에서 마주한 ‘실습견’의 상태는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A씨는 “실습견으로 온 개들은 미용보다는 치료가 더 필요한 듯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두꺼운 종양을 달고 있는 개, 혀가 잘린 개, 가위에 찔린 상처가 남아 있는 개를 목격할 수 있었다”며 “학원에서 폭행한 것인지 번식장에서 폭행한 것인지는 몰라도 멍자국이 있는 개들도 볼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실습견의 상태도 심각했지만, 더 심각한 건 실습견을 대하는 강사 태도였다고 A씨는 털어놓았습니다. 그는 “강사가 실습견의 뒷다리를 잡고 원하는 자세가 될 때까지 놓지 않고 개를 고정시켰다”며 “누가 봐도 강압적으로 미용한다고 느낄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돌아봤습니다. 보다 못한 A씨가 “그렇게까지 해야 하느냐”고 묻자 돌아온 강사의 대답은 이랬습니다.

미용하면서 이 정도도 안 해요?

번식장 개들의 상태만큼이나 심각한 건 미용학원 측이 개를 대하는 태도였다고 A씨는 전했다. 그는 반려견의 미용 실습이 개에게 강압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보자 A씨 제공

번식장 개들의 상태만큼이나 심각한 건 미용학원 측이 개를 대하는 태도였다고 A씨는 전했다. 그는 반려견의 미용 실습이 개에게 강압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보자 A씨 제공

결국 A씨는 죄책감에 학원 수강을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그는 “미용 자체가 반려견에게는 스트레스”라며 “반려견이 미용 받기를 원치 않으면 잠시 미용을 중단하고 미용을 이어가는 업체들도 많은데, 이런 교육방식은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A씨는 4일, 자신의 경험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했습니다. A씨의 폭로 이후 반려견 커뮤니티 등을 통해 이 소식이 알려졌고, 동물보호단체 ‘유엄빠’(유기동물의엄마아빠)는 A씨와 함께 이를 공론화했습니다. 유엄빠 관계자는 동그람이와의 통화에서 “공론화 이후 A씨가 수강한 학원 뿐 아니라 다른 학원에서 비슷한 경험을 겪었다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며 “동물의 생명을 존중하는 법을 알려줘야 할 교육업계에서 폭력을 가르치고 있는 것을 그만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유엄빠는 향후 법적 검토를 통해 해당 반려견 미용학원을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고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이번 사안에 “동물보호법에는 동물을 적절하게 사육 및 관리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며 동물보호법상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습견으로 동원된 개 9마리가 한 사육장 안에 들어 있다. 동물보호법상 '적절한 사육 관리'로 보기 어려운 대목으로 보인다. 제보자 A씨 제공

실습견으로 동원된 개 9마리가 한 사육장 안에 들어 있다. 동물보호법상 '적절한 사육 관리'로 보기 어려운 대목으로 보인다. 제보자 A씨 제공

과도한 '강압 미용'만큼 번식장에서 개를 데려와 미용 실습견으로 활용하는 관행도 문제지만, 현행법상 이를 금지하는 규정은 없는 실정입니다.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의 권유림 변호사(법률사무소 율담)는 “현행 실험동물법의 경우 실험동물을 등록된 실험동물공급업자로부터 공급받으라는 규정이 있다”며 “미용 실습에 이용되는 동물 역시 무분별하게 개농장에서 투입되는 것을 막고 등록 및 관리되는 업체로부터 공급받는 규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사건을 공론화한 A씨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는 당장 번식장을 없앨 수도, 미용업계의 실습견 관행을 금지할 수도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습니다. 대신 그가 요구한 것은 단 하나, ‘생명존중’이었습니다.

번식장에서 사는 애들, 불쌍한 애들이잖아요.
최소한의 조치는 해줘야 하지 않겠어요?
실습을 하더라도 그 아이들의 처지를 한 번쯤 생각해 줬으면 좋겠어요.

미용업계가 A씨의 호소에 어떻게 응답할지 주목됩니다.

정진욱 동그람이 에디터 8leonardo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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