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매매수급지수 96.1, 강남4구도 98.9
100 아래면 '공급 > 수요'
"집값 하락 시그널" 분석에 "일시적 조정" 반론도
뜨겁게 타올랐던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약 4개월 만에 매매수급지수가 100선 아래로 떨어졌다. 이는 매매시장에 수요보다 공급이 더 많아졌다는 의미다. 매물도 쌓이는 추세라 일각에선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율 인상과 시중금리 상승으로 인한 집값 하락이 본격화한 것이라 분석한다. 반면 아직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5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6.1로, 지난주 대비 4.9포인트 줄었다. 이 지수가 100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해 11월 말 이후 처음이다. 4개월 만에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에서 공급이 수요보다 많아졌다.
아파트 수요 감소는 서울 전 지역에서 나타났다. 특히 초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매매수급지수도 5일 기준 98.9로 떨어졌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시중금리 상승 및 세금 부담 증가, 2·4 공급대책 구체화 등으로 매수세가 위축되고 관망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물도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4만7,981건으로, 지난달 9일과 비교해 12.8% 증가했다. 이 기간 동안 관악구 매물이 22.6% 늘어나며 자치구 중에 증가율 1위를 기록했고, 도봉구(20.1%)와 송파구(18.3%)가 뒤를 이었다. 강남구도 아파트 매물이 16.0% 증가해 서울 평균을 상회했다.
정부는 집값 하락의 전조로 해석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부동산 시장이 매수자 우위로 재편되는 모습을 보이며 매매 거래량이 감소하고 매도 매물이 증가하고 있다"며 "가격 상승세가 조금씩 둔화되는 등 시장 안정세가 어렵게 자리 잡아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달리 집값 하락이 시기상조이고 최근 흐름은 일시적인 조정에 불과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에도 4월부터 보유세 부담을 피하려는 매물이 많아지며 수급지수가 하락했으나, 6월로 들어서며 다시 수요가 늘어났다. 지난 7일 보궐선거 이후엔 오세훈 서울시장의 10년 만의 복귀로 민간 재개발·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며 강남4구 구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값이 급등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서울 집값 횡보세를 예상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최근 수도권 주택 가격 상승세는 서울에서 경기·인천으로 주도권이 넘어간 모양새"라며 "서울은 낮은 거래량 속에서 재건축 등 호재가 있는 아파트를 중심으로 시장이 움직이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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