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훈·이재도·이대성·김낙현 등 팀 6강 올려
어시스트 뿐만 아니라 득점력까지 보유
듀얼가드간 대결 보는 재미 쏠쏠
2020~21시즌 남자 프로농구 정규시즌 득점 1위(국내선수)는 부산 KT 허훈이다. 포인트가드 역할에 충실해 어시스트 1위도 그에게 돌아갔다. 두 부문 동시 석권은 1997년 KBL 출범 이래 처음이다. 자신에게 수비가 붙어 생긴 공간을 활용해 동료 득점까지 챙기면서 나온 기록이다. 이번 시즌은 허훈뿐만 아니라 이대성(고양 오리온) 김낙현(인천 전자랜드) 이재도(안양 KGC인삼공사) 등 포인트가드가 득점 상위 10위에 6명이나 있고, 어시스트 상위권에도 동시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번 플레이오프 6강전에서 이들을 모두 코트에서 만날 수 있어, 듀얼가드간 대결을 보는 재미에 관심이 쏠린다.
10일 오리온(정규리그 4위)과 전자랜드(5위)가, 11일 KGC인삼공사(3위)와 KT(6위)가 각각 플레이오프 1차전을 치른다. 이들 팀에는 포인트가드임에도 돌파와 슛 등 공격전술이 뛰어난 듀얼가드가 포진해있다. 김도수 SPOTV 해설위원은 “볼 핸들러에게서 시작되는 공격이 많은 추세여서, 득점력을 지닌 포인트가드를 보유한 팀들의 성적이 좋은 편”이라며 “봄 농구처럼 단기전에선 다양한 전술이 나오는 만큼, 포인트가드 활약에 따라 팀 희비가 엇갈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선 오리온에는 이대성이 있다. 이번 시즌 자유계약선수로 오리온에 합류했는데도, 국내선수 득점 3위(14.8점), 어시스트 4위(5.4개), 스틸 1위(1.9개) 등 다양한 기록으로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다. 강을준 오리온 감독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자신만의 플레이가 녹아들었다는 평을 받는다.
베테랑 가드답게 경험도 풍부하다. 울산 현대모비스 시절인 2018~19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눈에 띄는 활약으로 최우수선수(MVP)에 오르기도 했다. 김낙현은 8일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를 통해 “이대성으로부터 2대2나 파생되는 공격이 많아 잘 막아야 한다”며 주목 선수로 꼽았다.
이대성에게 주어진 과제는 대체 외국인 선수 데빈 윌리엄스와의 호흡에 있다. 윌리엄스는 시즌중인 2월 팀에 합류하다 보니, 출전시간도 17분6초에 그치고, 득점력(10.8점ㆍ41위) 등 활약이 아직은 부족하다. 파워 포워드 이승현이 부상까지 당해 윌리엄스의 골밑 플레이가 오리온에선 절실한 상황이다. 이대성은 “장점이 많은 선수다. 그간 새 무대에 적응한 만큼 앞으로 더 잘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오리온과 맞붙는 전자랜드에는 김낙현이 있다. 득점 4위(14.1), 어시스트 5위(4.8개)로, 정규시즌 이대성에게 뒤지지 않는 실력을 보였다.
김낙현은 무엇보다도 뛰어난 슈팅력을 갖고 있다. 3점슛 2위(2.5개)에 올라 있는데, 파고들어 가는 척하다가 던지는 스텝백 슛을 구사하다 보니 3점슛 성공률 5위(40.1%)에 오를 정도로 슛 정확도가 뛰어나다. 득점감각 탓에 수비수가 2명 이상 붙다 보니, 동료들에게 슛 기회도 잘 만든다. 전자랜드 외국인 선수 조나단모트리가 “워낙 슛 능력이 좋고, 기회를 어떻게든 살려주려고 해 편히 게임을 할 수 있다”고 했다.
KGC인삼공사와 KT 경기에서도 허훈과 이재도의 치열한 가드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빠른 발과 운동능력이 뛰어나다는 공통점이 있는 가드다. 특히 리그에서 어시스트 1위(허훈), 3위(이재도)에 오를 만큼, 탁월한 경기 운영능력도 갖고 있다.
이재도는 정규리그 MVP 후보 허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 받고 있지만, 팀 공헌도에서 허훈을 꺾고 1위에 올라 있다. KGC인삼공사가 시즌 중 주전 부상 등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팀의 중심을 잡아 3위에 올려놓은 것은 이재도가 있어 가능했다는 평가다. 이재도는 미디어데이에서 “플레이오프 때 내가 잘 막아 득점과 어시스트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했고, 허훈 역시 “이재도 형의 파울을 2배로 만들어 빨리 벤치로 내보내겠다”고 받아쳤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