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재산공개 안 해도 그만" 제도 악용한 세종시 공직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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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재산공개 안 해도 그만" 제도 악용한 세종시 공직자들

입력
2021.04.08 15:42
수정
2021.04.08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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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의원 18명 중 절반 넘는 10명 비공개
이춘희 세종시장도 자녀 재산 공개 거부
공직자윤리법 상 거부 가능 조항 이유로
국민의힘 세종시당, 고지 거부 부동산 조사 촉구

세종시의회 채평석, 이태환, 김원식 의원 땅 투기 의혹 관련 위치도. 국민의힘 세종시당 제공

이춘희 세종시장과 세종시의원 절반 이상이 가족(직계 존·비속)의 재산공개를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적 문제는 없지만 공직자나 그 가족의 부동산 자산 증식을 위한 '가족찬스'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비난 여론이 비등하다.

8일 세종시의회에 따르면 18명의 시의원 가운데 10명(55%)이 직계 존·비속의 재산 공개를 거부했다.

이태환 의장과 노종용 의원, 박성수 의원, 손인수 의원, 임채성 의원은 직계 존속(부모)의 재산공개를 거부한 상태다. 박용희 의원과 손현옥 의원은 모친의 재산을 공개하지 않았다. 서금택 의원은 장남·장녀·차녀. 이영세 의원은 장남·손자 2명, 채평석 의원은 장남과 차남의 재산 공개를 거부했다.

이춘희 세종시장도 자녀의 재산 공개를 하지 않았다.

이들은 현행 공직자윤리법상 허용 가능한 조항을 근거로 직계 존·비속의 재산을 공개하지 않았다. 공직자윤리법 제12조 4항을 보면 독립 생계를 유지하는 등의 사유가 명확하면 직계 존·비속 재산 고지 거부는 가능하다. 제4조 1항 3항의 사람 가운데 피부양자가 아닌 사람은 관할 공직자윤리위원회의 허가를 받아 자신의 재산신고 사항 고지를 거부할 수 있고, 3년 마다 재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들이 직계 존·비속 재산 공개 거부가 법적으로 문제는 없지만, 최근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 공직자와 그 가족의 부동산 투기 문제와 맞물려 비난 목소리가 거세다.

세종경찰청은 최근 기획부동산 업자와 이들로부터 땅을 산 공무원 6명 등 45명을 농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기획부동산 업자들은 2016년 10월부터 2019년까지 농지법인 명의로 세종시 일대 땅 1만7,000㎡를 매입한 뒤 텔레마케터를 고용해 경작 의사가 없는 이들에게 되팔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로부터 땅을 산 공무원 6명은 현직 정부부처 소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환 의장은 모친 명의로 조치원 서북부개발지구 토지를 매입하는 수법으로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의장의 모친은 2016년 6월 조치원읍 봉산리 땅 1,812㎡를 6억4,500만원에 사들였는데 당시 이 의장이 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 소속이어서 내부 정보를 이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땅을 산 뒤 일부가 도로로 편입돼 보상금 1억2,000만원을 받았고, 남은 땅의 현재 시세가 25억원 안팎까지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장은 이에 대해 "정보 취득이나 매입 과정에 직접적 연관이 없고, 몰랐다. 매입 당시 이미 노출될 개발정보였다"며 문제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 세종시당 윤리심판원은 지난 2월 시의회 상임위 심의 과정 등을 종합할 때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당원 자격정지 1년 6개월' 처분을 내렸다.

이에 이 의장은 중앙당 윤리심판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그러나 이 의장이 2015년 재산공개 대상에 포함된 이후 지금까지 '부모 재산 고지'를 거부해 부동산 투기 의혹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세종시당은 최근 논평을 통해 가족의 부동산 투기 적발을 위해 공개를 거부한 시의원의 직계 존·비속 재산까지 철저히 조사하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세종시당은 논평에서 "이태환 의장과 김원식 의원은 조치원 서북부개발지역 주변 땅을 가족이 사고, 자신들은 이 땅을 통과하는 도로 개설 예산을 편성했다"며 "차성호 의원은 연서면 자기 땅 2만6,182㎡ 근처에 국가산업단지를 유치했고, 채평석 의원은 시의원이 된 뒤 농사를 짓겠다며 도시계획도로와 접한 부강면 논 1,744㎡를 사들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의원들에게 특별한 걸 요구하는 게 아니라 보편적 가치와 기준, 윤리강령에 맞게 행동하라는 것"이라며 "단군 이래 최대 국책사업인 세종시 건설을 위해 땅을 헐값에 내놓은 분들을 위해서라도 망국적 범죄는 뿌리뽑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제도의 맹점을 서둘러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직자윤리법이 1983년 제정 이후 수 차례 개정·보완됐지만 여전히 재산등록 범위와 심사, 공개방법 등에 한계를 노출하고 있는 만큼 공직자 본인은 물론, 배우자, 직계 존·비속 모두 의무적으로 예외 없이 재산등록을 하도록 조항을 손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국법제연구원은 이같은 문제점을 지적하며 공직자 재산등록제도의 입법적 개선방안 연구를 진행하기도 했다.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공직자는 각종 공공 개발 정보 등을 누구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알 수 있는 만큼 재산공개 의무를 매우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며 "현재 제도를 꼼꼼하게 살펴본 뒤 재산공개 의무를 강화하는 등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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