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경쟁서 탈피해 '질문하는 인재' 목표
'따라하기' 아닌 최초 연구 집중 지원
국제화·기술사업화도 역점
지난달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제17대 총장에 취임한 이광형 총장이 8일 KAIST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 총장은 "지나친 성적 경쟁 중심 연구 환경과 교육 방식에서 벗어나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겠다"며 "벤처 창립을 유도하는 기술의 사업화, 다양성 증대를 통한 국제화도 중점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KAIST 최대 약점은 '따라 하기'"
이날 온라인으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이 총장은 "KAIST의 가장 큰 약점은 따라 하기 전략"이라며 자신이 평생을 몸담은 KAIST의 현주소부터 돌아봤다. 이미 유망 기술로 평가돼 남들도 다 하는 연구에 뒤따라 뛰어드는 방식으로는 세계 일류 대학이 될 수 없다는 지론이다.
이에 인재 양성 방식과 연구 환경을 뜯어고치기 위해 △교육 △연구 △국제화 △기술사업화 △신뢰 등 5개 분야에 걸친 변화를 예고했다. 이 총장은 "세계 10위권 대학을 목표로 새로운 전략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독서왕·질문왕 뽑겠다는 '괴짜 총장님'
교육 분야 변화는 성적 경쟁에서 벗어나 '질문하는 인재'를 육성하는 게 핵심이다. 이 총장은 "우선 교수들이 한 학기당 1주일 정도는 독서, 토론 등 다른 활동을 진행하도록 하겠다"며 "답이 없는 문제를 출제하거나 학생이 직접 문제를 만드는 등 시험 방식에도 변화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1985년 KAIST 전산학과 교수로 임용된 이 총장은 '내 컴퓨터를 해킹하라' '절대 풀 수 없는 문제를 창조하라' 등 독특한 시험문제를 내는 걸로 유명했다.
인문학적 소양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총장은 "기존 인문사회과학부를 디지털인문사회과학부로 개편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과학을 인문사회 영역에 접목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1랩당 책 1권 읽기 운동을 펼치고 두려움 없이 도전하도록 '실패연구소'도 운영할 계획이다. 그는 "성적 우등상 외에 총장상으로 도전왕, 독서왕, 봉사왕, 질문왕을 만들 것"이라며 "인간과 세상에 호기심을 갖고 질문할 줄 알아야 큰 꿈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포스트 AI' 먼저 대응하는 연구 진행
연구에선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야 한다'는 방향성을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대학이 AI를 연구하는데 단순히 따라가선 안 된다"며 "미래에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원할지 미리 읽어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연구는 세계 최초인 것에 우선권을 주고 미래 분야 교수진도 4년 내 100명을 확보할 방침이다.
이외에 외국인 교수와 학생, 여성 교수를 늘려 다양성을 높이고 국제공동연구 활성화도 추진한다. 기술사업화를 위해 창업지원제도를 재설계, 벤처기업 설립도 대폭 지원한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받은 청렴도 최하위 등급(5등급)은 청렴도개선위원회를 가동해 개선할 계획이다.
"KAIST도 삼성·BTS처럼 할 수 있다"
이 총장은 "삼성은 소니를 넘어섰고 SK하이닉스는 인텔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봉준호와 BTS는 각각 아카데미와 빌보드를 정복했다"고 말했다. 이어 "KAIST와 비교하면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는 거대한 산이지만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며 "질문하는 인재와 도전하는 연구로 KAIST만의 독특한 빛깔을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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