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CCTV'가 알려줬다…"터널에 역주행 차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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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CCTV'가 알려줬다…"터널에 역주행 차가 있어요"

입력
2021.04.10 06:50
수정
2021.04.10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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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양양터널 운영실 모습. 이 터널에 설치된 AI CCTV는 돌발상황이 감지되면 곧바로 이를 통제실로 전송한다. 사진=에스원

당신이 의류 회사 상품 기획자라면, 요즘 20~30대 여성들이 어떤 취향의 옷을 좋아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어떤 방법을 쓰겠는가.

이런 방법을 떠올릴 수 있다. 지금 구상 중인 10여 개 디자인을 매장 한편에 진열한 뒤 소비자들이 어떤 옷에 관심을 기울이는지 직접 살피는 것이다. 물론 온종일 해당 공간을 다녀간 이들을 일일이 살피는 게 상당히 번거로운 일이지만, 집중력과 인내만 있으면 원하는 데이터를 얻는 데 이런 단순 노동이 제격일 수 있다.

꼭 필요한 일이지만 사람이 하기 번거로운 이런 잡무, 폐쇄회로(CC)TV에 맡기면 어떨까. '종일 머리만 돌려대며 영상만 찍는 카메라 따위가 무슨'이라며 코웃음을 칠 수 있겠지만, 인공지능(AI) CCTV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말 그대로 심층학습(딥러닝)이 가능한 CCTV다. 가령 어떤 여성이 두 번째 디자인의 옷을 5초가량 주시한 뒤 몸에 살짝 걸쳐보는 식의 행동을 했다면 해당 디자인에 관심을 보였다고 해석할 여지가 충분한데, 사전에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한 AI CCTV는 이런 특정 패턴을 보인 여성을 연령별로 따로 추려내는 게 가능하다.

최근엔 여러 산업현장에서 AI CCTV가 널리 쓰이는데, 관련 기술 역시 날로 진화해 앞으로 쓰임새가 무궁무진하다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가까운 미래엔 AI CCTV가 특정 패턴 분석으로 단속을 뚫고 유유히 도로 위를 달리는 음주차량을 잡아내는 수준까지 진화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본다.

CCTV에 인공지능(AI) 칩을 끼웠더니

과거만 해도 CCTV 쓰임새는 '영상 기록용' 정도가 전부였다. 어떤 사고가 터지면 CCTV가 찍은 영상을 일일이 뒤져 사건의 실마리를 찾는 용도다. 물론 사람이 온종일 CCTV 화면을 쳐다보고 있을 수도 있지만, 깔린 CCTV가 수십여 대라면 사람 한 명이 이를 다 챙기기란 쉽지 않다.

사람이 없더라도 CCTV가 알아서 어떤 특정 상황을 미리 감지하게 할 수 없을까, 이런 고민에서 탄생한 게 바로 AI CCTV다. CCTV에 'AI 반도체'(칩)를 넣어 CCTV를 단순 기록용 카메라가 아닌, '사람의 눈'처럼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다.

인제양양터널에 설치된 AI CCTV는 돌발상황이 감지되면 곧바로 이를 통제실로 전송한다. 사진은 터널에 보행자가 나타났을 때 통제실 화면에 나타난 장면. 사진=에스원

다만 개발 초창기만 해도 상용화 가능성이 낮았다고 한다. 사물을 잘못 감지하는 '오보율'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가령 방범용 AI CCTV라면 어떤 특정 구역에 사람이 침입하는지를 정확히 감지해야 하는데, 초기엔 흔들리는 나뭇가지를 사람으로 감지하거나 눈·비가 오면 감지율이 떨어지는 등의 문제가 적지 않았다. 오보율이 높은 AI CCTV는 사용자 입장에선 차라리 안 쓰는 게 낫다. 사실 일어날 가능성이 극히 적지만 혹시 모를 범죄 침입을 예방하려고 비싼 돈 들여 AI CCTV를 설치해 놨는데, 시도 때도 없이 '오보'를 남발하면 고장 난 고철 덩어리나 다를 게 없다.

CCTV 230대 인제양양터널, 모니터링 요원은4명

최근엔 AI CCTV의 오보율이 거의 제로(0)에 가까워질 정도로 진보를 거듭했다. 대략 5~6년 전부터 산업 현장에 널리 쓰이고 있는데, 국내에선 종합 보안기업인 '에스원'이 눈에 띈다.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과 양양군 서면을 잇는 서울양양터널에 위치해 있는 인제양양터널(2017년 6월 개통)은 길이만 11km로 국내에서 가장 긴 터널이다. 전 세계에선 11번째 타이틀을 갖고 있다. 터널 길이가 긴 만큼 설치된 CCTV만도 230대에 이른다. 하지만 CCTV를 모니터링하는 직원은 고작 3~4명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터널 속에서 벌어지는 예기치 못하는 비상상황을 감지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비결은 뭘까.

한 여성 고객이 서울역 근처의 한 야간 무인편의점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다. 혹시라도 직원이 없는 걸 빌미로 범죄를 저지르는 걸 막기 위해 출입구 입구엔 CCTV가 촬영하는 영상을 보여주는 화면을 달았다. 화면 위에 달린 AI CCTV는 체류시간 등을 분석해 범죄로 여겨지면 곧바로 운영실로 비상 알람을 울린다. 사진=에스원

이 터널엔 국내 최초로 AI CCTV가 설치됐다. 터널에 갑자기 낙하물이 떨어지는 걸 비롯해 도로 위를 달리던 차가 역주행하거나 보행자가 차에서 내려 갑자기 도로 위를 걷는 등의 돌발행위가 발생하면, 관제 상황실 화면엔 곧바로 "어느 구간에서 보행자가 감지됐다"는 식의 비상 메시지가 뜬다.

에스원은 딥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이 AI CCTV를 개발했다. 관건은 CCTV가 터널 표지판 등을 사람으로 착각하는 일이 없도록 두뇌격인 AI칩을 정교하게 만드는 것인데, 이를 위해 백만 장 넘는 영상 데이터를 학습시켰다고 한다. 이를 처리하는 서버만 50대에 이른다. 이 덕분에 정확도는 99.9%를 유지하고 있다. 이동성 에스원 상무(솔루션개발팀장)는 "오보율 제로가 이상적이긴 하지만 아직 완전히 사람을 대체하는 수준엔 이르지 못했다"고 했다.


계속 진화하는 AI CCTV…과연 좋을까?

AI CCTV는 터널뿐 아니라 여러 산업현장에서 쓰이고 있다. 가령 생산공장에 설치된 AI CCTV는 작업자가 방독면을 벗거나 갑자기 쓰러지면 이를 곧바로 위험신호로 감지한다.

서울역 근처의 한 편의점에선 야간에 직원이 없는 무인편의점으로 운영되는데, 이 편의점에 설치된 AI CCTV엔 누가 난동을 부리거나 오랜 시간 편의점에 머무르는 이 등을 감지하는 알고리즘이 적용돼 있다.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관제탑에 곧바로 보고되고, 감시요원은 원격으로 "보안요원이 출동한다"는 방송을 내보내 범행 의지를 꺾는다. 최근엔 기존 CCTV가 점점 AI CCTV로 바뀌는 추세인데, 시장 규모만 35조 원에 이를 것이란 게 업계 추산이다.

물론 급격한 기술 진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AI CCTV의 한 분야가 바로 얼굴인식인데, 현재 이 기술은 중국이 압도적이라고 한다. 범죄자 등을 잡아내기 위한 수단으로 개발되고 있지만, 자칫 정적을 찾아내는 용도로 악용될 가능성도 크다.

반대로 다양한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사전에 대형 사고를 예측하는 이로운 능력을 갖출 수도 있다. 이 상무는 "개인의 인권이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딥러닝할 땐 사람 얼굴은 모자이크하는 등 데이터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고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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