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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리뷰] 이유미∙안희연 '어른들은 몰라요', 모르지 않아서 더욱 미안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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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리뷰] 이유미∙안희연 '어른들은 몰라요', 모르지 않아서 더욱 미안한

입력
2021.04.07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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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몰라요' 포스터

'어른들은 몰라요' 포스터

'어른들은 몰라요'는 다소 불편하지만 생각할 부분이 많은 영화다. 외면해서는 안될 어두운 이면을 들춰내며 '좋은 어른'에 대한 고민을 안긴다.

이 작품은 덜컥 임신을 하게 된 10대 임산부 세진(이유미)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세진은 가출 4년 차 동갑내기 친구 주영(안희연)을 우연히 만나 험난한 유산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위기의 순간 등장한 재필(이환)도 적극적으로 세진을 돕는다.

세진은 재필이 훔쳐 온 약을 먹고, 일부러 계단에서 떨어지지만 유산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남은 방법은 낙태 수술비를 마련하는 것뿐이다. 물론 수술비가 있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낙태 수술을 도와줄 의사를 찾는 일도 쉽지 않다. 보호 없이 세상에 던져진 세진 주영 재필 신지는 무늬만 어른인 이들에게 이용 당하며 길거리와 유흥 주점을 떠돈다.

'어른들은 몰라요'는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다. 10대가 주인공인데 어른들만 볼 수 있다는 점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이런 생각은 관람을 마치고 나면 눈 녹듯이 사라진다. '어른들은 몰라요'는 보호자 없는 청소년들을 이용했던, 그리고 그들의 문제를 알면서도 방관하기만 했던 성인들을 위한 작품이다.

스크린 속에는 어른들의 욕심으로 고통받는 청소년들의 모습이 끊임없이 그려진다. 유산 프로젝트를 돕겠다며 접근하는 이들의 목적은 대부분 10대 소녀의 성(性)이다. "어차피 그런 아저씨들 있음 우린 이렇게 살 수밖에 없는데. 우리도 살아야 되잖아요?"라는 세진의 말은 묵직한 울림을 준다. 관객들을 향해 청소년을 이용하는 '그런 아저씨'들 없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세진과 주영은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처럼 보인다. 두 배우는 막강한 연기력과 표현력으로 영화가 지닌 메시지에 힘을 실어주고, 관객을 몰입하게 만든다. 세진 역의 이유미는 외모가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폭행을 당해 퉁퉁 부은 얼굴은 충격 그 자체다. 캐릭터에 깊게 동화된 이유미의 연기력이 감탄을 자아낸다.

주영 역의 안희연은 '어른들은 몰라요'가 스크린 데뷔작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욕설이나 흡연 연기 등도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주영은 TV 속 EXID 하니와는 딴판이다. 두 인물을 동일시하기 어렵다는 점이 오히려 몰입을 이끈다. 안희연은 영화 속에서 주영 그 자체로 보인다.

어느 작품이나 그렇듯 이 영화에도 아쉬운 점은 있다. 인물들의 이별 이유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고, 지나치게 큰 배경 음악은 배우들의 대사 전달을 방해한다. 재필이 왜 세진의 유산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돕는지도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

그러나 몇 가지 단점들이 크게 와닿지 않을 정도로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는 강렬하다. 이환 감독은 전작 '박화영'에 이어 이번에도 배우들과 함께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잘 꼬집어냈다. 방관자인 대부분의 어른들은 사회에서 버려진 10대들의 어려움을 모르지 않는다. 그렇기에 고통받는 주인공들을 보면서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어른들은 몰라요'는 오는 15일 개봉한다.

정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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