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고 세련된 수궁가 들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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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고 세련된 수궁가 들려드릴게요"

입력
2021.04.07 16:26
수정
2021.04.07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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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8일 국립창극단 '절창' 무대 서는 소리꾼 김준수·유태평양

7일 국립극장 연습실에서 만난 유태평양(왼쪽)과 김준수는 "한 무대에서 소리를 하다 보니 관객들이 자연스레 둘을 비교하고 평가할 수 있겠지만, 정작 우리는 경쟁보다는 같은 소리길을 걷는 동지라고 생각한다"고 입을 모았다. 국립극장 제공

절창(絕唱). 사전적으로 '뛰어나게 잘 부름'과 '아주 뛰어난 명창'이라는 뜻이다. 국립창극단이 17, 18일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올리는 판소리 공연 제목으로, 창극단은 "절창을 향해 멀고 먼 소리길을 걷고 있는" 두 남자를 소개한다. 'MZ세대' 소리꾼으로 분류되는 '힙한' 창극단 단원 김준수(31)와 유태평양(30)이 그 주인공이다. 아이돌에 버금가는 인기를 자랑하는 국악인들로, '절창' 공연은 진작 표가 매진됐다.

이들이 부르는 판소리는 '수궁가'다. 용왕을 위해 토끼의 간을 구하러 나선 별주부의 이야기 자체는 새로울 게 없지만, 그래도 판소리 완창으로 들으려면 장장 4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절창'은 '수궁가'를 100분 분량으로 농축했다. 들었을 때 한번에 이해하기 어려운 옛말은 현대어로 풀었다. 판소리의 3요소 '창' '아니리' '발림'에서 몸짓에 해당하는 '발림'을 과감하게 사용한 것도 특징이다.

결국 '절창'에서 불리는 '수궁가'는 여러 면에서 기존 판소리보다 유연하고, 세련미를 자랑할 것으로 기대된다. '젊창(젊은 창)'이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판소리 매력을 젊은 층에 적극 알리고 싶다"는 두 청년의 강한 열망이 있었다.

김준수(왼쪽), 유태평양(오른쪽)과 함께 '절창' 공연을 준비 중인 남인우 연출은 "코로나19로 모두가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수궁가'에서 역경을 극복하는 토끼를 보며 인생사가 새옹지마라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립극장 제공

7일 국립극장 연습실에서 만난 김준수는 "사람들이 판소리를 어렵고 고루한 장르로 생각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면서 "'절창'의 시도들은 이 시대의 관객과 판소리의 거리를 좁히고 싶었던 마음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유태평양도 "판소리는 음악성은 물론, 문학적으로도 훌륭한 예술작품인데 특히 '수궁가'의 경우 생각보다 대중에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며 "'수궁가'를 재미있게 전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이번 '수궁가'는 30대 소리꾼들이 부른다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내용면에서도 젊은 관객에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태평양은 "사실 우리는 유교의 군신유의(君臣有義) 사상을 뼈저리게 체감하기는 쉽지 않은 세대"라며 "대신, 자라와 토끼가 각자의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30대 청춘들이 겪었을 고난과 행복을 떠올리며 위로받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 무대에 오르는 김준수와 유태평양은 실제로도 친한 친구다. 게다가 같은 '수궁가' 소리법을 전수받은 소리꾼들로서, 호흡도 잘 맞는다. 유태평양은 "그래도 김준수씨와는 서로 잘하는 대목이 다르고, 소리 음들도 조금씩 달라서 함께 부르면 화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고 했다. 이들은 자라가 육지의 경치를 묘사하는 '고고천변'이나 토끼가 자라의 등을 타고 용궁으로 가는 과정에서 나오는 '범피중류' 등 주요 소리를 독창과 합창으로 부르는데, 단순히 역할을 나눠 부르는 '분창'에 머물지 않고 장단에 맞춰 가사를 주고받는 '입체창' 방식을 택했다. '절창'에는 김준수와 유태평양의 작창곡도 등장한다.

창극에 비해 판소리는 소리꾼 개인의 개성과 역량이 오롯이 드러난다는 점에서 이번 무대는 의미가 깊다. 김준수는 "사람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에 이끌려 판소리를 시작했다"며 "내가 판소리를 시작한 이유를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유태평양은 "창극을 하고 있지만 결국 소리꾼의 뿌리는 판소리"라며 "'절창'이 시리즈로 공연되는 만큼 첫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쳐 내년에도 이어지도록 절절하게 부르겠다"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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