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올림픽의 명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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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올림픽의 명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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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0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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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일본 후쿠시마현 나라하에서 진행된 도쿄올림픽 성화 봉송 행사에서 한 경찰관이 코로나19 예방 협조 표지판을 목에 걸고 있다. 나라하=로이터 연합뉴스

도쿄올림픽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내주 수요일이 D-100이다. 잔뜩 기대가 부풀어야 할 시간이지만 걱정만 한 보따리다. 기대는커녕 대회를 제대로 치를 수는 있는가에 대한 우려가 크다. 벌써 북한은 자국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올림픽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나서 흥행에 재를 뿌렸다.

코로나19 때문에 대회를 1년 미뤘음에도 여전히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인류의 반격이라는 백신이 개발돼 접종되고 있지만 코로나가 여전히 맹위를 부리고 있고, 개최국 일본을 포함해 많은 나라가 4차, 5차 대유행을 걱정하고 있다.

7월 도쿄올림픽이 코로나19 슈퍼전파를 폭발시킬 수 있을 거란 우려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일반관중을 받지 않더라도, 국가대표 선수단과 취재진 등만 합쳐도 200여 개국에서 수만 명이 도쿄에 모이게 된다. 전 세계에서 온 대규모 인원이 한 곳에 집결하게 되면 폭발적인 감염을 유발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각국 선수단의 백신접종은 필수가 아닌 권고사항이다. 백신이 경기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몰라 접종을 거부하는 선수들도 있다. 올림픽 참가자에게 백신을 맞히려면 나라별 접종 우선순위를 재조정해야 하는데 이를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강권할 수도 없다.

일본은 당초 도쿄올림픽 이전까지 전 국민 백신 접종을 완료해 ‘코로나19 프리’를 선언하려 했지만, 현재는 한국보다도 접종률이 크게 뒤지고 있다. 그럼에도 일본은 올림픽을 강행하고 한다. 올림픽이 취소될 경우 일본이 입는 총 경제 손실은 약 4조5,000억 엔(약 45조8,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쉽게 포기 못 하는 이유다.

도쿄올림픽이 어떤 결과를 낼지 예단할 수 없지만 코로나의 제약 속에 간신히 치러질 이번 대회는 매일매일의 방역 성과에 희비가 갈릴 것이다. 관중 입장이 제한돼 선수들은 함성이 사라진 아레나에서 어색한 경기를 펼쳐야 할지도 모른다. 북한처럼 코로나19가 우려돼 보이콧을 선언한 나라들이 잇따르면 대회의 위상이 크게 추락할 수도 있다. 벌써 많은 것들이 흔들리고 있다.

애초 일본은 도쿄올림픽을 동일본 대지진의 충격을 극복한 부흥의 상징으로 삼으려 했다. 지난해 올림픽을 연기할 때도 일본과 IOC는 2021년의 올림픽은 인류가 역병을 극복했음을 축하하는 자리로 만들겠다고 했다. 하지만 세계는 여전히 팬데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북한의 보이콧으로 올림픽을 통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진전시키려던 우리 정부의 구상도 수포가 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 고위당국자의 방문을 계기로 대화의 장을 마련, '제2의 평창올림픽'으로 흥행시키려던 일본의 청사진도 어렵게 됐다. 명분은 사라지고, 그저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말 많은 잔치로 전락할 수 있다.

이 시대에도 전체 종합점수로 국가의 순위를 정하는 올림픽이 아직도 유효한지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너무 벅찬 개최비용 등 가뜩이나 올림픽의 폐해에 대한 지적이 많은 상황에서 코로나에 갇힌 도쿄대회가 올림픽 무용론을 더욱 들쑤시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어찌 됐든 도쿄올림픽은 정말이지 우여곡절 많은 대회로 기억될 것이다. 거창한 명분을 내걸 수 없다면, 오랜 노력 끝 코로나를 이겨낼 수 있는 희망을 찾는 자리라도 됐으면 싶다.

이성원 문화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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