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해가는 자회사 부당 지원한 롯데칠성... 공정위, 검찰고발

공정위, 공정거래법 위반한 롯데칠성 고발
자회사 재무상태 악화하자 저가 공급, 직원도 제공

지난달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와인 매장 모습. 연합뉴스

롯데칠성이 백화점에서 와인을 판매하는 자회사를 부당 지원해 검찰에 고발됐다. 해당 자회사는 롯데칠성에 인수된 뒤 두 차례 자본잠식에 빠질 정도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롯데칠성이 35억 원가량의 이익을 제공하면서 업계 2위에 올랐다.

공정위는 롯데칠성이 자회사 MJA와인을 부당하게 지원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11억 원을 부과하고, 롯데칠성을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고 6일 밝혔다. MJA는 롯데칠성이 지분을 100% 보유한 자회사로, 롯데칠성이 2009년 두산으로부터 주류사업을 인수하면서 함께 편입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MJA는 백화점 와인 소매업 개시 1년 만인 2009년 7월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이후 2013년에도 완전자본잠식에 다시 처하는 등 재무 상태가 지속적으로 악화했다. 시장에서 퇴출당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경영실적이 좋지 않았던 셈이다.

롯데칠성은 이에 MJA에 부당 지원을 시행했다. 먼저 자사 와인 공급가격에 할인율을 높게 적용해 MJA에 와인을 싸게 공급했다. 또 롯데칠성 소속 직원들을 MJA 기획, 영업활동 등에 동원해 인건비를 의도적으로 줄여줬다.

롯데칠성은 MJA의 판매촉진 용역비용을 대신 부담하기도 했다. 특히 자체 내부감사에서도 이 같은 행위가 '자회사 부당지원'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시정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이 같은 방식으로 롯데칠성이 MJA에 총 35억 원의 경제상 이익을 제공했다고 봤다.

부당지원 효과는 확실했다. MJA 매장 수는 2009년 2개에서 2012년 29개로 늘었고,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억1,300만 원 적자에서 1,200만 원 흑자로 돌아섰다. MJA는 2019년 기준 45개 백화점 내 매장에서 와인 소매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시장 점유율은 2위까지 올랐다.

롯데칠성이 직접 와인을 판매하지 않은 데에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었다. 주류수입업자는 주류유통·판매업을 할 수 없다는 규정이 2012년 2월까지 있었고, 해당 규정이 폐지된 뒤에도 롯데칠성은 '대기업의 소매업 진출에 대한 여론 악화'를 우려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부당지원에 롯데그룹 총수 일가가 개입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육성권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이 사건 지원 행위로 다른 경쟁사업자가 백화점 와인 소매시장에 새롭게 진입할 기회가 차단되는 등 해당 시장에서의 공정한 거래 질서가 저해됐다"며 "MJA는 중소기업들이 누릴 수 없는 대기업의 자금력과 조직력 등을 이용해 퇴출을 면하고 경쟁상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세종=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