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박할수록 강해지는 미나리 향

이전기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척박할수록 강해지는 미나리 향

입력
2021.04.07 20:00
0 0
최낙언
최낙언편한식품정보 대표ㆍ식품공학자

©게티이미지뱅크

영화 ‘미나리’가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6개 부문 후보로 오르면서 채소 ‘미나리’의 판매량도 2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한다. 미나리는 여러해살이 풀로 주로 동아시아에서 재배되는데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아도 논이나 습지 등에서도 잘 자란다. 영화의 제목이 미나리인 것은 이주민의 힘겨운 생존기를 미나리의 강인한 생명력에 비유하기 위한 것 같다.

미나리는 아니스, 커민, 딜, 캐러웨이, 회향과 같이 미나리과(科)에 속한다. 무쳐서 나물로 먹거나, 생선 등을 이용한 탕, 국 요리 등에 미나리의 강한 향을 이용해 비린 맛을 줄이는데 사용하기도 한다. 미나리는 초고추장을 듬뿍 사용한 무침에도 결코 밀리지 않을 정도로 우리나라 채소 중에는 드물게 강한 향을 지녔다. 그리고 이런 강한 향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기도 한다.

미나리의 향이 매우 독특해 보이지만 그것을 구성하는 향기물질은 삼림욕장에 가면 느껴지는 숲의 냄새인 피톤치드를 구성하는 물질과 닮았다. 터피놀렌, 알파-터피넨, 감마-터피넨, 캐리오필렌 같은 물질이 특유의 향을 만드는 것이다. 피톤치드는 1943년 세균학자 왁스만이 만든 용어로 그는 숲속에 들어가면 시원한 삼림향이 풍기는 것은 피톤치드 때문이며 이것은 수목이 주위의 포도상구균, 연쇄상구균, 디프테리아 등의 미생물과 싸우기 위해 만드는 휘발성물질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20세기 초까지 폐결핵의 유일한 치료법이 그런 숲속에서 요양하는 것이기도 했다.

미나리도 척박한 환경에서 자신을 공격하는 질병균과 싸우기 위해서인지 상당한 양의 터펜물질을 만들고 우리는 그 덕분에 미나리의 강한 향을 즐길 수 있다. 그런데 냄새물질 중에 파라-시멘(p-cymene)도 있는데 그것으로 인해 우리는 미나리 특유의 향도 느낄 수 있고 석유 냄새로 오해하는 냄새도 느낄 수 있다. 파라-시멘은 휘발유와는 전혀 상관없는 터펜계 물질인데 그것 때문에 싫어한다면 매우 아쉬운 일이다. 그것은 석유를 사용하기 훨씬 전부터 자연에 존재했던 ‘숲의 향이다’라고 생각해보는 것도 친해지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ㆍ식품공학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최낙언의 식품 속 이야기
한국일보가 직접 편집한 뉴스 네이버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뉴스스탠드에서 구독하기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