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시티에 사활 건 호찌민시, 뒤늦게 한국에 SOS…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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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시티에 사활 건 호찌민시, 뒤늦게 한국에 SOS… 왜

입력
2021.04.0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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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韓-호찌민, 스마트 시티 '동상이몽'

편집자주

국내 일간지 최초로 2017년 베트남 상주 특파원을 파견한 <한국일보>가 2020년 2월 부임한 2기 특파원을 통해 두 번째 인사(짜오)를 건넵니다. 베트남 사회 전반을 폭넓게 소개한 3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급변하는 베트남의 오늘을 격주 목요일마다 전달합니다.

국제 금융허브센터가 들어설 예정인 베트남 호찌민 내 투득 신도시 전경. 호찌민시 제공

사이공. 통일 이전 남베트남 수도로 현 호찌민시의 옛이름이다. 한국인에겐 맥주 이름으로 친숙하지만 프랑스 식민지배 시대와 미 군정의 중심이던 사이공의 유산은 '베트남=사이공'이라고 할 만큼 강력하다. 사이공의 과거를 물려받은 호찌민시는 1986년 개혁·개방(도이머이) 정책 도입 이후 글로벌 투자가 선사한 부를 독식했다. 경직된 북부 하노이와 상반되는 자유로운 분위기, 항구를 낀 넓은 대지에 질 좋은 노동력을 앞세워 30여 년간 성장을 만끽했다. 덕분에 베트남 국토의 0.63%에 불과한 호찌민시는 지난해 국민총생산(GDP)의 24%를 차지하고 있다.

호찌민시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지속적인 투자와 현지화로 신뢰를 쌓았다. 그럼에도 한국 기업에 호찌민시 최고 결정권자들의 집무실 문턱은 높기만 했다. 그런데 2021년 3월 호찌민시 '넘버2'이자 행정 수장인 응우옌탄퐁 인민위원장이 한국 기업들에 '호찌민시와 한국 기업의 대화'라는 제목이 달린 초청장을 보냈다. 호찌민 외교가는 "주베트남 한국대사관이 '한국 기업들의 애로 사항을 잘 청취해달라'고 부탁해 행사가 성립됐다"고 설명하지만, 그간의 호찌민시 행보와 철저하게 실리를 따지는 베트남의 성향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스마트시티 사업, 한국이 나서달라"

응우옌탄퐁 호찌민 인민위원장이 지난달 25일 호찌민 1군 렉스호텔에서 열린 '한국기업과의 대화' 행사장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호찌민=정재호 특파원

호찌민시 당국의 본심은 지난달 25일 한국 기업과의 대화 행사 말미에 잡혀 있던 '호찌민시 개발 프로젝트 발표와 협력 방안'에 함축돼 있다. '개발 프로젝트'는 '스마트시티 사업'을 통칭한다. 한마디로 "어려운 점 잘 들어줄 테니 한국이 스마트 사업에 적극 참여해달라"는 것이다.

호찌민시의 스마트시티 사업은 지난해 6월 국무총리가 최종 승인한 '국가 디지털 변환 프로그램'을 적용한 사업이다. 호찌민시를 선도적으로 스마트화해 2019년 기준 6,862달러인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을 2030년 1만3,000달러까지 끌어올리고, 이어 호찌민시가 끌어모은 글로벌 자본을 통해 남부와 베트남 전역으로 부를 확장하겠다는 얘기다. '제2의 도이머이' 구상인 셈이다.

호찌민 스마트시티 개발 사업 목표. 그래픽=강준구 기자


청사진은 원대하다. 지난해 12월 '도시 속 도시(City in the City)'로 지정한 투득시 개발이 핵심이다. 호찌민시는 지난달부터 투득시의 2만1,000ha에 국제 금융허브센터와 첨단 기술 산업단지 건설 등을 목표로 1단계 사업을 시작했다. 관련 인력 공급을 책임질 호찌민시립대와 창조창업센터 조성도 시작했다. 투득시를 하노이 호찌민에 이어 경제(금융), 산업(하이테크), 교육(대학)이 어우러지는 베트남 3대 도시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콧대 높던 호찌민시가 한국 기업을 초청한 이유도 명확하다. 스마트시티 사업을 현실화한 한국의 노하우를 현지에 전파해달라는 것. 요구 사항은 다양하다. 스마트 창업 생태계 육성방법 교육, 전자상거래와 핀테크 분야의 신규 투자, 도심 디지털화 기술 전수 등을 바란다. 여기에 향후 10년간 총 1,292억달러가 투입될 교통 기반시설 구축 사업 참여도 내심 원하고 있다.

中·日의 공백 그리고 코로나

베트남 호찌민시 내 투득 신도시 건설 현장. VN익스프레스 캡처

호찌민시가 굳이 한국에 손을 내민 상황도 따져봐야 한다. 한국이 베트남 누적 외국인직접투자 1위 국가이긴 하지만 국제사회 영향력과 자금 동원력을 고려하면 일본과 중국은 물론 미국이나 유럽연합(EU)의 글로벌 기업들에 밀리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일본과 중국의 베트남 내 최근 상황이 그리 좋지 않다는 점이 원인으로 거론된다.

일본은 자국 기업의 비리 이미지에 갇혀 있다. 일본교통기술(JTC)은 2014년 공적원조개발(ODA)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 호찌민시 공무원들에게 거액의 뇌물을 상납한 게 드러나 파문을 일으켰다. 관련자 처벌이 완료된 지난해 일본 기업들이 하노이와 빈즈엉성(省) 등에서 대규모 사업을 따내긴 했지만 사건 발생지인 호찌민시에선 실적이 저조하다. 실제 일본은 지난해 호찌민시 투자 비중에서 싱가포르(26.1%)와 한국(18.1%)에 못 미치는 3위(11%)를 기록했다.

호찌민 1인당 지역내총생산 (GRDP) 목표치. 그래픽=강준구 기자


중국은 반중(反中) 정서의 벽에 막혀 있다.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주요 지방에서 사실상 신규 투자가 퇴짜를 맞고 있다. 대륙 자본의 우회 통로로 알려진 싱가포르가 최근 투득시 '사이공 스포츠시티(SSC)' 사업을 따냈으나 핵심 사업에서 중국계 자본의 움직임은 미미하다. 그나마 다른 나라 중에선 미국 인텔사(社)가 최근 스마트시티 내 산업단지에 4억 달러를 신규 투자하기로 결정한 정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야말로 악재다. 호찌민 재계 관계자는 7일 "스마트 사업 실사를 진행한 외국 기업들이 명확한 답을 내지 않고 있다"며 "천정부지로 솟은 호찌민 공장 부지 가격을 상쇄할 정도의 사업 이익이 있는지 확신하지 못한 상태에서 코로나19 사태 장기화까지 겹친 것이 원인"이라고 풀이했다.

현지 신뢰도가 높고, 외교 갈등이 없는 우방국이자 코로나19 시대에도 2만여 명의 기업인이 입국하고 스마트시티 개발 경험과 능력까지 갖춘 나라. 그런 한국을 향해 호찌민시가 ‘SOS’를 보내고 있다.

호찌민= 정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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