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협정 요구하는 美 vs 원상 복구 바라는 이란
15년 일몰 연장·핵外 추가 제재 철회 여부 '열쇠'
6월 이란 대선前 진전 본다는 게 양측 정권 의지
‘이란 핵합의’(JCPOAㆍ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 협상의 막이 올랐다. 3년 전 멋대로 뛰쳐나간 미국의 정권이 바뀌며 계기가 마련됐다. 하지만 조 바이든 행정부도 원상태로 돌아갈 생각은 없다. 애초 이란 쪽으로 기운 합의였다는 판단에서다. 반면 미국에 당했다고 여기는 이란은 배수진을 쳤다. 핵 능력 강화를 가속화 중이다.
5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이튿날 오스트리아 빈에서 현재 껍데기만 남은 JCPOA의 복구 가능성이 타진된다. 이날 회의에는 이란과 프랑스, 영국, 러시아, 중국, 독일 등 당사국 외교관과 유럽연합(EU) 의장단이 참석한다. 현재 합의 멤버가 아닌 미국 대표단은 빠진다. 유럽 외교관들이 양측을 오가는 간접 대화 형식이 될 것으로 외신은 관측했다.
일단 회의가 성사됐다는 사실 자체가 의미가 있다.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 이란 전문가 알리 바에즈는 이날 트위터에 “미ㆍ이란 양측 모두 관성을 깨는 것에 대해 진지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표시”라고 회의의 의미를 평가했다. AFP통신은 교착 국면 타개를 위한 제스처 정도가 오갈 수 있다고 전문가들 말을 인용해 예상했다.
분명 갈 길은 멀다. 여전히 팽팽한 분위기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회의 하루 전인 이날 브리핑에서 “일방적 양보는 하지 않겠다”고 했다. 사이드 하티브자데 이란 외무부 대변인도 단호했다. 같은 날 브리핑에서 “단계적 계획은 수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복원된 제재가 한꺼번에 해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양측은 지금 상대방에게 먼저 움직이라고 종용하며 버티는 형국이다. 미국의 요구는 의무 이행이다. 2015년 체결된 JCPOA는 이란이 15년간 우라늄 농축 수준을 3.67%에서 상향하지 않고 농축 우라늄 보유 규모를 300㎏으로 유지하면 미국이 대이란 경제 제재를 해제해 주는 계약이다. 그런데 2018년 미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일방적으로 합의를 깼고, 이듬해부터 이란도 핵 동결ㆍ감축 의무를 차츰 벗어났다. 3일 발표대로라면 이미 이란은 20% 농축 우라늄 50㎏ 생산을 완료한 상태다. 1년 내에 이란이 초기 단계 핵무기를 갖도록 만들 수 있는 속도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다. 내심 미국이 바라는 건 새 합의다. 제재가 풀려 서방 자본과 인력이 들어가고 15년 정도 지나면 이란이 정상 국가가 될 수 있으리라는 게 협상 타결 당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믿음이었고 일정 시간 뒤 효력이 소멸되는 일몰 규정을 합의에 넣은 이유였다. 그러나 이란 불신이 팽배한 미 조야의 불만이 만만치 않았고, 사정은 지금도 비슷하다. 여기에 미사일 개발 제한과 역내 도발 중단까지 차제에 약속 받는다는 게 바이든 정부의 구상이다.
반면 이란의 목표는 원상 복구다. 조건 없이 복귀하라고 미국을 조르는 이유다. 최우선 요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히려 늘려 놓은 제재 철회부터 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미 의회 반대를 넘기 어렵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정부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확대, 역내 테러 지원 등 JCPOA 대상인 핵무기 개발 말고도 다양한 이유로 추가 제재를 부과해 놓는 바람에 이를 걷어내기 쉽지 않을 거라고 내다봤다. 합의 일방 파기 및 제재에 따른 손해 배상과 사과까지 이란은 미국에 요청하고 있다.
기대할 만한 건 양측 정권의 의지다. 이란의 강경파가 온건파 입지를 강화할 협상 진전을 방해하겠지만 장기 제재 탓에 무너진 이란 경제는 정권이 협상에 사활을 걸게 할 부담이다. 2015년 합의 당시 주역들이 바이든 정부의 핵심 외교 참모들이라는 사실도 호재다. 향수가 있는 만큼 어떻게든 합의를 살려 보려 하리라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뉴욕타임스는 “6월 이란 대선 전에 이란 새 정부를 구속할 수 있는 원칙적 합의 정도는 만들어져야 한다는 게 워싱턴의 생각”이라고 분석했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유럽이 얼마나 중재자 역할을 잘 해낼 수 있느냐가 성패의 관건 중 하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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