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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심판인가 정치심판인가

입력
2021.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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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보궐선거, 대다수 정권심판 의미부여
국민 인식은 정권 넘어 정치심판을 원해
1년 후 대선은 보수·진보 덧셈정치 되기를


서울 중구 충무로역에 설치된 투표 독려 홍보물. 뉴스1

서울과 부산의 광역자치단체장 보궐선거가 실시되는 날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번 선거에 정권심판의 의의를 부여한다. 거의 정확히 1년 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이 총 180석을 얻은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변화이다. 이런 극적인 반전이 있으니 한국의 정치는 K팝이나 K드라마에 필적하는 K정치로서 세계의 구경거리가 될 만하다.

2008년 광우병 촛불이 한창일 때 한 외국인 학자가 찾아왔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한국의 민주화를 비교하는 연구를 하고 있었다. 그는 한국에서 정당들이 정권을 바꿔가면서 역동적인 민주주의를 구가하고 있음에 깊은 인상을 받은 듯했다. 남아공의 고착된 일당주도체제와 대조적이라는 것이다. 1994년 집권한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아파르트헤이드를 종식시키기 위해 맹렬히 투쟁한 데에서 얻은 권위와 명분 때문에 무능과 부패에도 불구하고 견제받지 않고 독주하고 있음을 그는 개탄했다. 그는 한국의 건강한 민주주의 배경을 민주화 세력의 분산에서 찾았다. 3당합당으로 민주화 세력의 일부가 김영삼을 따라 여당에 진입해 문민정부를 열었고 김대중을 중심으로 하는 민주화 세력이 98년 정권교체를 이룸으로써 여야 모두 민주화운동의 자양분을 가지고 경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학자의 흥미로운 가설은 노무현 정부 초기까지는 어느 정도 부합할지 모르나 그 후의 상황을 설명하지는 못한다.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한국 정치는 지금의 진보와 보수의 대립구도를 갖추게 되었으니 민주화 세력이 여야에 분산되어 경쟁한다는 관찰은 유효하지 않게 되었다. 민주화운동의 기억과 경험이 정당성의 원천을 이루었다는 가설은 보는 관점에 따라 달리 평가할 수 있겠으나 지금의 상황을 보면 그 역시 유효하다고 말하기 힘들다. 촛불 민심을 등에 업고 집권한 진보세력은 정책에 대한 결과책임의 원리를 무시한 선악이분법적 사고로 일관하다 자기가 던진 부메랑에 자기가 맞는 운명에 처했다. 강남좌파의 관념 정치는 많은 사람이 민주화를 위해 희생함으로써 얻은 집단적 상징자본을 소진하는 죄를 범했다.

그렇다면 보수의 시대가 도래한 것인가? 영국의 시사지 '디이코노미스트' 최근호는 "한국인은 정치를 두 개의 나쁜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으로 본다"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한국의 보궐선거 운동을 보도했다. "여당인 민주당은 실망시켰지만, 보수야당은 현실과 유리되어 있다"는 말로 부제목을 삼았다. 기사에는 정치학자 강원택 교수의 발언이 인용되어 있다. "보수야당이 승리한다면 그것은 그들의 승리가 아니라 여당의 패배이다." 박정희 향수를 부채질하면서 권위주의를 정당화하고 냉전적 사고를 심화시키던 보수는 4년 전 촛불 민심과 대통령 탄핵 앞에 무너졌다. 그리고 1년 전의 총선에서 호되게 심판을 받았는데, 단지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사태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 결과로 영입된 비대위원장이 제안한 과거 반성이 얼마나 난항을 거쳐서야 수행되었는지 국민은 보았다.

진보와 보수가 주목해야 할 것은 여의도 정치에 발을 담그지 않은 두 인사가 각각 대선 후보 1, 2위에 랭크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그중 한 사람은 아직 정계 진출 자체를 선언하지 않은 상태이다. 이는 위의 디이코노미스트 기사가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즉 국민은 정권심판을 넘어 정치심판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기성 정치에 대한 염증에도 불구하고 정치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음은 역대 재·보선 최고치를 기록한 보궐선거 사전투표율로부터 간취할 수 있다. 내일부터 11개월 동안 펼쳐질 K정치의 무대는 네거티브로 점철된 뺄셈 정치가 아닌, 미래지향적 보수와 진보가 국민통합을 향해 달리는 덧셈 정치의 장이 될 것을 기대한다.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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