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에녹 美시애틀 라디오한국 PD
"경찰, 처음 제대로 수사 안 해, 사건 커지자 착수"
"인종 범죄 아닌 폭행죄란 경찰…입증에 난항"
"한인사회, 1992년 LA 폭동처럼 번질까 우려"
지난해 11월 미국 워싱턴주(州) 시애틀 타코마에서 한인 부부가 10대 청소년들에게 폭행당한 사건이 뒤늦게 알려진 가운데, 타코마 경찰이 처음 한인 피해자들이 신고했을 땐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인 사회를 중심으로 여론이 확산해 미국 언론들이 이를 보도하자 최근 뒤늦게 수사에 착수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미국 내 한인 사회에선 이번 사건이 자칫 1992년 로스앤젤레스(LA) 폭동 사태처럼 번질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최에녹 시애틀 라디오한국 PD는 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당시 사건 직후 피해자들은 경찰에 신고했지만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19일 타코마에서 산책을 하던 한인 부부를 향해 빨간색 후드티를 입은 흑인 10대 소년이 달려들어 욕설과 폭행을 한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한인 부부 주변에서 4명의 소년들이 소동을 벌이다가 가해자가 피해 남성 쪽으로 달려와 쓰러졌다.
피해 남성은 가해자인 10대 소년을 일으켜 세우며 괜찮냐고 물었지만, 10대 소년은 주먹을 날리며 한인 남성을 때리기 시작했다.
폭행당한 56세 한인 남성은 갈비뼈가 부러졌고 얼굴에는 피멍이 들었다. 폭행 장면이 담긴 영상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퍼졌는데, 영상에는 한인 부부가 '하지 마, 헬프 미(도와줘)'를 외쳤고, 10대 일행 가운데 한 명은 '갓차(잡았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담겼다.
최 PD는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왜 인제야 이 사건이 알려지게 됐느냐'는 질문에 "지역 언론 조나단 최 기자가 트위터를 통해 (폭행 장면) 영상을 공개하면서 다시 화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최 기자가 이희정 페더럴 웨이 전 한인 회장에게 전화해 '피해자가 신고해야 경찰이 수사할 수 있다'고 해 한인 사회에 피해자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후 주류 언론과 한인 언론이 관심을 보이면서 인종 증오 범죄로 크게 부각되자 그제서야 경찰이 나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타코마 떠난 한인 부부 "불안해 떠난다"
폭행을 한 10대 청소년은 현재 경찰에 검거된 상태다. 그러나 해당 사건이 인종범죄란 점을 입증하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고 최 PD는 전했다. 경찰도 이에 인종범죄가 아닌 폭행죄로 기소하려고 하고, 증오범죄 여부는 피어스카운티 검찰청이 결정할 것이란 입장이다.
그는 "용의자를 잡고 보니 15세 소년이었는데, 경찰은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신원을 일절 공개하지 않았고 2급 폭행 혐의로만 기소할 것이라고 밝힌다"고 전했다.
이어 "인종범죄로 기소를 하려면 피해자가 인종 때문에 범행 타깃이 됐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데 아시아계에 대한 범행에선 인종주의적 동기를 입증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용의자도 이유를 진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인사회에선 이번 사건이 지나치게 확대하는 걸 경계하는 분위기도 있다며, 자칫 1992년 LA폭동 사태처럼 커질까 우려한다고 최 PD는 전했다.
최 PD는 "당시 언론이 두순자씨가 흑인 소녀를 절도범으로 오인해 살해한 사건이 폭동으로 번졌다고 지적하며 (한흑갈등으로) 몰아가기 시작했다"며 "한인들은 당시 그 사건 하나로 한흑갈등이 일어났다고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인 인권변호사로 활동한 안젤라 오 변호사도 흑백갈등으로 한인이 피해를 봤다"며 "(오 변호사는) 미국 언론이 한흑갈등을 부추겼다고 지적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한인 사회가 인종 증오 범죄를 규탄하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타코마 한인회는 최 PD가 속한 라디오한국과 인종차별 규탄 공익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고, 워싱턴주 한인 사회는 한인들에게 외출 시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한편 이번 사건의 피해자인 한인 부부는 타코마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남성이 지역 언론과 인터뷰를 하면서 "이번 사건으로 인생이 바뀌었다. 불안해서 타코마를 떠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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