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무대에서 만나는 호로비츠의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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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무대에서 만나는 호로비츠의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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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0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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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허명현 클래식 평론가가 한국일보 객원기자로 활동합니다. 경기아트센터에서 근무 중인 그는 공연계 최전선에서 심층 클래식 뉴스를 전할 예정입니다. 오페라에서 가수가 대사를 노래하듯 풀어내는 '레치타티보'처럼, 율동감 넘치는 기사가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캐나다 기업 매시브 테크놀로지가 개발한 인공지능(AI) 피아노 연주 기술의 활용 사례. 애니메이션 '소울'의 주제곡(OST)을 입력하면 AI 피아니스트가 음성 정보를 토대로 피아노 연주(오른쪽)를 하는 방식이다. 매시브 테크놀로지 유튜브 화면 캡처

최근 캐나다 기업 매시브 테크놀로지(Massive Technologies)는 놀라운 기술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인공지능(AI)이 만든 피아노 연주 영상이었다. AI에 어떤 음악을 들려주면 AI는 그 작품을 연주하는 가상의 피아니스트를 만들어냈다. 실제 피아니스트가 연주하는 모습을 AI에 보여준 것이 아니라, 음성적인 정보만 제공한 결과였다. 즉, AI가 음성 데이터만을 활용해 피아니스트의 손 모양이나 팔, 어깨 등 자연스러운 신체 움직임을 구상해 연주를 하는 것이 이 기술의 핵심이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AI는 실제 피아니스트들이 연주하는 신체 움직임을 학습해 왔다. 그 결과 1㎜의 신체적 움직임을 포착하는 정교함을 통해 가장 자연스러운 동작을 찾았다.

AI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시청한 인간 연주자는 감탄했다. 피아니스트 안종도는 “전반적인 움직임이 아직은 조금 어색하지만, AI 연주라는 사실을 미리 알지 않았다면 실제 피아니스트로 착각하기에 충분하다”며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새로운 형태의 예술이 실현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AI 기술은 피아노를 배우는 사람들에게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학습자들은 AI를 통해 가장 효율적인 손 모양과 올바른 자세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게다가 악보에 표기되지 않은 애매한 운지법(악기를 연주할 때 손가락을 사용하는 방법) 역시 AI를 활용해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매시브 테크놀로지의 창업자 파이예 살카는 “이제 AI 피아니스트에 음성 데이터를 입력하면 어떤 곡이든 실시간으로 연주할 수 있는 수준에 가깝도록 기술이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앞으로는 피아니스트의 고유 스타일을 정교하게 모방하는 AI까지 등장할 전망이다. 학습의 범위는 피아니스트의 몸짓이나 표정뿐만 아니라, 연주 스타일까지 포함한다. 이미 가요를 모창하는 AI는 진작 등장한 상황이다. 모창 AI는 특정 가수의 음색, 호흡, 습관 등을 모두 학습해 어떤 노래도 재현할 수 있다. 고 김광석 가수가 부르는 아이유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세상이다. 국적을 넘어서도 가능하다. 예컨대 영국 가수 존 레넌의 창법을 학습한 AI는 그의 목소리로 한국 가요들을 부를 수도 있다.

이런 기술들은 앞으로 여러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미 작고한 전설적인 피아니스트들을 다시 무대로 불러올 수 있다. 블라디미르 호로비츠가 돌아와 그가 끝내 연주하지 못했던 곡들을 무대에 재현할 수도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와 상호작용하며 협연을 하는 것 역시 가능하다. 물론 AI가 인간의 감성을 오롯이 담아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인간이 주체가 되지 않은 예술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하지만 AI가 학습에 학습을 거듭하며 더욱 정교해질 것이라는 점은 명백한 사실이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정교한 감정 표현의 영역으로 AI는 점점 다가가고 있다.

구글 알파고와 인간의 싸움은 시작일 뿐이었다. 인간의 고유 영역으로 생각됐던 예술도 이제 AI가 침투하고 있다. 하지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새로운 기술은 언제나 새로운 예술의 근간이 됐다. 음악에서 녹음 기술의 등장이 음악가를 사라지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 음악인들은 녹음 기술을 적절히 활용하며, 새로운 예술을 만들어 냈다. AI기술 역시 마찬가지다. 머지않아 AI와 결합된 예술이 새로운 장르로 탄생할 것이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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