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질서한 덤불·나무 방치된 도심 한복판
청와대 보이는 경복궁?옆 '대한항공 부지'
식민 역사·이해관계로 110년 '금단의 땅'
올해부터 서울시민 위한 공원 조성 계획
경복궁 바로 옆에 자리 잡은 노른자 땅이지만 수풀만 우거진 채 방치됐던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가 처음으로 민간에 공개됐다. 4m 담장 사이의 굳게 닫힌 철문이 열리자, 성인 무릎 높이까지 오는 덤불과 무질서하게 자란 나무들로 가득한 3만 7,117㎡의 광활한 부지가 눈에 들어왔다. 흡사 비무장지대(DMZ)처럼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황량했던 나대지는 조만간 서울시민을 위한 공원으로 변모할 예정이다.
서울시민 공원으로 재탄생될 나대지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이날 오후 2시 송현동 48-9 일대를 찾아 송현문화공원 조성사업 진행 상황을 점검했다. 대한항공이 소유해 '대한항공 부지'로 더 잘 알려진 이곳은 2019년 한진그룹에서 매각을 공고한 지 2년 만에 주인을 찾았다. 대한항공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매각하고, LH와 서울시가 부지를 맞교환하는 3자간 조정 방식으로 서울시 품에 돌아왔다.
서정협 권한대행은 "110년 동안 접근조차 할 수 없었던 송현동 부지를 시민 모두에게 열린 공간으로 되돌려주게 돼 기쁜 마음"이라며 "부지 교환 계약과 여러 절차들은 연내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대한항공 동의만 얻는다면 올해 안에 임시로 공원을 조성해 부지를 개방하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서 권한대행은 "아직 부지를 최종 확보하기 전이지만, 대한항공과 협의해 시민들에게 최대한 빨리 개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민 구경조차 못한 도심 한복판 땅
송현동 부지는 식민 역사와 도시개발 문제 등으로 110년 동안 민간에 개방되지 않은 '금단의 땅'이었다.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알려진 윤덕영?윤택영 형제가 소유했던 이 땅은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식산은행에 넘겨져 은행원들 사택으로 이용됐다. 해방 이후엔 30년 동안 미국대사관 직원 숙소로 이용됐다. 당시 미국과 한국 정부가 맺은 조약에 따라 미국 정부가 관심을 보이는 땅은 반드시 양도해야 했기 때문이다. 송현동 땅은 우리 땅이지만 오랜 기간 타 국민을 위해서만 사용됐던 셈이다.
1997년 미국 정부가 반환한 후에도 송현동 부지는 시민들에게 개방되지 못했다. 2008년 삼성생명에서 땅을 매입한 대한항공은 홍보전시관과 호텔을 지으려 했다. 하지만 경복궁과 인접한 탓에 고층건물이 들어설 수 없었고, 교육청 승인까지 받아야 하는 등 각종 규제 탓에 개발 계획은 멈춰섰다. 이처럼 부지 개발이 20여 년 동안 진척이 없으면서, 송현동 땅은 서울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음에도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인 도심 속 황량한 빈터가 돼버렸다.
하지만 2년 전 한진그룹이 매각을 발표하고, 올해 서울시가 최종 주인이 되면서 오랜 기간 방치됐던 금싸라기 땅은 마침내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게 됐다. 지난달 31일 서울시와 대한항공, LH가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 중재로 부지 매각을 위한 조정서에 서명하면서 공원 조성사업의 신호탄이 쏘아 올려졌다. 서울시는 시민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구체적인 부지 활용 방안을 결정할 계획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