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형 콘텐츠 강화·라방 전문인력 충원?
"기획력, 영상 제작 역량 더 중요해질 것"
"우리 꼬마 아가씨들, 이렇게 많이 들어왔는지 몰랐어. 나 너무 고마워요."
지난달 19일 11번가에서 진행한 라이브커머스 방송(라방) '빕스 매장 털업' 중 코미디언 김해준의 멘트다.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으로 유명한 김해준의 라방은 접속자 수 17만 명을 넘었다.
'매장 털업'은 11번가가 올해 도입한 예능형 라방이다. 지난달 8일 배스킨라빈스 편이 개그맨 김민수를 앞세워 역대 최대 시청자 수(25만 명)를 기록하는 등 MZ세대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순항 중이다.
지난해 라방을 시장에 안착시킨 유통업계에 올해는 콘텐츠 고도화가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업계는 라방 상품군을 강화하는 데서 나아가 전담팀을 중심으로 차별화된 콘텐츠를 기획하고 전문인력을 충원하면서 판을 키우고 있다.
'무조건 싸다고 구매 안 해'…기획력 강화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라방 콘텐츠 고도화의 대표적 사례는 인플루언서나 연예인을 앞세운 예능형 콘텐츠다. 11번가는 전담 부서를 두고 라방을 전면 개편해 지난달 3가지 예능형 코너를 선보였다. 고정 접속자를 확보하기 위해 코너는 모두 연속성을 가진 시리즈물로 기획했다.
신세계푸드는 방송인 탁재훈을 앞세운 예능형 콘텐츠로 '올반 옛날통닭' 누적 판매량 20만 개를 달성했다. 지난달 25일 방송에서만 목표였던 500개의 3배를 넘어서는 1,700개를 팔았다. 신세계푸드는 "이달부터 차별화한 라이브방송 콘텐츠를 더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쿠폰을 뿌리고 저렴하게 상품을 내놓는 걸로는 더 이상 소비자의 관심을 끌 수 없다고 말한다. 방송 기획력과 제작 역량에 따라 라방 판매 실적도 갈린다는 것이다. 11번가 라방이 좋은 사례다. 신규 코너를 선보이면서 지난달 전체 시청자 수가 한 달 전 대비 6배 증가한 360만3,700여 명을 기록했다. 동기간 방송 시간대 거래액은 24% 증가했다.
11번가 관계자는 "신선식품은 판매자가 직접 나와 품질을 보증하고 화장품은 인플루언서가 리뷰해야 잘 팔린다"며 "유명인이 나온다고 잘되는 것이 아니라 주제와 카테고리별로 다른 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에 향후 전담팀의 기획력과 제작 역량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쇼호스트에 필요한 자질 '쌍방향 소통'
라방에 적합한 역량을 가진 전문가를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도 분주하다. 기존 홈쇼핑 쇼호스트와 달리 쌍방향 소통이 중요한 자질로 부상하자 새 얼굴을 발굴하거나, 기업이 직접 인력을 육성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위메프는 쇼호스트 지망생 3명이 경연을 펼치는 라방을 꾸렸다. 지망생들이 각 3회씩 방송에 출연해 소상공인 상품을 소개하고 마지막 10회 방송에서 공식 쇼호스트로 데뷔할 최종 우승자를 선발한다.
롯데홈쇼핑은 1년 6개월 만에 시행하는 쇼호스트 공채에서 소위 스펙을 따지지 않고 모바일 방송 경험을 보유한 인재를 우대해 선발하기로 했다. LG생활건강은 뷰티크리에이터 교육 과정에 라이브커머스 교육과정을 신설해 전문 인력을 육성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쇼호스트는 채팅방에서 이뤄지는 소비자의 여러 요청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MZ세대의 욕구를 맞출 줄 아는 트렌디한 감성도 갖춰야 한다"며 "쇼호스트의 실시간 소통 능력이 판매 실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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