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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족만 배불렸던 대기업 단체급식, 25년 만에 '年 1조대 일감'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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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족만 배불렸던 대기업 단체급식, 25년 만에 '年 1조대 일감' 푼다

입력
2021.04.05 19:0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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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8개 대기업, 단체급식 개방 선포
아워홈 등 계열사 수의계약 관행 탈피
LG 전면 개방... CJ 전체 65% 이상 개방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가운데)이 5일 오후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8대 대기업집단 단체급식 일감 개방 선포식'에 기업대표들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가운데)이 5일 오후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8대 대기업집단 단체급식 일감 개방 선포식'에 기업대표들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과 LG, 현대차 등 대기업들이 25년 가까이 친족 기업과 계열사에 몰아주던 구내식당 단체급식 일감을 외부에 개방한다. 대기업 계열사 중심의 단체급식이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라고 의심한 공정거래위원회가 실태조사를 한 뒤 일감을 개방하라고 유도한 결과다. 이번 결정으로 중소기업도 수주할 수 있는 단체급식 물량은 연간 1조2,000억 원에 달한다.

삼성·현대차·LG "단체급식 일감 개방하겠다"

△삼성 △현대차 △LG △현대중공업 △신세계 △CJ △LS △현대백화점 등 8개 대기업과 공정거래위원회는 5일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에서 '단체급식 일감 개방 선포식'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일감 개방 계획을 발표했다.

이들 대기업은 우선 내년에 단체급식 일감 약 1,000만 식 규모를 개방하고, 개방 범위를 순차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LG는 전면 개방을 약속했으며, CJ는 전체 일감의 65% 이상을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사내식당 2곳을 우선 개방한 뒤, 이를 토대로 전면 개방을 검토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기존 사업장에선 비조리 간편식 부문에 경쟁입찰을 실시하고, 연수원 등 신규 사업장에선 전면 경쟁입찰을 도입한다. 이같이 경쟁입찰 대상이 되는 단체급식 일감은 총 1조2,00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이날 선포식에서 "단체급식업에 종사하는 독립기업·중소기업·소상공인에게 엄청난 기회의 문을 열어주는 것"이라며 "직원들은 맛있는 음식을 싼 가격에 즐길 수 있는 경쟁의 이익을 향유할 수 있게 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5일 오후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8대 대기업집단 단체급식 일감 개방 선포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5일 오후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8대 대기업집단 단체급식 일감 개방 선포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기업 관련된 5곳이 80% 점유... 내부거래 덕

국내 단체급식 시장은 그동안 대기업 계열사의 독무대였다. 국내 단체급식 시장은 2019년 기준 약 4조2,799억 원인데 △삼성웰스토리 △아워홈 △현대그린푸드 △CJ프레시웨이 △신세계푸드 등 대기업과 관련된 5곳이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다.

특히 이들 5개 업체는 지난 25년간 대기업 계열사 및 친족기업과의 수의계약을 통해 안정적으로 일감을 확보해왔다. 예컨대 삼성웰스토리는 삼성에버랜드에서 분할되기 전인 1997년부터 삼성전자 등 계열사 일감을 따내 업계 1위에 올랐다. 아워홈은 LG그룹 고(故) 구인회 회장의 3남이 별도 설립한 회사로 LG 및 LS그룹과 오랜 기간 거래해왔다. 현대그린푸드는 범현대가 그룹, CJ프레시웨이는 CJ, 신세계푸드는 신세계의 구내식당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삼성 '과징금 감경' 받을 수 있나

대기업들이 단체급식 개방을 결정한 것은 공정위가 관련 실태조사에 나서 부당 내부거래 혐의를 조사해 왔기 때문이다. 특히 공정위는 삼성 계열사들이 삼성웰스토리에 부당하게 일감을 몰아준 행위에 대해 2018년부터 조사해왔고, 올해 초 삼성 측에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공정위는 이번 일감 개방과 개별 사건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삼성 측 '자진시정'이 인정될 경우 공정위 과징금이 감경될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선 경쟁입찰을 붙여도 결국 대기업 계열사가 일감을 수주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한다. 권순국 공정위 내부거래감시과장은 이에 대해 "경쟁입찰로 전환한 뒤, 공정위가 지속적으로 데이터를 받아 시장에 공개하겠다"며 "(대기업 계열사끼리) 서로 나눠 먹는 것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 손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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