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8개 대기업, 단체급식 개방 선포
아워홈 등 계열사 수의계약 관행 탈피
LG 전면 개방... CJ 전체 65% 이상 개방
삼성과 LG, 현대차 등 대기업들이 25년 가까이 친족 기업과 계열사에 몰아주던 구내식당 단체급식 일감을 외부에 개방한다. 대기업 계열사 중심의 단체급식이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라고 의심한 공정거래위원회가 실태조사를 한 뒤 일감을 개방하라고 유도한 결과다. 이번 결정으로 중소기업도 수주할 수 있는 단체급식 물량은 연간 1조2,000억 원에 달한다.
삼성·현대차·LG "단체급식 일감 개방하겠다"
△삼성 △현대차 △LG △현대중공업 △신세계 △CJ △LS △현대백화점 등 8개 대기업과 공정거래위원회는 5일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에서 '단체급식 일감 개방 선포식'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일감 개방 계획을 발표했다.
이들 대기업은 우선 내년에 단체급식 일감 약 1,000만 식 규모를 개방하고, 개방 범위를 순차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LG는 전면 개방을 약속했으며, CJ는 전체 일감의 65% 이상을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사내식당 2곳을 우선 개방한 뒤, 이를 토대로 전면 개방을 검토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기존 사업장에선 비조리 간편식 부문에 경쟁입찰을 실시하고, 연수원 등 신규 사업장에선 전면 경쟁입찰을 도입한다. 이같이 경쟁입찰 대상이 되는 단체급식 일감은 총 1조2,00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이날 선포식에서 "단체급식업에 종사하는 독립기업·중소기업·소상공인에게 엄청난 기회의 문을 열어주는 것"이라며 "직원들은 맛있는 음식을 싼 가격에 즐길 수 있는 경쟁의 이익을 향유할 수 있게 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대기업 관련된 5곳이 80% 점유... 내부거래 덕
국내 단체급식 시장은 그동안 대기업 계열사의 독무대였다. 국내 단체급식 시장은 2019년 기준 약 4조2,799억 원인데 △삼성웰스토리 △아워홈 △현대그린푸드 △CJ프레시웨이 △신세계푸드 등 대기업과 관련된 5곳이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다.
특히 이들 5개 업체는 지난 25년간 대기업 계열사 및 친족기업과의 수의계약을 통해 안정적으로 일감을 확보해왔다. 예컨대 삼성웰스토리는 삼성에버랜드에서 분할되기 전인 1997년부터 삼성전자 등 계열사 일감을 따내 업계 1위에 올랐다. 아워홈은 LG그룹 고(故) 구인회 회장의 3남이 별도 설립한 회사로 LG 및 LS그룹과 오랜 기간 거래해왔다. 현대그린푸드는 범현대가 그룹, CJ프레시웨이는 CJ, 신세계푸드는 신세계의 구내식당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삼성 '과징금 감경' 받을 수 있나
대기업들이 단체급식 개방을 결정한 것은 공정위가 관련 실태조사에 나서 부당 내부거래 혐의를 조사해 왔기 때문이다. 특히 공정위는 삼성 계열사들이 삼성웰스토리에 부당하게 일감을 몰아준 행위에 대해 2018년부터 조사해왔고, 올해 초 삼성 측에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공정위는 이번 일감 개방과 개별 사건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삼성 측 '자진시정'이 인정될 경우 공정위 과징금이 감경될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선 경쟁입찰을 붙여도 결국 대기업 계열사가 일감을 수주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한다. 권순국 공정위 내부거래감시과장은 이에 대해 "경쟁입찰로 전환한 뒤, 공정위가 지속적으로 데이터를 받아 시장에 공개하겠다"며 "(대기업 계열사끼리) 서로 나눠 먹는 것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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