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가르치는 15세 이하(U-15) 축구클럽 선수들의 뺨을 때리고 침을 뱉은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지난 1월부터 경찰 수사를 받고 있던 지도자 A씨(43)는 2월 저학년 선수들이 참가한 대회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비공식 대회였다지만 해당 소식을 접한 피해자 및 가족들 입장에선 경악할 소식이었다. 아무일 없다는 듯 현업을 유지하는 지도자와 언제 어디서 마주칠 지 모르는 데 따른 공포감은 물론이거니와, “A씨의 활동을 막을 근거가 없다”며 수사기관이나 스포츠공정위원회 결정을 기다려야 한다는 대한축구협회 입장에 어디서도 보호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피해자들은 최근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공포감은 다소 덜었지만, A씨가 구속된 현재도 유소년 지도자들 위주로 A씨에 대한 구명활동 움직임이 포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을 지켜본 이들은 체육계 폭력에 대처하는 국내 체육단체들의 인식 변화는 물론 피해자보다 가해자 보호에 맞춰진 제도는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지적한다. A씨의 경우 경찰조사 과정에서 추가 피해 사례들까지 나와 수사가 확대되면서 구속 수사로 이어졌지만, 이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다.
실제 경북 지역에서도 지속적으로 선수를 폭행하거나, 따돌림을 조장했다는 의혹으로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고 있는 테니스 지도자 B씨가 지난달 초까지 진행된 경북 지역 유소년 대회에 선수들을 이끌고 참가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피해자들의 원성을 샀다. 피해자 측은 “수사가 1년 넘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몸과 마음이 지쳐가는데, 가해자를 대회장에서 대면하게 돼 공포와 분노가 컸다”고 호소했다. 특히 피해자들은 B씨가 지역 내에서 이른바 ‘거물급 지도자’로 자리잡은 터라 체육단체와 수사기관의 조사 움직임이 더딘 게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대한테니스협회 역시 축구협회와 마찬가지로 “해당 지도자가 수사를 받고 있기 때문에 우리 또한 결과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며 “수사 결과를 토대로 스포츠공정위원회에 회부할 계획”이라고 원론적인 답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적극적인 해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체육계의 안일함을 꼬집는다. 체육시민연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허정훈 중앙대 교수는 “내부 규정이 없다고 피해자들을 방치하는 건 체육단체의 책임회피 논리”라고 지적하면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고 피해자가 안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건 폭력 문제 해결의 기본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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