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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랍은 테러, 백인은 증오범죄인가

입력
2021.04.05 22: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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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의 타임스스퀘어에서 4일 시민들이 아시아계 대상 증오범죄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뉴욕의 타임스스퀘어에서 4일 시민들이 아시아계 대상 증오범죄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서양사회에서 '인종'은 피부에 와 닿는 아주 민감한 문제다. 과거에 식민주의(colonialism)와 제국주의(imperialism)에 앞장섰던 유럽 국가들에서, 그리고 노예제도와 이민의 역사를 가진 미국에서는 인종의 다양성과 더불어 그들 간 우열을 주장하던 인종주의의 잔재가 아직도 남아 있고, 그로 인한 긴장과 편견, 선입관 등이 여전히 존재한다.

인종문제는 소수인종이 동등한 기회를 누리지 못하고 차별과 빈부격차가 생긴다는 의미를 넘어서, 이 세상이 주로 누구의 시선으로 묘사되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흔히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했다고 할 때, 그것은 이미 그 대륙에 살고 있던 원주민들의 입장을 배제하는 것이다.

우리가 스스로를 '극동(Far East)' 아시아라고 말할 때 그것이 누구의 시각에서인지 자명하다. 서양인들은 동양이나 아프리카 사람을 '유색인종'이라 칭하고, 그들의 전통 옷을 '에스닉 룩(ethnic look, 소수민족 의상)'이라고 하는데, 이 단어들도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받아쓴다.

서구인 중심의 시선은 심각하게는, '정치나 종교적 이유로 민간인이나 국가를 상대로 폭력을 행사하는 행위'인 테러를 해석하는 데에도 드러난다. 폭력의 주범이 아랍인종이면 그것을 테러리즘으로 규정짓는 것에 논란의 여지가 없다.

전 세계를 경악시킨 2001년 알카에다의 '9·11'뿐 아니라, 2009년 텍사스에서 13명을 살해한 하산, 2015년 캘리포니아에서 36명을 살상한 파룩과 말릭 등의 범죄는 모두 테러리즘으로 판결났다.

문제는, 아랍인종이 아닌 백인이 정치적 신념에서 저지른 학살은 개인이 우발적으로 행하는 증오범죄(hate crime)나 총기사고로 '축소'되는 경향이 있다. 2015년 미국의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흑인과의 전쟁'을 선언한 딜런 루프(Dylann Roof)가 9명의 흑인을 사살한 사건은 증오범죄로 규정되었다. 심지어 2021년 3월 16일 애틀랜타에서 반 중국(Anti-China) 신념을 밝힌 로버트 롱(Robert Long)에 의한 연쇄 총격사건(아시아계 6명, 총 8명 사망)은 그의 정신적 문제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한국계 미국 배우 샌드라 오가 사건 직후 그것을 '테러리즘'이라 부른 것이 주목을 끈다.

물론 증오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아도 그 처벌은 사형이나 종신형으로 테러리즘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범죄를 다르게 바라보고 축소하려는 시각은, 쿠 클럭스 클랜(Ku Klux Klan)이나 신나치(neo-Nazis) 같은 극우 백인우월주의자와 그 심정적 동조자들의 위협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철저히 예방하는 대책을 소홀하게 만들고, 사람들이 그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

인종문제에 있어서 편견을 가진 시선이 먼저인지, 현실적 차별이 먼저인지 따지는 것은 닭과 달걀의 논쟁과 비슷하다. 시각은 기존 상황의 반영일 경우가 많고, 그런 눈길 때문에 현실 문제들을 해결하기 더욱 어렵다. 시각의 경우, 일단 사태를 되도록 선입관 없이 공정하게 바라보려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내가 보는 세상이 실상은 나 '스스로' 보는 세상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윤정 ‘국경을 초월하는 수다’ 저자ㆍ독일 베를린자유대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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