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넘어 확산되는 사무직 노조... MZ세대 반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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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넘어 확산되는 사무직 노조... MZ세대 반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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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0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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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이미지. 게티이미지

흰색 와이셔츠에 정장 차림의 'MZ세대(밀레니엄+Z세대·1980~2000년대생)'가 각 기업 노조의 새로운 주축 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작업복과 안전화를 착용한 과거 현장 근로자 중심의 생산직 노조와는 차별화된 '화이트 칼라' 집단이 등장한 셈이다. 최근 들어선 정보기술(IT) 전자와 자동차를 포함해 전 업종에 걸쳐 MZ세대 위주의 노조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조직에 대한 충성심보다 자기 자신의 가치를 우선시한 MZ세대가 본격적인 목소리를 내고 나섰다는 분석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타이어 사무직 노동조합은 이와 같은 설립 취지와 함께 지난 2일 광주지방고용노동청에 노동조합 설립 신고증을 제출했다. 고용노동부가 법적 하자가 없다고 판단할 경우, 금호타이어사무직노조는 이번 주 중 설립 신고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호타이어 기업 로고. 금호타이어 제공

금호타이어는 총 5,000명의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이 중 생산직은 3,500여 명, 사무직은 1,500여 명이다. 사무직은 전체 임직원의 30%를 차지하지만, 지금까지 임단협 과정에서 입장이 반영되지 않았다. 금호타이어 노사는 지난해 임금을 동결하는 대신, 생산·품질 경쟁력 향상을 위한 격려금 100만 원 지급, 통상임금 소송 해결 등을 골자로 하는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가결했다.

하지만 격려금 100만 원은 생산직에게만 지급됐고 사무직엔 빈 봉투만 돌아왔다. 사무직 노조 설립의 기폭제로 작용한 배경이다. 금호타이어 사무직 노조에도 상당수의 MZ세대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타이어사무직노조는 "사무직 노동자들은 생산직 못지않게 회사 성장과 발전에 기여해왔지만, 단지 '화이트 칼라'라는 이유만으로 불합리한 임금체계나 근로조건 개선 등에 대해 제대로 목소리 한 번 내지 못했다"며 "이제는 사무직 노동자에 맞는 임금·근로조건을 개선할 수 있는 소통창구가 설립됐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에도 사무직 노조 설립 움직임이 활발하다. MZ세대가 대부분인 '매니저(구 사원·대리)'급 직원들을 중심으로 임시집행부까지 구성, 'HMG 사무연구노조(가칭)'라는 생산직과 분리된 별도 조직도 만들었다. 최근엔 실제 노조 가입 의사가 있는 직원들로부터 의향서를 제출받고 △노조 가입 대상 △집행부 구성 방식 △조합 형태 △가입 범위 등에 대한 법리적 검토를 진행 중이다.

서울 서초동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모습. 뉴스1

임시집행부에서 개설한 네이버 밴드엔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현대위아 등 계열사 직원 3,600여 명이 가입했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는 1,500명이 하루에 약 4,000~5,000건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주로 연봉, 복지, 조직문화 등에 대한 문제점과 해결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특히 일한 성과에 비해 부족한 보상(성과급)에 대한 불만은 단골 메뉴다. 한 현대차 매니저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도 우수한 실적을 냈지만, 충당금으로 수조 원을 잡아버리면서 직원들 성과급을 대폭 줄였다"며 "직원들은 다른 회사 월급보다 적은 성과급을 받았지만, 회장을 포함한 임원들의 연봉은 인상됐다"고 토로했다. 실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60억여 원의 보수를 받아, 2019년보다 15%(7억9,000만 원)가량 올랐다.

지난 2월 LG전자가 생산직과 별도의 노조를 설립한 뒤, 이와 같은 사무직 노조 설립은 '열풍'처럼 번지고 있다. 수백 명으로 출범한 LG전자 사무직 노조는 현재 3,000여 명에 달하고, 올해 생산직과 별도의 임금 및 단체 협상도 추진하고 있다.

사무직 노조 이미지. 게티이미지

게임업계의 노조 설립 바람 또한 거세다. 이날 국내 중견 게임사 '웹젠'은 넥슨과 스마일게이트, 엑스엘게임즈에 이어 네 번째 노조를 출범했다. '웹젠위드'로 명명된 이 노조는 최근 개발직군에 집중된 IT 업계 연봉 인상 바람에서 소외된 비개발직군들의 목소리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생산직 근로자를 중심으로 한 노사관계에서 역차별받는다는 의식이 사무직들의 기저에 깔려 있었는데, 최근 들어 MZ세대를 중심으로 이런 피해 의식이 폭발하고 있는 것 같다"며 "원칙이나 공정 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MZ세대의 요구는 향후에도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류종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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