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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26년 만에 폰사업 철수…"AI·전장사업에 역량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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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26년 만에 폰사업 철수…"AI·전장사업에 역량 집중"

입력
2021.04.05 21:0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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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누적 영업적자만 5조 원에 달하는 스마트폰 사업의 철수를 확정 발표했다. LG전자는 이날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오는 7월 31일부로 MC사업부문(휴대폰 사업) 생산 및 판매를 종료하는 내용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LG트윈타워 모습. 사진=뉴스1

LG전자가 누적 영업적자만 5조 원에 달하는 스마트폰 사업의 철수를 확정 발표했다. LG전자는 이날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오는 7월 31일부로 MC사업부문(휴대폰 사업) 생산 및 판매를 종료하는 내용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LG트윈타워 모습. 사진=뉴스1

LG전자가 7월 31일을 끝으로 스마트폰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뗀다. LG전자가 휴대폰 사업에 뛰어든 지 26년 만이다.

2000년대 중반 LG폰은 세계 시장 3위까지 오르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전성기는 짧았다. 200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스마트폰 태동기 당시, 경영진이 "스마트폰은 시기상조"라며 혁신을 등한시한 게 결정적이었다. 성공에 안주해 스마트폰으로 재편되는 주류적 흐름을 읽지 못한 '경영 오판'이 거대한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시장에선 LG전자의 스마트폰 철수에 긍정적이다. 누적적자만 5조 원대에 이르는 '골칫덩이'를 털어내서다. 그만큼 내부 자원을 인공지능(AI)나 전기장치부품(전장)과 같은 미래 신성장 사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구광모의 결단…'골칫덩이' 털어냈다

LG전자는 5일 이사회를 열고 "그간 휴대폰 사업의 방향성을 놓고 면밀히 검토한 결과 7월 31일을 끝으로 휴대폰 사업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20일 권봉석 LG전자 사장이 처음으로 스마트폰 사업 전면 재검토를 공식화한 지 두 달여 만이다.

LG전자의 이번 휴대폰 사업 철수는 사실 예고된 수순이나 다름없었다. LG전자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 3조 원을 넘기며 역대 최고 실적을 거뒀지만,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MC본부는 8,412억 원의 적자를 냈다. 만약 스마트폰 사업을 계속 이어간다면 올해도 8,000억 원 이상의 적자는 기정사실이다.

시각물_LG전자 영욕의 휴대폰 사업 역사

시각물_LG전자 영욕의 휴대폰 사업 역사

이런 상황에서 LG전자에게 묘수 찾기는 힘들었고 결국 사업 철수로 가닥을 잡았다. 26년 넘게 이어온 휴대폰 사업 접기가 쉽지 않았지만 재계에선 "미래 사업에 하루라도 빨리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구광모 ㈜LG 대표의 의지에서 비롯된 특단의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구 대표는 올해 1월 ㈜LG 임원회의에서 "미래 성장을 위한 과감한 도전을 하자"고 주문했고, 이후 LG그룹 차원에서도 '휴대폰 사업 철수'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 시작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LG전자 '전장사업' 날아오른다

LG전자는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한 끝에 사업부 매각보단 사업 철수가 회사 이익에 더 맞아떨어진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MC본부 인력 3,700여 명도 그룹 내로 재배치하는 등 인위적인 구조조정도 하지 않는다.

한 재계 관계자는 "어차피 LG전자가 AI, 전장사업에 힘을 싣는 상황이라 굳이 급하게 사업부서를 매각하기보단 모바일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LG전자 역시 앞으로 스마트폰 생산은 접었지만 차세대 가전이나 전장부품 등에 쓰일 수 있는 핵심 모바일 기술(6세대 이동통신 등)은 계속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초콜릿폰'과 '프라다폰' 등으로 한때 세계 시장 3위에 올랐던 LG전자 모바일 사업이 26년 영욕의 역사를 마감했다. 사진은 2006년 홍콩 ITU텔레콤월드에서 모델들이 초콜릿폰 등 주력 제품을 선보이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초콜릿폰'과 '프라다폰' 등으로 한때 세계 시장 3위에 올랐던 LG전자 모바일 사업이 26년 영욕의 역사를 마감했다. 사진은 2006년 홍콩 ITU텔레콤월드에서 모델들이 초콜릿폰 등 주력 제품을 선보이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당장 시장에선 올해부터 LG전자의 자동차 전장사업(VS)에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모터를 비롯해 자동차 전기 장비를 아우르는 '전장사업'은 초고속 성장산업으로 꼽힌다. LG전자는 그동안 스마트폰 사업에 쏟아냈던 투자금을 전장사업 등을 포함한 미래 성장 동력 사업에 집중할 방침이다.

LG전자도 이날 "다가오는 전기차, 자율주행차 시대를 맞아 자동차 부품 관련 사업 강화에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메리츠증권은 VS본부의 영업이익 비중이 올해 2% 수준에 머물지만 매년 증가해 2023년엔 11%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폰사업 털어낸 LG전자, 영업익 4조 원 고지 넘어설까

증권가에선 스마트폰 사업을 떼어낸 올해 LG전자의 영업이익이 4조 원대에 진입할 것이란 장밋빛 관측도 나온다. 스마트폰 사업부는 연간 8,000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는데, 향후 마케팅 비용처럼 고정 비용이 절감되면 영업적자 폭을 4,000억 원 수준까지 낮출 수 있다. 올해 LG전자 영업이익 전망치는 3조4,000억~3조6,000억 원 수준인데, 줄어든 적자만큼 영업이익도 늘어난다. 내년부턴 이 효과가 더 커질 것으로 점쳐진다.

이런 기대를 반영이라도 하듯, 이날 LG전자 주가도 장중 4% 넘게 뛰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3분기부터 스마트폰 사업이 중단 사업으로 분류되면 본격적으로 폰 사업 철수 영향이 실적에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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