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하다 하다 이젠 거짓말까지… '막장' 광주시 중앙공원 특례사업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하다 하다 이젠 거짓말까지… '막장' 광주시 중앙공원 특례사업

입력
2021.04.05 10:57
수정
2021.04.05 11:09
0 0
장기 미집행 공원구역인 광주 서구 풍암동 중앙공원. 광주시 제공

장기 미집행 공원구역인 광주 서구 풍암동 중앙공원. 광주시 제공


"시민 공감대가 중요하다. 시민 모두에게 박수받는 절차와 과정을 통해 진행하는 것이 좋다."

지난 2월 15일 오전 광주시청 기자실. 이용섭 광주시장은 기자들과 만나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2단계) 부지 내에 들어설 아파트 분양가 논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당시는 민간공원사업자인 빛고을중앙공원개발(주) 내부 갈등으로 인해 대표성도 없는 일부 주주인 (주)한양이 그동안 시와 합의했던 사업계획 변경안(1,900만원+후분양)과는 전혀 다른 안(1,600만원대+선분양)을 제시하면서 사업 훼방 시비가 끊이지 않던 때였다. 이 시장은 그러면서 "사업자, 전문가, 시민사회단체, 공직자 등이 참여하는 사업조정협의회를 구성해 시민들이 수용할 수 있는 안을 다시 만들도록 담당 부서에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로부터 한 달여가 지난 지금, 사업조정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이 시장 의도와 달리 막장으로 흐르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협의회 구성의 법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을 무시하고 협의회를 꾸린 광주시가 광주시의회 추천도 받지 않은 광주시의원을 위원으로 위촉해 회의에 참석시키더니 급기야 핵심 조정 대상인 아파트 분양가를 놓고 거짓말을 늘어놓으며 위원들을 속였다는 논란까지 자초해서다.

광주시의 '기만행위'는 지난 2일 열린 사업조정협의회 2차 회의 때 벌어졌다. 시 등에 따르면 당시 한 위원이 고분양가 관리지역인 중앙공원 1지구에 들어설 아파트(2,827가구)에 대해 "광주시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예상 분양 가격을 산출해 본 적이 있냐"는 취지의 질문을 시 관계자에게 던졌다. 이에 광주시 측 위원인 담당 과장은 "HUG 분양 승인 가격은 분양 시점에서 산출한다"며 "그래서 (지금은)드릴 수 있는 자료가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이 위원은 "그럼 시가 산출해서 다음 번 회의 때 제출해달라"고 요구했고, 과장은 "알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위원들에게 제공할 자료가 없다"는 과장의 말은 거짓이었다. 시는 이미 지난달 30일 HUG를 방문해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예상 분양가가 3.3㎡당 평균 1,100만~1,200만 원대라는 고분양가 산출 결과를 확인했다. 당시 HUG에 출장을 다녀온 직원은 이 내용을 윗선에까지 보고했다. 이번 HUG 예상 분양가 산출은 그간 "1,600만원대에도 선분양이 가능하다"던 한양 측 주장을 잠재울 수 있는 핵심 근거 자료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서였다.

그런데도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관련 공무원들은 약속이나 한 듯 이 사실에 대해 입을 다물었다. 특히 이날 회의엔 협의회 위원도 아닌 한양 측 관계자가 참석해 또다시 '1,600만원대 선분양'을 주장했던 터라, 광주시 침묵이 결국 한양 편들기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담당 과장은 이에 대해 "HUG 고분양가 심사는 HUG 본사에서 전담하는 것으로 규정이 변경돼 이번에 HUG 광주·전남지사에서 예상 분양가를 검토해 내놓은 금액을 구체적으로 알리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시는 또 한양 측 주장이 현실성이 없다는 것을 알고도 향후 사업조정협의회에서 직접 협상당사자인 빛고을중앙공원개발(주)의 사업계획서와 한양 측 안을 비교하기로 했다고 밝혀 한양 편들기 논란을 더욱 키우고 있다. 시가 사업계획 변경안에 대해 타당성 검토 등 전문기관의 객관적 판단을 거쳐 결정한 정책을 스스로 뒤집는 '자기 부정'에 빠졌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안경호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