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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방한 확답 안 주면서 '백신 외교' 들러리 세운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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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방한 확답 안 주면서 '백신 외교' 들러리 세운 中

입력
2021.04.04 18:30
수정
2021.04.04 18:42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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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한 자국 위주 한중 외교장관회담 소개
"한국이 '춘먀오 행동' 지지한다" 일방 발표
"한국이 中공산당 100주년 축하했다"고도
美견제 위한 외교·안보 '2+2 대화' 재개 합의

정의용(왼쪽)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3일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시작하기에 앞서 회의장인 중국 푸젠성 샤먼 하이웨호텔에서 인사하고 있다. 샤먼=연합뉴스

정의용(왼쪽)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3일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시작하기에 앞서 회의장인 중국 푸젠성 샤먼 하이웨호텔에서 인사하고 있다. 샤먼=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연내 방한도 가능하다.” 3일 중국 푸젠성 샤먼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이 끝난 뒤 한국 외교부 고위당국자가 한 말이다. “중국 측이 시 주석의 방한 의지를 재차 천명했다”고 외교부도 확인했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가 이날 밤 소개한 공식 회담 결과에는 해당 내용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대신 중국의 ‘춘먀오(春苗ㆍ새싹) 행동’을 지지한다는 한국 측 입장이 일방적으로 포함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한 글로벌 백신 패권을 장악한다는 게 중국의 해외 동포 백신 접종 계획인 춘먀오 행동의 목표다. 자국 외교 구상을 선전하기 위해 한국을 들러리로 세운 셈이다.

물론 각자 이해관계와 희망이 있는 법이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왕이(王毅)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한 뒤 기자들에게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 가급적 조기에 일정 등 시 주석 방한 계획 협의를 개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외교부 보도자료에도 “시 주석 방한이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양측이 적극 소통하기로 했다”고 돼 있다. 2017년 취임 뒤 두 차례나 중국에 다녀온 문재인 대통령과 달리 시 주석은 2014년 이후 근 7년간 한국을 방문한 적이 없다.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체면이 상하는 일이다. 하지만 이에 아랑곳없이 중국은 이날 공개한 외교부 발표문에 관련 내용을 한 줄도 넣지 않았다.

한중 관계 최대 현안인 ‘한한령(限韓令ㆍ한류 제한령)’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게임, 영화, 방송 등 문화콘텐츠 분야 협력 활성화를 위해 적극 협조해 달라는 정 장관 요청에 왕 부장은 “한국의 관심사를 잘 알고 있고 앞으로 계속 소통하자”고 대답했다. 형식적으로 응대한 것이다.

정의용(맨 왼쪽) 외교부 장관이 3일 중국 푸젠성 샤먼에서 왕이(맨 오른쪽)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하고 있다. 샤먼=연합뉴스

정의용(맨 왼쪽) 외교부 장관이 3일 중국 푸젠성 샤먼에서 왕이(맨 오른쪽)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하고 있다. 샤먼=연합뉴스

반면 자국 이익 관철에는 철저하다. 정 장관 발언에 자국 춘먀오 행동 지지를 슬쩍 집어넣은 게 대표적이다. 이 행동은 중국 최대 연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가 열린 지난달 7일 왕 부장이 예고한 정책으로, 80여 개국에 자국 백신을 수출하거나 지원하는 것도 모자라 해외 거주 중국인들에게도 직접 백신을 접종하겠다는 아이디어였다. “여건이 되는 국가에 중국산 백신접종센터를 설립한다”는 내용도 이 계획에 들어 있는데, 가뜩이나 중국산 백신 거부감이 큰 한국에서 이를 구현하는 건 여러모로 부담이다.

역시 중국 발표에만 들어간 “양국이 건강코드 상호 인증을 위한 공조를 강화한다”는 내용도 중국에 유리하다. 건강코드는 중국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방역 위험 지역에 다녀왔는지, 백신을 접종했는지 등을 알려주는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앱)이다. 건강코드를 다른 국가와 상호 인증할 경우 ‘백신 여권’과 다를 바 없다. 서구와의 글로벌 백신 여권 표준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한국을 발판 삼으려는 심산으로 해석 가능하다.

한국이 중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의사 표시를 환영했다는 것도 중국의 주장으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 탈퇴로 현재 미국이 빠진 이 협정에 중국이 관심을 피력하는 건 가입국의 ‘미국 경사(傾斜)’ 견제용이라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한국이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축하했다는 발표도 우리 정부 발표문에서는 찾을 수 없는 부분이다.

패권 경쟁국 미국을 의식한 중국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을 듯한 합의도 없지 않다. 이를테면 외교ㆍ안보 ‘2+2 대화’의 상반기 내 추진이다. 지난달 미 국무ㆍ국방장관이 방한해 5년 만에 한미 2+2 회담이 성사된 만큼 한중 관계에서도 균형이 맞아야 한다고 양국이 판단했으리라는 게 중론이다. 올해 한중 간 2+2 대화가 재개된다면 2015년 이후 6년여 만이다. 미국이 중국을 봉쇄하기 위한 인도, 호주, 일본과의 4개국 안보 협의체 ‘쿼드(Quad)’에 한국이 참여할 것을 요청하고 있는 것도 중국 입장에서 조바심이 날 만한 상황이다.

한국이 중국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건 무엇보다 대북 비핵화 협상 진전 때문이다. 정 장관은 회담 뒤 언론에 “중국은 우리 정부의 한반도 항구적 평화 정책과 완전한 비핵화 정책을 지지한다”며 “두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해 줄 것을 요청했고 중국도 할 수 있는 협력은 다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앞서 왕 부장은 회담 모두발언에서 “한국과 함께 대화 방식으로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4일 “중국이 대북 영향력을 지렛대 삼아 한국을 통해 한미일 3국 연대를 흔들려 한다”고 보도했다.

권경성 기자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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