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벌어진 사건, SNS로 뒤늦게 알려져
인종차별적 언행 증거 못 잡아 2급 폭행혐의로 기소
최근 미국에서 아시아계 사람을 상대로 한 인종차별 범죄가 잇따르는 가운데 지난해 11월에도 미국 워싱턴주(州) 타코마에서 한인 부부가 10대 청소년들에게 폭행 당했던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3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타코마 경찰은 아시아계 부부를 폭행한 혐의로 15세 소년을 체포해 2급 폭행 혐의로 기소했다. 사건은 지난해 11월 19일 벌어졌지만, 당시 폭행 장면을 찍은 동영상이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확산되자 뒤늦게 용의자가 검거된 것으로 추정된다.
현지 한인 매체 시애틀뉴스엔에 따르면 한인 A씨는 사건 당일 오후 4시 45분쯤 한 식료품 가게 뒤쪽인 타코마 S 19가와 S 테일러 스트리트에서 부인과 걸어가고 있었다. 이때 10대 남자 2명과 여자 2명 등 4명이 울타리 쪽에서 나오더니 이 가운데 문제의 15세 흑인 가해자가 피해자인 한인 남성 A씨에게 뛰어가 일부러 부딪쳤다.
동영상에는 빨간 상의에 검은 바지를 입은 소년이 길을 걷고 있던 한인 부부를 향해 달려든 뒤 주먹질을 했다. 피해 여성이 "도와달라"라고 외쳤음에도 그는 계속해서 폭행을 가했다. 또 다른 청소년은 옆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다.
A씨는 경찰조사에서 "문제의 10대 소년이 고의로 다가와 부딪친 뒤 내 다리 쪽을 훑다 넘어졌다"고 밝혔다. A씨는 소년이 넘어지자 일으켜 세우는 것을 도와주며 '괜찮냐'고 물었고 자리에서 일어난 이 소년은 다짜고짜 A씨를 가격했다.
A씨는 "당시 10대로부터 폭행을 당해 갈비뼈가 부러지고 얼굴을 다쳐 요리사로서 자주 서서 일을 해야 하는데 두어달 동안 힘들었다"면서 "때로는 침대에서 일어나기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A씨는 CNN과 인터뷰에서 가해자들을 용서한다면서도 "아시아인들을 겨냥한 폭력 사건이 제대로 조사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당시 이 사건에 대한 신고를 접수했으나 이 동영상이 신고된 사건과 같은 것인지는 모르고 있었다. 타코마 경찰의 웬디 해도는 피해자 친척이 뉴스에서 본 동영상 속 인물이 A씨라는 것을 발견한 뒤에야 두 사건이 같은 것임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시애틀뉴스엔에 따르면 타코마 경찰은 "비디오를 보면 10대 일행 가운데 한 명이 'Gotcha(잡았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고 말했지만 피어스 카운티 검찰은 용의자들이 인종차별적인 언행을 한 증거를 잡지 못해 용의자에 대해 2급 폭행혐의로 기소했다.
지난해 폭행 당시 15세이던 가해자는 청소년 구치소에 수감됐다.
한편 타코마는 시애틀 인근으로, 군 부대가 있어서 한인들이 예전부터 많이 살던 곳이다. 이전에도 가게를 운영하거나 장사하는 한인들이 폭행을 당하는 경우가 많았고 심지어는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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