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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 ‘꽃가루’, 코로나19 확산에 복병 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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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 ‘꽃가루’, 코로나19 확산에 복병 될라

입력
2021.04.04 18:50
수정
2021.04.05 16:5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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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100년 사이 가장 일찍 피면서 상춘객들이 서울 여의도 윤중로에서 벚꽃 구경을 하고 있다. 하지만 꽃가루가 늘면서 알레르기 질환도 급증하고 있다. 뉴스1

벚꽃이 100년 사이 가장 일찍 피면서 상춘객들이 서울 여의도 윤중로에서 벚꽃 구경을 하고 있다. 하지만 꽃가루가 늘면서 알레르기 질환도 급증하고 있다. 뉴스1

벚꽃이 서울에서 지난달 24일 개화하면서 100년 사이 가장 일찍 피었다. 일본 교토 벚꽃도 일본 기상청이 관측을 시작한 1953년 이래 가장 이른 지난달 26일 만발했다.

이처럼 벚꽃이 일찍 피면서 꽃가루가 늘어난데다 최근 중국발 미세먼지까지 겹치면서 천식ㆍ알레르기 비염ㆍ알레르기 결막염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2019년 계절성 알레르기 비염, 화분(花粉)에 의한 알레르기 비염 등 알레르기 비염 환자는 1,262만7,160명이다(건강보험공단). 3~5월 환자 수는 356만2,397명으로 6~8월 환자(210만8,183명)보다 69% 많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봄철 알레르기 비염 환자가 예년보다 줄었지만 봄철에는 알레르기 비염을 주의해야 한다. 손경희 경희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 등으로 봄철에는 꽃가루가 증가하고 미세먼지가 많아져 알레르기 비염 환자가 늘어난다”고 했다. 이에 따라 봄철 야외 활동 시 마스크를 꼭 착용하고 야외 활동 후 코 세척을 충실히 하면 알레르기 비염을 예방할 수 있다고 손 교수는 조언했다.

◇꽃가루, 알레르기 질환 주범?

기온 상승과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 등으로 꽃가루가 많아지면서 알레르기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전체 인구의 15∼25%가 알레르기 질환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집먼지진드기, 개ㆍ고양이 등의 털, 바퀴벌레 등 실내 알레르기 원인에 의한 경우도 많지만 계절성 알레르기 비염이나 알레르기 결막염이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알레르기 질환 가운데 천식이나 알레르기 비염, 아토피 피부염 등 ‘화분증(花粉症)’은 꽃가루 때문에 발병한다. 봄철 꽃가루 항원으로 흔한 것은 참나무ㆍ자작나무ㆍ오리나무ㆍ삼나무 등이다. 우리나라에 많은 이들 나무는 대표적인 풍매화로 봄철 꽃가루 알레르기의 주범이다. 이들 나무는 주로 3월 초부터 꽃가루가 날리기 시작해 3월 말∼5월 초 사이에 공기 중에서 많이 관찰된다. 잔디류 꽃가루는 5∼9월, 돼지풀ㆍ환삼덩굴ㆍ쑥 등 잡초류 꽃가루는 8∼10월에 주로 관측된다.

오재원 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우리나라 알레르기 유발 식물 개체 수와 꽃가루 수가 최근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오 교수팀은 1997년 7월~2017년 7월 서울ㆍ구리 지역에서 꽃가루를 채집해 분석한 결과, 봄철 꽃가루가 날리는 기간이 20년 만에 45일 늘어났다는 연구 결과를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지에 게재했다. 오 교수는 “우리나라 봄철에는 자작나무ㆍ참나무, 가을철에는 환삼덩굴ㆍ돼지풀 등 알레르기 유발 식물의 개체 수가 점점 증가하고 꽃가루에 대한 감작률도 늘고 있다”고 했다.

꽃가루 알레르기를 막으려면 해당 항원을 피해야 한다. 꽃가루가 많이 날리는 오전에는 외출을 자제하고, 창문을 닫아놓고, 외출 시 미세먼지용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꽃가루 유발 천식이 있는 취약한 환자는 증상이 생기기 전에 미리 흡입형 국소 스테로이드를 꾸준히 쓰는 것이 악화 예방에 도움이 된다. 또한 알레르기 원인 물질을 체내에 피하주사 또는 설하(舌下) 요법으로 조금씩 투여하는 면역 요법 치료를 3~5년 정도 받으면 봄이 돼도 알레르기가 생기지 않고 잘 지낼 수 있다.

꽃가루 알레르기 비염이 있다면 사과ㆍ복숭아ㆍ키위 등 과일을 먹을 때도 주의해야 한다.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환자의 41.7%가 생과일을 먹으면 음식이 닿는 부위인 입술ㆍ혀ㆍ목구멍 등이 가렵고 붓는 ‘구강알레르기 증후군’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꽃가루, 코로나19 감염도 유발?

꽃가루가 인체의 면역 체계에 이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에서 밝혀져 있다. 꽃가루가 항바이러스 반응을 일으키는 단백질 활동을 방해해 독감이나 사스 바이러스에 취약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독일 헬름홀츠 환경의학연구소와 미국 컬럼비아대 등 국제 공동 연구팀은 최근 꽃가루에 노출되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연구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꽃가루의 관계에 주목해, 세계 31개 국가에서 꽃가루 수의 증감에 따른 코로나19 감염률 변화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다. 연구 결과,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률 변동성에서 44%가량은 꽃가루 노출과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해석됐다.

특히 연구팀은 꽃가루가 늘어난 뒤 4일 뒤에는 감염률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봉쇄와 같은 강력한 방역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꽃가루가 1㎥에 100개 있으면 코로나19 감염률이 4% 증가했다고 했다. 강력한 봉쇄는 코로나19 감염률을 절반으로 떨어뜨렸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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