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당초 회담 장소로 난핑으로 요청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2일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의 회담을 위해 1박 2일 일정으로 중국 방문 길에 올랐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중국 견제 목소리가 부쩍 강경해지는 가운데 미중 갈등 속 한국의 역할에 대한 의견 교환이 이뤄질 전망이다.
정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공항에서 정부 전용기를 타고 푸젠성 샤먼(廈門)으로 출국했다. 그는 도착 다음 날인 3일 오전 왕 부장과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한 뒤 오찬을 함께한다.
북핵 협상을 총괄하는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이번 방문에 동행했다. 교착 국면의 북한 비핵화 협상 재개를 위한 중국의 협조를 당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북핵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현안에 대한 논의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장관의 방중 기간 중인 2일(현지시간) 미국 아나폴리스에서는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참석하는 한미일 안보실장 협의가 열린다. 한미일 3각 안보 협력 강화를 강조하는 자리인 만큼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는 미국의 대중 압박을 의식한 왕 부장의 견제 제스처가 연출될 수 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정 장관의 방중 일정을 발표하면서 "현재 한중 관계가 양호하게 발전하고 있다. 양국 간 전략적 소통을 증진하고 실무적인 협력을 심화하기를 원한다"며 의미를 부여한 바 있다.
한편 중국 측은 당초 샤먼이 아닌 푸젠성 난핑(南平)으로 정 장관을 초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왕 부장은 한중 외교장관회담에 앞서 난핑에서 인도네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등 아세안(ASEAN) 국가들과 회담을 가졌다. 이동할 필요가 없는 난핑을 회담 장소로 원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외교부는 난핑 이외의 장소를 요청했다. 아세안 국가들 뒤에 서는 모양새를 의식한 셈이다. 중국 측은 한국 측 요구를 수용해 난핑과 멀지 않은 샤먼을 낙점했다.
샤먼은 대만과 매우 인접해 양안관계의 상징적 장소로 인식돼 있다. 중국이 회담 장소로 샤먼을 택한 것은 대만 문제에 대해 미국 등에 정치적 메시지를 담으려던 게 아니냐는 관측이 무성했지만, 한국 측 외교적 사정도 반영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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