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북정책 막판 조율… 핵심은 '北 비핵화'
中 견제 논의도... 미중 줄타기 외교 분수령
미국이 2일(현지시간) 한미일 안보사령탑 회의를 하루 앞두고 대북정책의 중심은 ‘비핵화’라고 못 박으며 3자 협력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동맹을 동원해 북한 비핵화를 압박ㆍ유도하겠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셈이다. 한미일 안보회의에도 북한 비핵화는 당연히 핵심 의제로 오른다. 논의 결과에 따라 현재 막바지 검토 단계인 조 바이든 행정부 새 대북정책의 알맹이와 공개 시기 등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1일 언론브리핑에서 이튿날 워싱턴 인근 메릴랜드주(州) 아나폴리스 미 해군사관학교에서 열리는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를 두고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3국이 처음으로 현안을 놓고 머리를 맞대는 자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기타무라 시게루(北村滋) 일본 국가안보국장에게 그간 진행해 온 대북정책 검토 내용을 설명하고 최종 조율에 나선다. 협의는 양자ㆍ3자 회의를 거쳐 최종 합의를 모색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당국자는 △핵 비확산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북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북중 외교 관계 등을 의제로 제시했다. 구체적 주제가 공개된 것은 사전에 3자가 어느 정도 합의에 근접했음을 시사한다. 동맹국들과 실무 선에서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결론을 도출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보텀업(상향식)’ 대북정책 기조와도 일치한다.
미국은 동맹을 지렛대로 삼겠다는 의지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북한에 대한 접근법이 효과를 거두려면 한일을 포함한 동맹과 보조를 맞춰 실행해야 한다”며 그래서 이번 3자 협의가 매우 “긴요하다”고 설명했다. 행정부 당국자 또한 “미국은 매우 열려 있으며 피드백을 경청할 준비가 돼 있다”고 거들었다. 나아가 “미국이 오히려 의견과 제안을 듣는 대화에 더 가까울 것으로 예상한다”며 “일방통행식 대화는 아닐 것”이라고까지 했다. 미국이 어떤 대북정책을 내놔도 이해 당사국들이 동의한 만큼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기 쉬울 거란 노림수가 숨어 있다.
미국의 이 같은 입장은 한국 정부에 양가적이다. 한중관계에 미칠 영향 때문이다. 최근 미국은 유럽연합(EU) 등 서방 동맹과 ‘반중 연합 전선’을 이뤄 중국과 맹렬히 대립하고 있다. 이번 3자 협의에서도 반도체 공급망과 남중국해 문제를 다루겠다고 대놓고 공언했다. 중국을 겨냥한 공동 대응 방안을 협의하겠다는 것이다. 반도체는 미국이 중국과 기술경쟁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품목이고, 남중국해는 인도ㆍ태평양에서 중국의 팽창과 영향력 확대를 저지하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는 핵심지역이다. 이는 곧 한국 정부가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 한중관계의 조화로운 발전”이란 외교 원칙을 관철시키기 더 힘들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번 만남에서 한국 정부가 ‘선택’을 요구받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더구나 외교ㆍ안보 라인의 또 다른 축인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한국 시간으로 같은 날 중국 푸젠성 샤먼에서 왕이(王毅) 외교부장과 회담을 갖는 터라, 한국은 입장이 더욱 난처해졌다.
구체적으로 쿼드(Quadㆍ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 안보협의체) 참여를 정식 요청받을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행정부 당국자는 ‘이번 3자 회의에서 쿼드의 백신 정책에 한국 참여 여부가 논의되느냐’는 질문에 “비공식적 참여 기회가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해 왔다”면서 “언제든 한국의 참여와 긴밀한 협의를 환영할 것”이라고 답했다. 비공식 참여가 가능한 이니셔티브 예시로 기술 분야 워킹그룹과 동아시아 지역 백신 배포를 위한 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거론하기도 했는데, 이런 언급 자체가 한국에는 적잖은 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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