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소비자물가 1.5% 상승... 농축산물, 유가 영향
기재부 차관 "상승률 2% 상회할 가능성 제한적"
전문가들 "당장 아니더라도... 인플레 압력 점점 심화""
지난달 물가가 1.5% 오르며 1년 2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기상 악화, 국제유가 상승, 부동산 대란 등으로 농산물, 공업제품, 전·월세가 모조리 뛴 영향이다. 정부는 물가 상승세가 일시적이라며 '괜찮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선 인플레이션 압력이 점점 심화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파 306%, 사과 55%, 달걀 39%↑
2일 통계청 '3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7.16(2015년=100)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5% 올랐다. 이는 지난해 1월(1.5%) 이후 14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 연속 0%대에 머물렀지만 올해 2월(1.1%) 들어 그 폭을 키우고 있다.
소비자가 쉽게 체감하는 농·축·수산물 물가가 13.7% 오르며 전체 물가를 1.08%포인트 끌어올렸다. 파값은 작황 부진으로 305.8% 올라 1994년 4월(821.4%) 이후 27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유행으로 달걀값은 38.6% 상승했으며, 지난해 장마 영향이 이어지고 있는 사과(55.3%)도 오름세를 유지했다.
공업제품 물가는 전년 대비 0.7% 상승하며 1년 만에 플러스(+)로 전환됐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석유류 가격이 1.3% 오른 영향이 컸다. 여기에 곡물 가격이 오르면서 빵값이 6.0% 뛰는 등 가공식품 물가도 1.5%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비스 물가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개인 서비스 물가는 1년 사이 1.8% 올랐는데, 특히 외식 물가가 2019년 8월(1.7%) 이후 19개월 만에 가장 높은 1.5%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외식 수요가 줄면서 물가 상승폭이 작았는데, 연말·연초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리자 음식점들도 가격을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또 부동산 대란이 이어지면서 전세와 월세는 각각 1.4%, 0.6% 상승했다.
정부 "안정목표 상회 안 한다"
이 같은 물가 상승에도 정부는 '일시적'이란 입장이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주재하고 "현재 추세와 작년 2분기에 낮았던 물가수준을 감안할 때 금년 2분기 물가 오름폭이 일시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면서도 "물가안정목표인 2%를 상회할 가능성은 여전히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 역시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 "여러 요인이 개입하므로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말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AI 확산세 둔화, 양호한 기상 여건에 따른 생육상황 개선으로 농축산물 오름세는 다소 둔화됐다"고도 했다.
전문가 "인플레 압력 심화... 3, 4분기 갑작스러운 물가 상승 예상"
하지만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한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당장 인플레이션을 걱정할 필요는 없을지 몰라도, 인플레이션 압력은 점점 심화하는 추세"라며 "앞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더 커질 경우 금리 인상 등 조치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3, 4분기에 원자재 가격의 상승과 서비스 가격의 인상으로 인한 갑작스러운 물가상승을 겪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인플레이션 우려는 한국만의 상황이 아니다. 래리 서머스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최근 워싱턴포스트(WP) 기고에서 조 바이든 정부의 경기 부양책과 관련해 "한 세대 내에서 경험하지 못한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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