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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죽었는데 웃어야 한다... 인형극 진행자의 비극 극복기

입력
2021.04.03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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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챠 드라마 '키딩'

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넷플릭스와 왓챠로 나눠 1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제프 피킬리오는 어린이를 위한 유명 인형극 진행자이다. 얼굴엔 웃음으로 만들어진 주름이 가득한데, 이제 주름골마다 슬픔이 스며있다. 왓챠 제공

제프 피킬리오는 어린이를 위한 유명 인형극 진행자이다. 얼굴엔 웃음으로 만들어진 주름이 가득한데, 이제 주름골마다 슬픔이 스며있다. 왓챠 제공


드라마 '키딩'. 왓챠 제공

드라마 '키딩'. 왓챠 제공

슬픈데 웃어야 한다. 어린이 인형극으로 세계적인 유명인사인 제프 피킬리오(짐 캐리)가 처한 신세다. 제프의 쌍둥이 아들 중 첫째가 교통사고로 숨졌다. 제프는 거대한 슬픔의 파도에 밀려 자포자기하듯 살았다. 아내는 다른 남자에게 떠나가고, 가정은 해체됐다. 남은 것은 오직 슬픔, 당신이 제프라면 어떤 길을 갈 것인가.


①세상이 무너졌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

주변에서는 다시 일어나라고 말한다. 카메라 앞에 서서 전 세계 아이들을 향해 웃으라고 권한다. 하지만 제프는 남의 행복만을 위하다 불행한 처지에 놓였다고 생각한다. 동심을 유지하기 위해 술을 마시지 않는 등 최대한 건전하게 살았던 과거가 온통 후회다. 죽은 아들과 함께 한 시간이 많지 않았던 점도 마음을 누른다. 자신보고 연기를 다시 시작하라고 강권하는 방송 제작사 대표이자 아버지는 경제적 이득만 보는 듯하다. 아이들에게 세상은 희극과 비극이 뒤섞여 있다는 진실을 전하고 싶다는 괜한 의무감까지 생겨난다. 제프는 예측할 수 없는 행동으로 주변을 놀라게 한다.

제프는 큰아들이 급작스레 죽으면서 사랑하던 아내와도 불화한다. 불행은 연달아 이어진다. 왓챠 제공

제프는 큰아들이 급작스레 죽으면서 사랑하던 아내와도 불화한다. 불행은 연달아 이어진다. 왓챠 제공


②가족이 만들어낸 상처 들여다보기

제프는 당면한 슬픔을 통해 자신의 삶을 관통한 상처를 되돌아 본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불화했다. 어머니는 집을 나갔고, 어린 제프는 누이와 인형극 놀이를 하며 아픔을 달랬다. 아버지는 어린 아들의 재능을 발견한다. 사업으로 발전시킨다. ‘피클 인형 쇼’는 그렇게 탄생하고, 제프는 미스터 피클이라는 새로운 존재로 거듭난다.

제프와 아버지는 ‘피클 인형 쇼’로 부를 쌓는다. 제프는 여인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백년가약을 맺는다. 쌍둥이 아들이 태어나고, 인생은 더 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 그러나 나락은 바로 옆에 있었다.

제프는 돌출 행동을 하며 아버지에게 반감을 드러낸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사랑이 부재했던 것에 대한 항의다. 아버지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제프를 미스터 피클에서 제외할 계획을 세운다. 새 아이스쇼를 기획하고, 캐릭터 상품 판매에 집중한다.

제프가 슬픔을 극복하지 못하면서 아버지와의 오랜 갈등도 수면 위로 오른다. 어린 시절 상처 역시 제프를 괴롭힌다. 왓챠 제공

제프가 슬픔을 극복하지 못하면서 아버지와의 오랜 갈등도 수면 위로 오른다. 어린 시절 상처 역시 제프를 괴롭힌다. 왓챠 제공


③상처는 치유될 수 있는가

제프는 가정의 재결합을 원한다. 쉽지 않다. 아내는 새로운 사랑과 함께 과거의 상처를 잊고 싶다. 둘째 아들은 비뚤어진 언행을 보인다. 제프의 노력은 매번 허사로 돌아간다. 제프의 마음은 종종 인형극 캐릭터를 통해 묘사된다. 때론 인형들을 통해 아픔을 드러내고, 위안을 얻고 삶의 탈출구를 찾기도 한다. 예전과는 단절했던 세상과 소통하는 법도 배운다. 제프는 아이를 잃고 지독한 방황의 시기를 겪으며 뒤늦게 사회화 된다. 제프는 슬픔을 딛고 행복한 삶을 새롭게 살아갈 수 있을까.

※권장지수: ★★★★(★ 5개 만점, ☆는 반개)

웃기는데 일가견이 있던 짐 캐리가 이번엔 시청자를 크게 울린다. 캐리의 연기만으로 볼 만하다. 제작을 지휘한 이는 미셸 공드리 감독이다. ‘이터널 선샤인’(2004)과 ‘수면의 과학’(2006), ‘무드 인디고’(2013) 등으로 기기묘묘한 영상세계를 펼쳐냈던 이다. 공드리의 독특한 상상력은 이 드라마에서도 강렬하다. 시즌1,2의 20개 에피소드 중 7개를 연출했다. 그는 캐리의 서러운 사연을 통해 슬픔과 기쁨이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고 주장한다. 인형극을 액자소설처럼 구성한 형식이 흥미롭다. 슬픔 가득한 제프의 웃음이 마음을 찌른다. 보는 이는 절로 응원하게 된다.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88%, 시청자 89%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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