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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민이라 믿었는데... 거짓말이었다

입력
2021.04.01 19:10
수정
2021.04.01 19:4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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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7월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7월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는 반성한다, 부실 보고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말만 덜컥 믿고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들어가 제대로 계산해보지 않은 게으름을.

지난달 29일 나는 "박주민 의원 해명을 들어보니, 문제가 없는 것 같다"고 회사에 보고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지난해 전·월세 임대료를 5% 이상 올리지 못하게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못박아 놓고, 자신들은 법 통과 직전 5% 넘게 올려 받아 시끄러울 때였다. 다른 의원 케이스는 없는지, 국회의원 재산 등록 자료를 들여다 봤다.

'박주민 의원. 서울시 중구 신당동 청구 이편한세상 아파트 임대보증금 3억 원에서 1억 원으로 감소. 전세 계약 만료 및 신규 계약.'

"임대차법을 대표 발의한 박 의원이, 설마?" 박 의원에게 전화로 물었다.

“그 무렵(지난해 7월)에 전세가 잘 안 나가서 보증금을 낮추고 월세를 좀 올렸다. 보증금 3억 원에 월세 100만 원 받다가 바꾼 것이 보증금 1억 원에 월세 180만 원 언저리였던 걸로 기억한다. 부동산에서 그렇게 하라고 했던 걸로 기억한다. 계약은 부모님이 하셨다."

'새 임대차법보호법상 전·월세 인상 폭을 지킨 건지'를 다시 물었다. 그게 핵심이니까.

"그랬을 것이다. (부동산에서) 하라는 대로 했다. 5%에 맞춰서 했던 걸로 기억한다."

전·월세 전환율에 따라 그가 정말 5%를 지킨 건지 굳이 계산해볼 생각을 나는 하지 않았다. '박주민'의 말이었기에 의심하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와, 제주 4·3과, 여순 10·19를 기리는 배지를 나란히 달고 다니며 언제나 '소명 의식'을 강조한 '정의의 아이콘'의 말이었기에.

박주민(왼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월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민원실에서 '임성근 판사 탄핵소추 의결서' 정본을 제출하기 위해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박주민(왼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월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민원실에서 '임성근 판사 탄핵소추 의결서' 정본을 제출하기 위해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틀 만인 31일 벌어진 일은 충격이었다. 그는 결과적으로 '거짓 해명'을 했다. 지난해 7월 기준 전·월세 전환율(4%)을 적용하면, 박 의원은 임대료를 9.1% 올려 받았다. 새 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조정된 전·월세 전환율(2.5%) 기준으로는 27.7%나 더 올렸다. 박 의원을 굳게 믿은 나는 바보가 됐다. 그런 선한 얼굴을 하고 거짓말을 할 리 없다고 의심하지 않은 게 잘못이 됐다.

박 의원은 1일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캠프의 홍보디지털본부장에서 물러났다. 김태년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에게 질책도 받았다. 후폭풍이 큰 건 박 의원이 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대표 발의자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되기 전에 법 적용을 예상하고 미리 월세를 높이려고 하는 시도가 있을 것"이라고 걱정한 것도 그였다.

박 의원 지지자들은 "어찌 됐든 박 의원이 받는 임대료가 시세보다 낮은 편"이라고 두둔한다. 박 의원도 처음 내놓은 해명에서 "제가 주거 안정을 주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보다 꼼꼼하게 챙기지 못해 시세보다 크게 낮은 가격으로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시세'가 아닌, '5%'와 '9.1%'의 차이가 민심이 분노하는 이유라는 걸 모르는 걸까, 모르는 척하는 걸까.

"타인에게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사람일수록 자기 자신을 되돌아 봐야 한다." 박 의원을 믿은 순진한 내가 그에게 감히 돌려주고 싶은 말이다.

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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