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봄철 숲 등서 실종 빈번
발전기 식별번호로 위치 확인
‘귀가 사이렌’ 순찰 활동도 전개
봄이 되면 제주 중산간 도로는 이른 새벽 주차장으로 변한다. 트레킹 목적의 등산객이 없진 않으나 목장과 오름, 숲에서 자라는 고사리를 채취하기 위한 사람들이 몰리면서 생기는 풍경이다. 최근에는 ‘고사리 채취투어’ 상품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이들의 등장에 덩달아 바빠지는 사람들이 있다. 소방관과 경찰관이다. 고사리 꺾기에 심취한 나머지 무성한 수풀에서 길을 잃는 사고가 빈번한 탓이다. 최근 3년간 제주에서 발생한 길 잃음 사고 212건 중 133건(63%)이 4, 5월 집중됐다. 지난해 4월엔 70대 남성이 백약이오름 인근에서 고사리를 캐다 연락이 끊겨 실종돼 숨지는 사고도 있었다.
4월이면 ‘길 잃음 사고 안전주의보’를 발령, 비상근무에 들어가던 구조당국이 올해는 풍력 발전기 높은 기둥에 식별번호를 부착하기로 했다. 길을 잃었을 때 이 번호를 보고 신고하면 119가 신속하게 위치를 확인, 구조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1일 제주시 구좌읍에 따르면 김녕리 김녕풍력발전단지에 설치된 90m 높이의 발전기 10기에 최근 번호를 붙였다. 2m 크기여서 800m가량 떨어진 곳에서도 육안으로 식별이 가능하다. 구좌읍은 인근 15기에도 추가로 번호를 표시할 예정이다.
제주도 자치경찰단도 제주 동부지역을 중심으로 4월 한달간 고사리 채취객 길 잃음 예방을 위해 ‘귀가 사이렌’을 울리는 등 순찰 활동을 강화한다. 채취객이 많은 중산간 지역을 중심으로 오후 4시부턴 사이렌을 울리며 귀가를 안내할 예정이다. 이후에도 중산간 도로에 주차된 차주에게는 차창에 남은 연락처로 전화해 귀가를 종용하기로 했다.
제주소방본부 관계자는 “고사리 채취땐 일행을 동반하고, 휴대폰과 호각 등 자신의 위치를 알릴 수 있는 장비를 휴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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