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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김치를 얼마나 존중했나

입력
2021.04.02 00: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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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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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김치가 없었더라면 무슨 맛으로 밥을 먹을까~♬’ 가수 정광태가 부른 ‘김치송’의 첫 소절이다. 한동안 기억 속에서 잊고 있었던 이 노래가 생각나는 이유는 뭘까?

얼마 전 1,460만 명 구독자를 가진 중국 유튜버 리쯔치(李子柒)는 김치가 중국 전통음식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에서 알몸 남성이 배추를 절이는 비위생적 영상까지 공개되면서 분노와 충격을 주고 있다.

그런데 국내 일반 음식점에서 국산 김치를 내놓은 곳은 10곳 중 2곳 정도라고 한다. 우리가 식당에서 먹는 김치는 물론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먹는 김치 대부분이 중국산 김치인 것이다. 김치 종주국으로서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발효 식품인 김치는 맛은 물론 영양까지 뛰어난 건강식품이다. 하지만 우리는 매일 먹는 김치에 익숙한 나머지 그 우수성을 잘 느끼지 못하고 있다.

김치는 그 종류만도 수백 가지다. 재료에 따라 배추김치, 깍두기, 오이소박이, 열무김치, 파김치, 갓김치 등으로 나누고, 담는 방법에 따라 통김치류, 물김치류, 보쌈김치류 등으로 나눈다. 추운 지방에서는 고춧가루를 적게 쓰고 염도를 약하게, 호남지방에서는 맵게, 영남지방에서는 짜게 만든다. 최근엔 지역에 따라 전복, 낙지, 굴, 소라 등 다양한 해산물과 조기젓, 숭어젓, 굴젓 등 감칠맛 나는 젓갈을 첨가해서 더 맛있는 김치를 만든다. 살아생전에 모든 김치를 다 먹어보기도 쉽지 않다.

서양의 김치라고 할 수 있는 치즈에 대한 프랑스인의 사랑은 대단하다. 종류도 300 종이 넘는다. 치즈마다 이야기가 담겨 있는 것은 물론 식탁에 어떤 치즈가 오르느냐가 집안의 권위와 부를 상징했다고 한다. 지금까지도 주변 어디서든 치즈를 판매하고, 요리, 디저트, 와인 안주로까지 폭넓게 사용한다.

중국산 김치에 대한 반감이 높아가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K-김치를 살리기 위한 행동은 잘 보이지 않는다. 특히 김치에 대한 소중함에 비해 가격이란 걸림돌이 현실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중국산 단가는 국산의 3분의 1에 불과하므로 식당에서 국산 김치를 사용하고 싶어도 바꾸기 어려운 실정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우리의 김치가 값싸고 비위생적인 중국산 김치맛으로 평가돼서는 곤란하다.

지금 우리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넘어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를 우선으로 여기는 사회로 변하고 있다. 그렇다면 김치의 고급화 전략은 무엇일까? 이를 가능케 하려면 소비자들이 김치에 제값을 낼 수 있는 인식의 변화가 우선돼야 한다.

지금까지 식당에서 김치는 그저 공짜로 제공되는 밑반찬 중 하나였다. 이를 바꿔보면 어떨까? 입맛과 취향, 그날의 메인 음식에 어울리는 김치를 주문하는 것이다. 무료 제공이 아닌 어엿한 메뉴로 말이다.

다양한 김치의 맛과 문화를 담은 ‘김치 카페’를 온·오프라인에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지역별, 재료별, 만드는 방법에 따라 다양한 김치를 제공하고 요리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가격을 뛰어넘어 영혼을 담은, 그야말로 특별한 소울푸드로, 김치 한 포기 한 포기 장인정신으로 담고, 이야기를 담고, 문화와 품격을 담는다면 명품 K-김치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

이번 논란에 감정적 대응을 뛰어넘어 김치의 소중함을 깨닫고 김치의 매력을 세계에 알리는 기회로 활용하길 기대해 본다.




민승규 국립한경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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