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에서 목수로 전직한 송주홍씨 에세이 '노가다 칸타빌레' 펴내
송주홍(34)씨는 원래 기자였다. 20대 중반부터 5년간 문화예술과 스포츠 분야의 기사를 쓰는 잡지사에 다녔다. 기자 일을 그만두고선 "나름 인정받는 출판 콘텐츠 기획자"로 일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현재 직업은 형틀목수다. 비속한 말로 옮기자면 '노가다판'에서 일한다. "펜대 굴리는 먹물"의 삶에서 벗어난 지 4년 차다.
얼핏 실패를 떠안고 막장으로 밀려난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생계유지 등 현실적인 이유"가 있긴 했어도 송씨는 분명 원해서 건설 현장에 입문했다. 육체노동, 특히 목수에 대한 동경 때문이었다. 그리고 지난달 자신의 공사판 성장기를 담은 에세이 '노가다 칸타빌레'라는 제목의 책을 냈다. 칸타빌레는 이탈리아어로 '노래하듯'이라는 뜻. 고된 공사장 일이 어떻게 노래가 나올 만큼 즐거울 수 있을까.
현재 충남 계룡시의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송씨는 최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소위 지식인들이 있는 '먹물 사회'와 달리 이곳은 엄숙하게 무게를 잡을 필요도 없고, 인간관계도 계산을 하지 않아 담백하다"며 "몸 쓰고 땀을 흘려야 끼니를 보장받는 삶에 만족한다"고 했다. 다만 송씨는 '노가다꾼'을 향한 사회적 편견을 깨트리겠다는, 거창한 목표를 세우고 책을 쓴 건 아니라고 했다. 다만 "건설 현장이 어떻게 굴러가고, 그 속에 있는 사람들은 누구인지를 알리고 싶었을 뿐"이다.
그래서 책은 이런저런 이유로 공사장에서 처음 일하게 됐거나, 몸담을 예정인 이들을 위한 안내서의 성격이 있다. 잡부부터 목수, 철근공, 미장공, 비계공, 반장에 이르기까지 공사장에 있는 사람들의 역할과 처우를 현실적으로 소개했다. 송씨는 새내기 인부를 위한 패션 가이드나 인간관계 노하우 등도 살뜰히 챙겼다. 그는 "공사장에서 아버지의 동생뻘인 형님들과 함께 일하면서 무뚝뚝하고 말없던 아버지의 삶을 비로소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기자로 일할 때 습성을 잊지 않아 사실에 입각한 정보가 많고, 문장도 명료해서 읽기 편하다. 송씨는 의도하지 않았다고 하나, 읽다 보면 자연스레 건설인들의 삶을 이해하게 되면서 '노가다꾼'에 대한 선입견도 한 풀 벗겨진다.
초보 잡부로 시작해 지금은 어엿한 목수 일을 하고 있는 송씨는 공사장에서 일하는 동안 아파트 5,000가구를 지었다. "망치로 자기 손을 때리는 사고가 예사"인 일상을 보내며 크고 작은 부상도 얻었다. 그런데도 경험을 더 쌓아 나중엔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목수 일까지 배워 볼 생각이다. 송씨는 "궁극적으로는 '대안 문화'를 만드는 공간 기획자가 되고 싶다"면서 "그 전까지는 목수 일을 완전히 정복하며 두 번째 책도 쓸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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