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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구경북신공항, 처음부터 다시 설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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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구경북신공항, 처음부터 다시 설계하자

입력
2021.03.31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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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덕도 신공항' 문제가 부산·경남을 다시 뜨겁게 달구고 있다. 정치권의 개입이 불러온 필연적 결과다. 2019년 2월 문재인 대통령은 김해국제공항 확장 사업에 대한 재검증을 지시했고, 그해 4월 사업의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 2020년 11월 정부는 사업의 백지화를 발표했고, 국회는 2021년 2월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4월 7일 부산시장 보궐선거용이라는 혐의가 아주 짙다.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이 미칠 파장은 부산·경남·울산에 그치지 않는다. 2005년 10월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위한 공동 건의문'을 채택한 이래, 이 지역뿐만 아니라, 대구·경북 등 동남권 5개 지자체의 사활적 이해와 관계되기 때문이다.

잘 알려지다시피 동남권 5개 지자체는 가덕도 안을 지지한 부산과 밀양을 지원하는 대구·경북, 경남·울산 등으로 나뉜 채 정치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해 왔다. 대통령 공약사업으로 내걸었던 이명박 정부는 2011년 정부 주도의 용역 평가를 진행한 끝에 밀양 39.9점, 가덕도 38.3점 등 아주 박한 평가를 내렸다. 합격점인 50점에 한참 못 미치는, 그야말로 '신공항 불가'라는 대못을 박은 인색한 판단이었다. 주민들의 염원을 무시하는 정부의 이런 소극적 태도를 지켜본 동남권 주민들은 크게 분노했다. 이미 '김해국제공항'이 포화 상태에 도달한 데다가, 새로운 공항이 개항되기까지는 최소 10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1천만 동남권 주민의 간절한 염원을 10년이나 후퇴시켜 버렸다. 가뜩이나 수도권 집중으로 소외감을 강하게 느끼는 동남권 주민들의 분노, 염려, 걱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이 문제는 박근혜 정부의 부담으로 남았다. 대통령 공약사업으로 내세운 박근혜 정부는 당선 이후 중립적 기관인 프랑스 '파리공항공단(ADPi)'(이하 공단)에 평가를 의뢰했고, 공단은 2016년 6월 밀양 683점, 가덕도 580점을 준 반면, 기존의 김해국제공항(이하 김해공항)의 확장안에 818점을 주었다. 새로운 국제공항을 건설하여 동남권을 수도권에 견줄 수 있는 물류와 경제의 중심지로 키우려 했던 동남권 주민들의 염원은 또다시 물거품이 되었다.

공단은 기존의 두 개 활주로(3.2㎞, 2.7㎞)의 서쪽에 3.2㎞ 규모의 새 활주로를 하나 더 추가하여, 김해공항을 연간 4천만 명의 여객을 소화하는 공항으로 확장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렇게 되면 김해공항은 인천국제공항(이하 인천공항)에 이어 한국 제2위의 공항으로 올라서는 동시에, 동남권 지역의 허브 공항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공단은 'K2 이전' 등의 현안이 남아 있는 대구공항에 대해서는 '대구경북 신공항' 건설이라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 결국 공단의 평가는 1)동남권 신공항 필요성의 인정, 2)김해공항의 확장을 통한 동남권 허브 공항의 구축, 3)보조 공항으로 '대구경북 신공항'의 건설이었다.

많은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공단의 평가를 수용한 대구경북은 'K2 이전'을 전제로 한 신공항 건설 작업에 착수했다. 그 결과 2020년 8월 경북 의성·군위에 통합 신공항-군 공항(K2)을 건설하는 것으로 최종 확정을 보았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대구시민추진단'(이하 추진단)에 따르면, 의성과 군위에 건설될 신공항은 36만5천㎡(11만600평)의 부지에 활주로 두 개[민항 3.2㎞, 군용 2.7㎞]가 설치된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주기(駐機) 대수가 9대에서 24대로 늘어나고, 연간 이용객이 250만 명(2019년 기준)에서 1천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추진단의 위 안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이 안에 따르면, 대구경북통합 신공항(이하 대구신공항)은 현행 대구공항보다 부지 면적은 두 배, 활주로는 민항전용 활주로가 400m가량 늘어날 뿐이다. 연간 1천만 명이 이용이 가능한 공항은 지방공항에 다름 아니다. 국제공항협의회(ACI)는 연간 1,600만 명 이상이 이용하는 공항을 '중규모 공항'으로 분류한다. 애초에 확장 김해공항의 보조 공항으로 설계된 대구신공항은 규모나 활용 면에서 모두 작은 '지방공항'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었다.

설계안에 따르면, 대구신공항은 현재 김해공항보다 규모가 아주 적다. 김해공항은 260만㎡(78만 평)의 부지에, 대형 활주로(3.2㎞)와 중형 활주로(2.7㎞)를 갖추고, 37대의 비행기가 주기(駐機)할 수 있다. 김해공항은 2017년 탑승객이 1,600만 명을 돌파하여, 국제공항협의회가 인정한 '중규모 공항'이 되었다. 코로나 발생 직전인 2019년에는 탑승객이 20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증가세가 가팔랐다. 이에 비해 대구신공항은 현행 김해공항에 비해 부지 면적 1/7, 주기 대수 1/4, 이용객 1/2에 불과한 그야말로 소규모 '지방공항'으로 설계되었다.

이제 가덕도 신공항 문제가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2016년 '파리공항공단'의 권고는 무산된 것이나 다름없다. 현재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계획안에 따르면, 가덕도 신공항은 대형 활주로 한 개(3.5㎞)에 연 2500만 명의 승객이 이용 가능한 공항이 될 전망이다. 여기에 소요될 예산은 12조8000억 원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수치는 사실상 '눈 가리고 아웅'일뿐이다. 국제공항이 정상 작동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두 개의 활주로가 확보되어야 하고, 그럴 경우 신공항 예산은 28조6000억 원으로 급증한다. 대구신공항의 이전 및 건설비(8조8천800억 원)의 3.2배가 더 드는 초대형 국책사업으로 변질된 것이다. 한국이 자랑하는 세계적 국제공항인 인천공항이 4단계 공사가 끝난 현재까지 18조 원이 투입된 것과 비교하면, 가히 천문학적인 재정 투입이 예상된다.

잘 알려져 있듯이 가덕도 신공항이 '돈 먹는 하마'가 될 예정이라는 우려는 이곳의 지리적·환경적 요인과 깊은 관련이 있다. 가덕도는 연해 수심이 깊고(25m 내외), 외해에 위치하여 해류가 거센 편이다. 이 때문에 무려 440~560톤에 이르는 대형 비행기가 이착륙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토양과 돌을 매립해야 하고, 팔각형 콘크리트 구조물을 투입해야 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4대강 사업'에 소요된 정부 재정이 22조 원이라는 점에서, 이렇게 천문학적인 재정을 투입하고서도 견뎌낼 지방정부는 존재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가 특별법을 제정하여 중앙정부 차원의 재정 투입을 약속한 까닭이다.

문재인 정부의 파격적 조처는 형평성과 공정성이라는 민주주의의 룰에서 크게 벗어난다. 그동안 대구신공항 건설에 소요될 재정은 K2 부지 분양을 비롯한 지방정부 차원의 자구 노력에 기초해 왔기 때문이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됨에 따라, 이제 '확장 김해국제공항'의 보조 공항으로 설계된 대구경공항의 건설 계획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대구경북에 김해공항의 보조 공항을 건설한다는 국토발전계획을 정부 스스로가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대구신공항은 이제 더 이상 보조 공항이라는 위상에 매여 스스로 위축될 필요가 없다. 대구경북을 기반으로 한 독자적이고 자율적인 공항을 건설해야 할 까닭이 여기에 있다.

2028년 개항 예정인 독자적이고 자율적인 대구신공항의 규모는 얼마나 되어야 하는가? 현행 김해공항과 인천공항을 참고할 만하다. 현재 동남권 허브 공항인 김해공항은 부지 면적 260만㎡(78만 평)에 대형기 활주로(3.2㎞) 한 개와 중형기 활주로(2.7㎞) 한 개, 그리고 37대의 중형기가 주기할 수 있는 계류장을 갖추고 있다. 김해공항은 연간 2000만 명이 이용하는, 세계 기준의 '중규모 공항'이다.

그렇지만 김해공항은 폭증하는 이용객 및 화물 대비 처리 시설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활주로가 상대적으로 짧아 대형기의 이착륙이 어렵다는 근본적 문제가 있다. 이런 이유로 현재 김해공항을 이용하는 비행기는 대부분 중·소형기다. 300명 이상이 탑승 가능한 대형기가 이착륙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400미터가 더 긴 대형 활주로(3.7㎞)가 건설되어야 한다. 인천공항은 대형 활주로 4개를 확보하고 있다. 인천공항이 500명 이상이 탑승할 수 있는 에어버스380을 비롯한 초대형 비행기의 이착륙이 가능한 이유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인천공항은 1700만 평의 거대 부지에다가 대형 활주로 4개, 대형기를 비롯해서 186대를 주기(駐機)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연간 6천만 명 이상이 이용하는 세계 최대 국제공항이다.

이제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은 좋든 싫든 가덕도 신공항과 경쟁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동남권을 대표하는 허브 공항이 되기 위해서는 기존의 동남아시아 단거리 운항에서 벗어나, 미주와 유럽대륙을 직항할 수 있는 장거리 운항이 가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300명 이상이 탑승할 수 있는 보잉777급 대형기의 유치가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3.7㎞급 대형 활주로가 건설되어야 한다. 또 그러기 위해서는 부지 면적이 현재 김해공항 규모인 70만 평은 족히 되어야 하고, 대형기를 비롯한 40대가량의 비행기가 주기하고, 연간 2천만 명이 이용할 수 있는 국제 기준 '중규모 공항'이 되어야 한다. 이제 대구신공항은 한반도 동남권의 맹주 자리를 놓고 가덕도 신공항과 더불어 경쟁해야 할 출발선에 서 있다. 대구신공항이 처음부터 다시 설계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성우 대구한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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