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파나고니아로 떠나 볼까? 출발 전 시험 주행은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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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파나고니아로 떠나 볼까? 출발 전 시험 주행은 필수

입력
2021.04.0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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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 파타고니아 자가 차량 여행법 3탄

중남미 여행에선 ‘모든 준비가 완벽해’란 생각은 버렸다. 큰 문제가 아닌 이상 일단 가보자라는 심정으로 출발한다. ⓒ강미승

칠레에서 중고차를 구입하는 과정에서는 진땀 나는 탐색과 적절한 타협, 그리고 결정적인 포기가 필수다. 기존 차주에게 대행 업무를 맡은 중고차 매매 업체 수지(Suzi Santiago)에 모든 대금을 치렀다. 드디어 산뜻하게 출발? 아니, 우리 앞엔 길고도 지난한 고개가 남아 있었다.

잔금을 치러도 등록증 발급 전까진 내 차가 아니다

중고차 매매와 관련한 모든 금액을 정산했다. 수지로부터 고대하던 차 열쇠를 받을 거라 예상했으나 아직 그림의 떡이다. 금전 거래만 오갔을 뿐, 내가 이 차의 주인임을 입증하는 공식 문서가 없는 까닭이다. ‘빠드론(pardón)’으로 통용되는 이 문서는 자동차등록증을 일컫는다. 누가 이 차의 소유자인지, 어떤 모델의 차종인지가 상세히 기록돼 있다. 차의 여권으로 생각하면 쉽다. 사람의 여권과 더불어 해외에서 국경을 넘거나 불시에 검문을 받을 때, 이 차가 돌아다녀도 되는지를 입증한다.

빠드론을 발급받기 전 필히 선행할 것은 바로 RUT(Rol Único Tributario)를 만드는 일. RUT는 우리나라로 치면 주민등록번호, 즉 칠레 거주자격증이다. 칠레에 거주하지 않는 외국인도 땅이나 집, 차를 구입할 때 RUT 발급이 가능하다. 다만, 칠레에 영구 거주하는 보증인이 필수다. 그런 사람이 있을 리 없는 우리에게 수지가 나섰다.

모든 서류가 진짜임을 보장하는 공증사무소다. 외국인 차주와 칠레 국적의 대리인이 동석해야 한다. ⓒ강미승


기다림의 시간, 사람 구경하다가 e북을 읽다가, 그래도 시간이 남아 그림을 그렸다. 공증사무소에 갈 때는 각자 시간 죽이기용 장비를 갖춰가길. ⓒ강미승


빠드론의 실체. 이메일로 전달받은 PDF파일을 잘라 문방구에서 코팅한다. 왜 이리해야 하나? 칠레인도 모른다. 그냥 그리한단다. ⓒ강미승

“오전 9시까지 공증사무소로 오세요. 여권 잊지 말고요.”

수지의 직원이자 우리의 대리인이 약속 날짜를 잡았다. 수지가 모든 서류 과정을 대행하지만, 차주가 반드시 동행해야 한다. RUT 발급과 더불어 독일인으로부터 차량을 샀다는 계약서(Compraventa), 국경 왕래에 필요한 차량 소유자 서약서(Declaracion Jurada), 차량 허가증(Autorizaion) 등 비슷해 보이지만 각기 역할이 다른 서류에 사인하고 인장을 찍고 돈을 내면 된다. 대리인이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되는 단순한 과정인데, 복병은 기다림이다. 밀려 드는 손님과 독수리 타법의 업무 처리 속도로 보건대 쉽게 끝날 것 같지가 않았다.

더욱이 빠드론의 발급 기간이 4~8주나 걸린다는 대리인의 말에 절망했다. 차 사다가 계절을 넘기겠다 싶은데, 그건 또 속단이었다. 일단 수지가 온라인으로 빠드론을 신청하면 차를 운전할 자격은 바로 주어진다. 나중에 이메일로 받은 빠드론 전자문서(PDF파일)를 인쇄해 문방구에서 운전면허증처럼 코팅해서 보관하면 된단다. 과정은 디지털화된 듯한데 일 처리는 참으로 아날로그적이다. 빠드론이 나오기 전까지는 위에서 언급한 모든 서류를 부적처럼 달고 다녀야만 한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떠난다, 시험 주행은 필수

트렁크에 장착한 여닫이문이 달린 금고. 카메라 장비와 노트북, 여권 등 중요 물품이 담긴 배낭 두 개를 넣어둘 정도로 넉넉하다. ⓒ강미승


시험 주행 현장으로 선택한 산티아고 외곽의 산호세데마이포. 메마른 사막과 촉촉한 호수, 결이 다른 암벽의 질풍노도에 눈이 멀어 버릴 듯하다. ⓒ강미승


노천 온천은 구역별로 온도 차가 있었다. 나름 온천 경력이 있는 한국인도 견디기 힘든 고온이 가장 위층에 있다. ⓒ강미승

떠나기에 앞서, 차량 수리를 거친 후 기능을 좀 더 강화하기로 했다. 트렁크에 중요 물품을 넣어둘 안전금고를 만드는 일이다. 밖에서 볼 땐 차의 일부처럼 보이는 눈속임용 보관함이다. 불시에 차박을 하게 될 이 여정에 보험을 드는 과정이다. 외국인이 몰리는 남미의 일부 관광지에선 눈 깜짝할 사이 차창을 깨고 물건을 훔쳐 가는 전문가들이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 이 리모델링 업무 역시 수지가 맡았다. 칠레식 ‘해주세요’ 개조 서비스다. 침대를 만들거나 냉장고를 설치하거나 원하는 대로 가능하다.

자, 드디어 출발하는 건가. 아직이다. 본격적인 여행 전, 시험 주행을 강력히 권한다. 최적의 장소는 산호세데마이포(San José de Maipo). 산티아고에서 가까운, 미니 파타고니아로 불리는 곳이다. 1시간 여 운전해 빨려 들어가는 협곡에서 테스트할 업무는 두 가지. 비포장 도로에서의 차량 상태 및 캠핑에 필요한 물품 점검이다. 설산을 바라보는 야외 온천(Termas Valle de Colina)에 몸을 녹이며 파타고니아 여행을 예습할 수도 있다. 3일간의 자체 테스트 결과가 나왔다. 속도를 올릴 때 앞바퀴에 불편한 소리가 난다는 것, 그리고 전 차주가 남긴 캠핑용품이 극히 부실하다는 점. 산티아고로 귀환해 필요한 물품을 보충하고 차고지로 향했다. 파타고니아 떠나기가 이리도 힘든 일이었나. 숙소에서 만난 친구들은 깊은 위로를 건넸다.

진짜 여행(?)은 불시에 왔다. 수리된 차를 찾자마자 푸에르토몬트(Puerto Montt)로 진격했다. 산티아고로에서 남쪽으로 장장 1,033㎞ 떨어진 도시다. 예상보다 지체된 여행을 보상받기 위한 강행군이었으나 우리가 도착한 시각은 도시가 잠든 새벽 1시. 모든 호스텔의 문은 완전히 닫혔고, 차박을 할 만한 적당한 장소도 보이지 않았다. 피곤은 온몸에 탑재되었다. 푸에르토몬트 항구의 불빛은 드세게 반짝거렸다. 어쨌든 파타고니아 여행은 시작됐다.

단 한 번도 여행이 쉬운 적은 없었지만, 이건 필시 하드 트레이닝이다. 그래도 가고 있다, 파타고니아로. ⓒ강미승


그 외에 칠레에서 중고차 차주가 챙겨야 할 필수 서류

빠드론 외 차량 관련 서류는 조수석 서랍에 고이 모셔놓아도 된다. ⓒ강미승

① 필수 보험(SOAP – Certificado de Seguro Obligatorio) 및 통행 증서(Permiso de Circulación) : 매년 3월, 칠레의 모든 차는 새로운 보험과 통행 증서를 발급해야 한다. 기존 차주로부터 유효한 증서를 받아놓을 것. 통행증 기한이 끝난 후 여행을 계속하려면 칠레의 시청에서 스스로 발급받아야 한다.

② 안전 증서(Certificado de Revisión Técnica) : 공해 차량이 아님을 입증하는 서류(Certificado Emisiones Contaminantes)가 붙은 안전 증서 역시 기존 차주로부터 전달받아야 한다. ①과 더불어 수지가 알아서 챙겨준다. “절대 잃어 버리지 마!”라고 눈에 힘을 주고서.

③ 국제 차 보험 RCI(Responsabilidad Civil Internacional) : 사고 발생 시 상대 측 대인, 대물을 보상하는 칠레 밖 차 보험. 한 달 기준 25달러다. 여정은 결코 예상대로 흐르지 않는다. 수시로 국경을 넘나들 예상을 하고, 자신의 여행 기간 내내 가입해두는 게 속 편하다.


강미승 여행 칼럼니스트 frideameetssomeon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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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다와 탕탕의 지금은 여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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