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 활동한 석학 기 소르망 폭로
1960년대 튀니지 8~10세 소년 대상
프랑스 대표 철학자 미셸 푸코. 한국일보 자료사진
프랑스의 대표적인 철학자 미셸 푸코(1926~1984)가 1960년대 아프리카 튀니지에서 지내던 시절 현지 소년들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폭로가 나왔다. 그와 동시대에 활동한 세계적인 석학이자 문명비평가 기 소르망(77)의 입을 통해서다.
소르망은 28일(현지시간) 영국 더선데이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푸코가 1960년대 말 튀니지에서 머물던 당시 8~10세 소년들을 상대로 성 착취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그는 1969년 4월 부활절 연휴에 푸코가 살던 튀니지 북부 시디부사이드 지역을 방문했던 때의 목격담을 근거로 들었다. 당시 현지 어린이들은 푸코를 따라다니며 “나는 어때요? 날 데려가세요”라고 말했고, 푸코는 어린이들에게 돈을 던져주면서 “항상 보던 곳에서 저녁 10시에 보자”고 답했다는 게 소르망의 주장이다.
그는 푸코가 말한 ‘항상 보던 곳’은 현지 공동묘지였고, 푸코가 소년들과 묘비 위에서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했다. 소르망은 “푸코가 감히 프랑스에선 그런 일을 저지르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그의 범죄에는 식민주의, 백인 제국주의 같은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기 소르망이 2004년 서울 프랑스문화원에서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김주성 기자
소르망은 푸코의 행위를 “저열하고 도덕적으로 추하다”고 비난하면서도 당시 그를 경찰에 신고하거나 언론에 폭로하지 못해 후회된다고 말했다. 또 당시 동행자 가운데 언론인도 있었고 목격자도 많아 프랑스 언론이 푸코의 이 같은 행위를 알고 있었지만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푸코는 철학의 왕이었고, 프랑스에서는 신과도 같았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같은 폭로는 소르망이 이달 발간한 저서에도 담겼다.
푸코는 ‘광기의 역사’ ‘감시와 처벌’ 등으로 널리 알려진 세계적 철학자다. 권력과 광기, 성(性)에 대한 그의 탐구는 구조주의는 물론 포스트 구조주의, 포스트모더니즘 등 다방면에 걸쳐 영향을 미쳤다. 푸코는 생전 동성 연인과의 관계가 알려지기도 했으며, 1977년에는 13세 아동과의 성관계 합법화 청원에 서명하기도 했다. 57세이던 1984년 후천성면역결핍증(AIDSㆍ에이즈)으로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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